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공항 만들자", "박근혜 석방"...국민의힘 대구 연설회 풍경

'TK 홀대론', '박근혜 사면론', '탄핵 정당론' 혼전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최대 승부처인 대구·경북(TK) 지역 합동연설회가 3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당원 선거인단 33만 명 중 약 9만여 명이 집중된 TK 합동연설회에서 당권 후보들은 "박정희 공항", "대구 사나이" 등 '영남 홀대론'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오늘 아침 구미 박정희 생가에 헌화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통찰력과 혜안, 결단력과 리더십이 그리워지는 때"라고 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보수정권 9년 동안 대구·경북은 늘 양보만 강요받았다"며 "당 대표가 되면 그 빛 제대로 갚겠다. 이 지역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더 당당히 갚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숙원사업인 신공항 문제를 언급하며 그는 "뉴욕 케네디공항을 보며 늘 생각했던 게 있다. 동의해 주시면 '박정희 공항'으로 이름붙여 신속하게 추진하고 싶은데 어떠냐"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또 "두 분 전직 대통령이 고령인데 장기간 구금돼 있다"며 "사면, 애걸하지 않겠다. 그러나 반드시 바로 석방될 수 있도록 하겠다. 더불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하루빨리 사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부터 "대구·경북의 사나이"를 자처했다. 그는 "일제 침략기 국채보상운동, 6.25 낙동강 방어선" 등 지역의 역사부터 일별하고는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됐나? 이 지역 출신 대통령 두 분은 감옥에 있고, GRDP는 30년째 꼴찌고, 영남 배제론으로 15년째 당 대표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사정"이라고 했다.

주 전 원내대표는 "대구·경북 의원들께 호소한다. 언제까지 분열돼 신탁통치를 받아야 하나? 힘을 합쳐 지역 이익을 대변하고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특히 주 전 원내대표는 "여러분 '영남당'에 겁먹고 있느냐"며 "민주당이 '호남당'이라는 말 들어 봤느냐"고 정면 반박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대구 표는 김부겸 총리를 앞세워, 경북 표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앞세워 떼갈 것이다. 우리 표는 누가 지켜야 하느냐"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이런 통상적인 '지역 민심 호소'와는 궤를 달리한 연설도 있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통합의 전제조건은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감이 있느냐'"라며 "탄핵은 정당했다"고 주장한 뒤 "대구·경북 당원 여러분, 이런 저의 생각과 공존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저를 영입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면서도 "그러나 저는 박 전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사람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한 것을 비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줄 수 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으나 문재인 정부 부패와 당당히 맞섰던 검사는 위축되지 않고 더 큰 덩어리에 합류해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탄핵'을 TK가 용납해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의 접점이 넓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또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동안 공적 영역에서 사면론 등을 꺼낼 생각이 없다"고 못박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차피 사면은 본인 판단에 따라 결정할 분이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공격의 빌미를 줄 생각이 없다"는 이유다. 나경원·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연설 중간에는 지역 민심에 호소하는 대목에서 간간이 청중석에서 박수가 나왔으나, 이 전 최고위원의 연설은 내내 조용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편 이 전 최고위원은 연설 첫머리에서 '대구·경북이 탄핵 찬성론자도 포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4년 상원의원 시절 '이라크전 찬성자도 반대자도 모두 애국자'라는 취지로 연설한 것을 들기도 했다.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은 여성·청년 등 사회적 약자 우대조치에 대해 반대하고 있고 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언행을 일삼아 논란을 일으켰음에도, '어퍼머티브 액션(정치적 소수자 우대조치)' 찬성론자이자 현직 대통령 시절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며 여성지에 페미니즘 관련 기고를 할 만큼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인용한 것은 모순으로 비쳐졌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