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김기현, '장물' 법사위원장 신경전

다른 곳 바라보는 '협치', 평행선 그은 첫 만남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원내대표가 4일 만났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원내 사령탑에 오른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이견을 보여 향후 험난한 여야관계를 예고했다.

김 원내대표의 예방 형식으로 이뤄진 이날 상견례는 서로 취임을 축하하는 덕담으로 시작했다. 여야 협치, 상생을 다짐하기도 했다.

윤 원내대표는 "여야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추구하는 철학이 다를 수 있지만, (정치는) 이를 잘 조화시켜 서로의 가치를 찾아나가는 예술의 영역"이라며 "김 원내대표와 예술적인 정치를 한 번 해보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어려울수록 여야 양당이 더 빛을 발해 큰일을 이뤄가자"고 원만한 여야 관계를 당부했다.

김 원내대표도 "여당과 야당은 마주치는 전차가 아니라 같은 방향을 향해 가는 전차의 양쪽 바퀴"라며 "그러한 협조 관계를 잘 운영하는 것이 국회 운영의 소신이자 철학"이라고 호응했다. 그는 "원내대표는 충돌을 예방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자리"라며 "열린 마음으로 협치와 소통에 적극 참여하겠다. 윤 원내대표도 같은 마음으로 임해줄 것으로 믿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은 가시적인 성과 없이 끝났다. 양당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가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국회 차원의 백신 사절단을 꾸려 미국에 보내자고 제안하자, 윤 원내대표는 "외교부를 통해 대사관 상황과 미국 의회 상황을 좀 더 검토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위한 손실보상법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데에만 입을 모았을 뿐, 소급적용 문제를 놓고 이견 조율에 실패했다. 민주당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소급적용에 대한 추가적 논의와 고민이 필요해서 그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동의 관심이었던 국회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도 성과 없이 평행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원론적인 의견을 교환했다"며 "5월 국회 일정 협의를 하면서 추가적인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민주당은 윤 원내대표가 맡아온 법사위원장 후임으로 박광온 의원을 내정했다. 당초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박 의원을 선출할 방침이었으나, 박병석 국회의장이 7일까지 협상 시한을 제시해 표결을 유보한 상태다.

회동에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원구성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이미 (상임위원장들이) 선출된 마당에 재협상을 하자고 이야기 하는데, 과연 어떤 협상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원내대표가 "장물을 돌려주는 것은 의무"라며 법사위원장 자리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그는 "유감스러운 표현을 썼다. 지난해 본회의에서 의결된 상임위원장 선출 결과를 불법 장물로 표현한 것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법적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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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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