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합당' 거부 안철수 "국민의힘이 플랫폼 개방하라"...단일화 신경전

"국민의힘 경선 플랫폼 개방하면 참여"…'원샷 단일화' 노림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장을 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 방안으로 "국민의힘 경선 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 달라"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1야당이 주도권을 갖고 야권 승리를 위한 게임메이커가 된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국민의힘이 내부 경선을 거쳐 보궐선거 후보를 결정한 뒤에 야권 단일화 논의로 이어지는 2단계 절차 대신, 입당‧합당 없이도 '원샷 경선'으로 야권 단일 후보를 뽑자는 것이다.

안 대표는 "이 개방형 경선 플랫품을 국민의힘 책임 하에 관리하는 방안까지 포함해서 가장 경쟁력 있는 야권 단일후보를 뽑기 위한 실무 논의를 조건 없이 시작하자"며 "이 논의에서 결정된 어떤 제안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픈 경선플랫폼에 참여하는 후보는 나뿐만이 아니라 무소속 후보를 포함한 야권의 그 누구든 참여할 수 있게 하자"며 "누가 단일후보로 선출되더라도 선출된 단일후보의 당선을 위해 앞장서서 뛰겠다고 대국민 서약을 하자"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이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 아니다. 미국 민주당에서도 이미 실행하고 있다"며 "민주당 당원이 아니라도 모든 후보에게 문호를 개방해 공화당 후보에 대항하는 필승 후보를 선출해 왔다"고 했다.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것처럼, 국민의힘 당적이 없는 인사들도 당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제안이다.

안 대표는 "이것이 야권 전체의 승리를 위한 최선"이라며 "굉장히 다양한 야권 지지자들이 단일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실망해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단일후보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제일 좋을지에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최종적인 단일화 과정에서 신경전이 가열되면 지지층이 분열될 수 있으므로 '원샷 단일화'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안 대표는 "조만간 실무 대표를 인선하고 기다리겠다. 국민의힘에서 실무 대표를 인선하는 즉시, 곧바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마라톤 회의를 하든 밤샘 협상을 하든, 국민이 바라는 안을 만들 때까지 기다릴 것이고 어떤 이의도 없이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야권 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지만, 느닷없는 제1야당의 입당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려웠고, 그것이 마치 단일화를 거부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도 경계해야 했다"며 입당 요구에는 여전히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안 대표의 제안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과 사전 논의를 거쳤는지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정진석 위원장은 당 밖 인사들의 입당을 유도하기 위해 당내 경선을 100% 일반 시민 여론조사로 치르는 방안을 언급했지만, 당적이 없는 인사들까지 포함시키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무엇보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 10여명에 달해 안 대표가 가세해 경선을 치르면 당 지지층의 표분산으로 안 대표가 유리해진다.

정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 대표의 제안은 경선 주관만 국민의힘에 맡길 뿐, 안 대표 측이 지금까지 선호해 온 '원샷 경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입당하지 않고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당 당헌 당규를 바꾸어야 하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곧바로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우리 당의 헌법인 당헌 당규와 관련된 문제여서 지금 확정적인 답을 내놓기는 어렵다"며 "김종인 위원장과 비대위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당도 안 대표의 독자 행보에 미련을 두기보다 당 내부 경선을 먼저 진행한 뒤, 3월 이후 야권 단일화 과정을 거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출마를 선언해 당내 경쟁에 무게감이 붙은 만큼, 안 대표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 사람(안 대표)은 국민의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것인데, 우리도 후보를 확정한 다음 단일화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당 후보를 확정하기 전에 단일화를 할 수는 없다"고 안 대표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당은 시장 후보 신청을 받아 1차 경선을 하는 과정에 있다"며 "절차를 다 마치고 난 다음 단일화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단일화 실무 논의를 곧바로 시작하자는 안 대표의 제안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그것은 안 대표 입장"이라며 "우리 당은 우리 당이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제의를 받았다고 해서 수용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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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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