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이준석, 청년할당 공천은 받고 할당제는 폐지?...트럼프식 '분열 리더십'"

"할당제 부정? 본인은 청년할당 혜택 받고 사다리 걷어차나"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 나선 당권 주자들 간에 본격적인 상호 비판전이 전개되는 가운데, 유일한 여성 주자인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여론조사 적합도에서 앞서가는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을 '트럼프주의', '사다리 걷어차기' 등의 표현을 사용해 강하게 견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성향과 정치적 소수자 우대조치 반대 발언 등을 지적한 것인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 지점에 대한 본격적 토론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시피 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31일 밤 진행된 전당대회 1차 TV토론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정면 조준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합의 리더십"이라며 "이 전 최고위원은 분열의 리더십이 있지 않느냐. 끊임없이 여성·남성, 세대 간을 나누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여성 불평등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와 이에 대한 일부의 반동적 공격을 '젠더 갈등'이라고 이름지은 이 전 최고위원 등 일부의 담론 자체는 받아들이면서도 "최근 한 달 동안 (이런) '젠더 갈등'에 대해 논의하는것도 일종의 분열 리더십"이라고 우려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전 최고위원의 주장을) 트럼피즘과 비슷하다고 하기도 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1차 경선에서 탈락한 초선 김은혜 의원도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할당제를 제대로 시행해 본 적도 없는데 폐지론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모든 할당제를 폐지하겠다는 식의 '트럼프 화법'으로 갈라치기를 하면 불필요한 논란만 증폭된다"고 지적했던 바 있다.

나 전 원내대표는 '트럼피즘' 즉 트럼프주의에 대해 "백인 하층 노동자의 분노를 이민자 혐오로 치환했고 그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되지 않았다"고 규정하며 "(이 전 최고위원은) 할당제를 무조건 부정하고 있는데 여성할당제 등 폐지를 해법으로 가져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나아가 이 전 최고위원 본인이 '할당제'의 수혜자이면서 이제와 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할당제 없이 청년이 정치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느냐"며 "이 전 최고위원은 특혜를 받았다. (지난 총선 당시) '퓨처 메이커' 청년 전략공천 17명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나 전 원내대표가 이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권 데뷔 계기도 2011년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를 청년 상징성을 가진 비대위원으로 발탁한 것이었다.

나 전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한 마디로 본인은 혜택을 받고 사다리 걷어차는 것 아니냐"고 이 전 최고위원을 비판하면서 "실력주의로 진정한 공정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정치권에서 여성할당제가 크게 발견되는 부분도 없다"며 "(할당제는) 기회가 공정하지 않을 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있는것인데 실력주의로 가는 것이 해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2030 세대의 분노, 20대 남성의 분노 해결은 노동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당론으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은 반여성주의 언행은 내놓지 않았으나, 청년·지역할당제 등 정치권의 통상적 소수자 우대 조치(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태도를 유지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모두발언에서부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공감을 이야기하고 해법으로 '할당'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우리는 공정해야 하고 경쟁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다른 후보들에 대한 질문을 할 때도 "주호영 후보는 호남·여성·청년 할당제를 하겠다고 했는데 합집합을 내보니 67%에 해당한다. 할당제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인데 67%를 (소수자에게 배정)하고 나면 뭐가 남느냐", "나경원 후보는 청년·여성 할당제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본인 국회의원 지역구에는 (시의원 지역구 2곳 중) 어느 곳에 청년을 배치할 것이냐? 그 곳에서 열심히 준비한 당원은 배제시키고 쳐내는 게 공정하냐"고 하는 등 기존의 입장을 이어갔다.

나 전 원내대표 뿐 아니라 홍문표 의원도 "호남에 대해서는, 우리가 전국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해줘야 한다"고 하는 등 이 전 최고위원 1명을 제외하면 정치적 소수자 우대조치 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견이 없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조경태 의원이 후보 전원을 상대로 '국적법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데 대해서는 "이민은 기술이민·투자이민 등 특수 목적을 제외하면 엄격하게 관리헤야 한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귀화 제도 이상으로 간소한 제도를 운영할 필요는 없다"고 즉답해 "시간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나경원), "신중하고 소극적으로 다뤄야 한다"(주호영) 등의 답변을 한 다른 후보들과 구분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대선 경선 해법은…나경원·주호영 "통합" vs. 이준석 "자강"

한편 내년 대선 전략에 대해서는 나·주 두 전직 원내대표는 통합론에, 이 전 최고위원은 자강론에 무게를 뒀다.

주 전 원내대표는 "모든 후보가 하나의 단일 플랫폼에서 단일후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먼저 국민의당과 통합을 이룬 후 다른 후보가 모두 와서 기득권이 없는 공정한 경쟁을 하면 된다"고 했다.

나 전 원내대표도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통합"이라며 "우리 당 후보도 잘 받들어 모셔야겠지만 밖의 후보가 우리 당의 플랫폼이 공정하다고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반면 "자강론에 동의한다"며 "'통합무새', '단일화무새'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버스는 정해진 시각, 정해진 정류장에 선다"며 "버스가 특정인을 위해 기다리거나 특정인이 원하는 노선으로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사실상 당 밖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맞춰 당 대선후보 경선을 운영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경쟁 후보들은 이에 대해 "그럼 윤 전 총장이 우리 당에 들어오지 않아도 그냥 버스가 출발한다는 말이냐"(나경원)라고 반격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먼저 출발하면 당내 후보만 올라타게 된다"며 "그래서 '경선 열차'는 추석이 지난 9월 말에 출발해야 한다. 성급하게 우리 당만 출발시키면 다른 후보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전 원내대표도 "저도 나 전 원내대표 견해에 동의한다"며 "우리 당 후보를 먼저 뽑으면, 그 때까지 준비되지 않은 다른 후보들이 (당) 밖에 있으면 단일화가 어렵다. 자칫 분열된 상태로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정해진 시간에 버스를 출발시켰다. 밖에 사람 있는데 출발시켰다. 그럼에도 공정하게 후보 선출했고 단일화해서 이겼다"며 4.7 보선 승리요인이 "버스 밖에서 저희 당을 비하하는 분을 기다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일방적으로 우리가 먼저 뽑을 테니 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것은 야권 분열의 단초"(주호영), "서울시장 선거 당시 우리 당 후보를 먼저 결정해서 (결국 최종 단일후보가) 우리 당 후보가 됐다. 그것도 애당심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그래서 '유승민 전 의원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나경원) 등 중진들의 재반론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오른쪽부터), 이준석, 주호영 후보가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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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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