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무현재단 은행 계좌를 추적했거나 다른 방식으로 재단 금융거래 정보를 열람했을 것이라며 검찰을 비난해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자신의 주장을 전면 철회하며 검찰에 사과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유 이사장은 22일 재단을 통해 배포한 사과문에서 "제기한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그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먼저,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사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까지 했다.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 2019년 12월 24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재단 계좌 일부에 금융거래내역통지유예가 걸려 있다며 이는 검찰이 재단 계좌를 추적한 근거라고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검찰에서는 "검찰은 노무현재단, 유시민, 그 가족의 범죄에 대한 계좌추적을 한 사실이 없다"며 "법 집행기관에 대한 근거 없는 악의적 허위 주장을 중단해 달라"는 입장문을 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지난 8월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억울하다면 사실을 확인해 나를 혼내면 된다", "납득할 만한 답을 안 주니까 계속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하는 등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었다.
유 이사장은 검찰뿐 아니라 재단 후원회원들과 시민사회 구성원들을 상대로도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입증하지 못할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노무현재단을 정치적 대결의 소용돌이에 끌어들였다"며 "노무현 대통령께서 모든 강물을 받아 안는 바다처럼 품 넓은 지도자로 국민의 마음에 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할 이사장의 책무에 어긋나는행위였다"고 자성했다.
이어 "알릴레오 방송과 언론 보도를 통해 제가 제기한 의혹을 접하셨던 시민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과드린다"며 그는 "저는 비평의 한계를 벗어나 정치적 다툼의 당사자처럼 행동했다.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했고 공직자인 검사들의 말을 전적으로 불신했다.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혔고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다"고 자아비판을 했다.
그는 "저의 잘못에 대한 모든 비판을 감수하겠다"며 "지난해 4월 정치비평을 그만두었다.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은 앞으로도 일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의 사과는 공수처가 출범하고, 법무장관이 교체되고, 검찰에서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 기소권만 행사하는 기관으로 만들자는 여권 내 일각의 논의가 속도 조절에 들어가고, 문재인 대통령이 주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시점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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