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틀째 핵발전 유지·확대 주장을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 정책기조인 '탈핵'에 정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윤 전 총장은 6일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해 핵과학 전공 대학원생들과 점심을 들며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윤 전 총장 측이 붙인 행사명은 '탈원전(탈핵) 반대 2030 의견청취'였다.
윤 전 총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무리하고 성급한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재고되고 바뀌어야 한다"며 "원자력(핵) 에너지란 것은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위험천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를 만나 대화한 데 이어, 이날 카이스트 대학원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후 카이스트 인근 한 음식점에서 시민단체 '만민토론회'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핵발전 확대 입장을 굳히고 있다. (☞관련 기사 : 윤석열 "체르노빌만 기억하지 말라"…이번엔 탈핵 뒤집기)
대전·충청 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핵폐기물에 대한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지금은 아마 원전(핵발전소) 지하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외국에서 안전한 기술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장래에는 큰 문제가 없지 않은가"라며 "우리나라도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과학시설이 많은 대전의 지역 특성을 거론하며, 과거 한 연구시설에서 핵물질이 유출됐던 사례를 한 참석자가 지적하자 그는 "연구실에서의 세슘 유출 같은 문제는 탈원전과 바로 연결하기에는 관련성이 적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앞서 대전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대전 방문 일정을 진행했다. 현충원 방명록에는 "목숨으로 지킨 대한민국, 공정과 상식으로 바로 세우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최근 자신의 행보가 보수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저는 보수·진보 이념을 따지지 않고 우리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지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5월 16일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메시지를 냈고 6월 15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을 찾았으나,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에는 계속적으로 보수 표심에 호소하는 일정을 집중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대선 출마 선언에서는 "무도한 행태", "국민 약탈" 등 수위 높은 표현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반문(反문재인) 정체성을 뚜렷이 했고, 같은 자리에서 "종부세 전면 재검토", "한일 간 과거사 문제와 경제·안보 현안의 그랜드바겐"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일에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SNS에서 현대사 논쟁을 벌였고, '민생 행보'를 시작하면서는 전날부터 이틀째 핵발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현대사 문제나 핵발전 문제는 모두 기존의 보수-진보진영 간 대립이 첨예한 이슈다. 탈핵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한국갤럽 1월 29일 발표) 유권자 전체 집단에서는 '핵발전 축소' 의견이 '확대'보다 조금 높았지만, 보수층에서는 '확대'(38%)가 '축소'(15%)의 2배 이상이었고 반대로 진보층에서는 '축소'(50%)가 '확대(18%)'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역대 정부별 정책으로 봐도,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탈핵 주장을 해왔던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핵발전 확대 정책을 펴왔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9월 유엔 회의에 가서 "지난 3월 후쿠시마(福島) 사고가 원자력을 포기할 이유가 돼선 안 된다"고 연설까지 할 정도로 핵발전 확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이었다.
정치·정책 면에서 보수 색채를 강화한 데 이어 보수 정치권과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오는 7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질 계획이라고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밝혔다.
4.7 재보선 당시 국민의힘을 이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도 금주 중 회동설이 나온 데 대해 윤 전 총장은 이날 대전 방문 중 기자들에게 "언제든 만날 수 있다"며 열린 태도를 보였다. 다만 '7일 회동설'이 이날 조간신문에 보도된 데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전망에 대해 "각자 자기 위치에서 실력을 양성하다가 적절한 시기에 합하면 좋을 것"이라고 '거리두기'를 조언해 눈길을 끌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입당 관련 질문이 나오자 "입당 여부와 시기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전혀 저에게 아이디어가 없다"며 "제가 정치를 시작한 만큼 많은 분들을 만나고, 각 지역 현실을 살펴보고, 정치적 선택 문제와 방법론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서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거기에 변함이 없다"고 기존 태도를 유지했다.
간담회에서 나온 '충청 대망론' 이야기에 대해서는 "저희 집안이 논산 노성면에서 집성촌을 이루면서 500년을 살아왔다", "저는 서울에서 교육받았지만 뿌리는 충남에 있다"고 지역 주민들과의 유대감을 강조하고는 "저에 대해 '충청 대망론'을 언급하는 것은 굳이 옳다, 그르다 비판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역민의 하나의 정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부인 김건희 씨가 인터넷신문 <뉴스버스> 인터뷰에서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등의 소문에 대해 해명한 것과 관련해서는 "제가 (아내에게) 물어보니까 어떤 매체 기자하고 통화했다고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며 "저는 (인터뷰를 한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겠나 싶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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