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퀴어축제 '거부할 권리' 존중받아야" 논란

안철수-금태섭 단일화 토론 '새정치' 논쟁 가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후보가 '제3지대' 후보 단일화 TV 토론에서 열띤 공방전을 벌였다. 두 후보는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공유했으나, 금 후보는 안 후보의 정치 리더십·소통 문제를 적극 제기했고 안 후보는 이에 단호히 응수했다.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한 토론에서는 안 후보로부터 '퀴어 축제를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논란성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안 후보와 금 후보는 18일 채널A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단일화 토론에서 이번 보궐선거의 의미,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일치된 인식을 보였다. 안 후보는 "이 정부는 한마디로 무능, 위선 정부"라며 "무능하면 정직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앞으로는 착한 척 하면서 실제로는 온갖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 게 이 정권 핵심들의 문제"라고 맹비난했다.

금 후보 역시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독선, 무능, 부패를 심판하는 선거"라며 "저는 문재인 정부 4년간 소신과 원칙을 지켰다. 조국 사태, 공수처 논란, 권력형 성폭력 사건 등이 있을 때마다 두려움 없이 나서서 논리적 비판을 했다"고 자부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잘못으로 "국민 편 가르기"를 꼽으며 이를 꾸준히 비판해온 자신이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금 후보는 다만 안 후보를 향해 "소통 문제", "말 바꾸기", '새정치 10년의 성과' 등을 매섭게 지적하기도 했다. 금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은 '불통 대통령'과 대비되는 소통하는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데 안 후보도 마찬가지로 소통 문제 지적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금 후보는 "2014년 독자 신당을 추진하다가 민주당에 입당했을 때, 2015년 민주당을 탈당했을 때, 바른정당과의 합당 때 등 (안 후보는) 매번 공식 직책을 가진 분과 소통이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2017년 대선 때는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인 3선 의원(박선숙 전 의원)이 언론에 나와 공개적으로 '내가 선대본부장인데 연락 한 번 안 하고 도대체 누구와 소통하며 일을 처리하는지 물어도 답을 안 한다. 어디에서 모여서 회의를 하는지 장소도 안 알려줬다'고 했다. 이게 사실이냐"고 따져 물었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저는 절대로 의사결정을 혼자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과 (함께) 의사결정을 하지만 구성원 중 모든 사람과 다 할 수는 없다"며 "결정에는 참여를 안 했지만 과정을 언론 보도보다 먼저 알아야 하는 사람은 전화로나 만나서 소통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그 과정 중에 여러 오해가 생기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고 해명했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제가 가는 길이 쉽고 좋은 길이 아니라 어려운 길이기 때문에 거기서 함께 합류하지 못하는 분을 제가 원망하는 마음은 없다"고 금 후보와 박 전 의원 등 한때 동지였으나 멀어진 이들이 '어려운 길' 때문에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는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그분들께)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크다. 이런 부분을 제대로 잘 헤쳐 나가기 위해 계속 반성하고 발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 후보는 또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야권 후보가 강력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말 바꾸기 행태인데, 안 후보는 민주당과 다르지 않게 여러 차례 말 바꾸기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금 후보는 "안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 출마도 안 한다고 해서 국민의당 소속 구의원이 탈당까지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결심했다'고 출마를 하셨다"며 "작년 10월 인터뷰를 보면 '절대 안 나간다', '출마 얘기를 하는 사람은 자기 희망사항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인은 자기 말과 글에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에 "저는 오랫동안 대선을 준비했는데, 여러 분들이 저한테 와서 설득의 말씀을 하신 것이 '아무리 열심히 대선을 준비해 봐야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며 "서울시장 선거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야권이 승리하게 만들 수 있다면 몸을 던지겠다"고 했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강성 보수 집단에 대한 태도 문제도 언급됐다. 금 후보는 "극단주의자들을 끊어내지 못해 양당에서 합리적·상식적 정치가 실종됐는데, (안 후보가) 최근 인터뷰에서 '태극기 분들이 누구보다 애국심이 높다'고 말하고 '태극기 세력도 (야권 통합에서) 모두 포괄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표를 의식하는 것을 떠나 극단적 주장을 하는 분은 설득해야 한다"고 비판도 했다.

안 후보는 이에 "저도 전적으로 동감"이라며 "인터뷰 취지는 '국민들을 정치인이 갈라놓지 말자', '국민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 후보는 또 "안 후보가 10년 전 '새정치'라는 기치를 들고나온 것은 훌륭했고 저도 열심히 도왔지만, 10년이 지났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느냐"면서 "2012년 대선에 나왔고 딱 10년이 지났는데 한 단계 낮춰 서울시장에 나왔다. 시장 5년 하고 2027년 대선에 또 나간다는 것이냐"고 공격하기도 했다. "정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 안 대표가 10년을 했는데 이제는 유능하고 새로운 사람이 도전해야 할 때 아니냐"는 것.

안 후보는 "금 후보나 저나 사실 정치를 같은 시기에 시작한 것"이라고 응수하면서 "저도 10년이 안 됐고, 금 후보도 10년이 안 된 사람이다. 10년을 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초심과 의지는 똑같다"고 강조했다.

비(非)정치 분야 토론에서는 금 후보가 안 후보를 향해 "서울시장이 되면 퀴어 퍼레이드에 나갈 생각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금 후보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과거) 전광훈 목사를 만나 차별금지법 반대를 공언했다. 소수자를 외면한 것"이라며 "저는 온갖 문자폭탄을 받으면서도 소수자·약자 옆에 서 있기라도 하려 했다"고 강조하면서 이 사안과 서울인권조례에 대한 안 후보의 생각을 물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안 후보의 답은 이랬다.

안철수 : "차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각 개인 인권은 존중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또 자기 인권뿐 아니라 타인 인권도 소중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퀴어 축제를 시 중심부에서 떨어진 남부 쪽 카스트로가(街)에서 한다. 그러다 보니 축제하는 분, 본인이 (축제를) 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이 거기 가서 본다. 샌프란시스코시 중심에서 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퀴어 축제를 광화문에서 하게 되면, 거기에는 자원해서 (축제를) 보려고 오는 분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분도 계신다. 그분들은 (축제를 보기) 원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는 것이다. 그런 부분까지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본인이 믿고 있는 것을 표현할 권리가 있고, 그것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성소수자를 배제·혐오할 '권리(?)'와 등치시켰다는 비판이 나올 법한 논란성 답변이었다. 퀴어 축제는 "아이들" 보기에 적절치 않은 행사라는 편견이 담긴 것은 아닌지, 성소수자 행사를 보기 싫다는 의견이 과연 "존중받을 권리"인지 등에 대해 인권운동 진영으로부터 많은 비판이 예상된다.

금 후보는 안 후보의 이 같은 답변을 듣고 "말씀을 들으니 차별 없는 사회로 가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탄식하며 "다른 의견은 존중하지만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했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왼쪽)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18일 상암동 채널에이 사옥에서 열린 단일화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자들, 안철수 견제 눈길

한편 이날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은 안 후보에 대한 견제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나경원 후보는 이날 아침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늘 토론을 한다는데, 조금 아쉽더라"며 "안·금 후보 두 분이 더 많은 기회를 갖고 더 많이 비전을 시민들과 공감하면 좋았을 텐데 한 번으로 토론이 그친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이 금 후보와의 토론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프레임에 힘을 실은 것.

오세훈 후보도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나와 안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대해 "앞으로 함께 단일화를 해야 될 대상이어서 사실 많이 자제는 하고 있는데, 그분 주택공약도 좀 비현실적"이라며 "현재 존재하는 서울시 주택이 380만 호인데 5년 동안 74만6000가구를 공급한다? 누가 들어도 좀 무리스럽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는 "그것을 비롯해서 지적할 것은 많지만, 하여튼 앞으로 함께 단일화를 해야 될 입장이기 때문에…"라고 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오신환 후보는 아예 금 후보에게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여기 국민의힘 경선에서 제가 기적을 이뤄내 대권 주자들 누르고 오신환이 후보가 되고, 제3지대에서는 금태섭이 만약 후보가 되면 단일화 경선이 얼마나 미래지향적이고 희망적이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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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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