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안철수 단일후보? 정치 상식 아냐…3자 구도 승리 확신"

"윤석열, 지금 '별의 순간' 보일 것…잘 파악하면 현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3자 필승론'을 주장하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및 그와의 단일화를 주장하는 당내 세력을 견제하고 나섰다. 지난 1995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처럼, 3자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에서도 여당에 대한 여론 평가가 부정적일 때는 제1야당에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게 그의 논지다.

김 비대위원장은 12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종합적으로 보면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패가 어떻게 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며 야당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했다. 야권 단일화에 대해서는 "나도 거기에 대해서 이의가 없다. 그러나 단일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안철수 대표를 겨냥해 "단일화를 하려면 솔직해져야 된다. '나로 단일화해 달라'는 요구를 하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쐈다. 그는 "안철수 대표가 시장 출마선언을 하면서 '내가 야당 단일후보로 출마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누가 자기를 단일후보로 만들어 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가 단일후보라고 얘기한 것"이라며 "그 양반은 정신적으로 자기가 유일한 야당 단일후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가 정치 상식으로 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니까 나는 거기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며 "우리 당에 가장 적합한 후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내 책무"라고 했다. 당내 일각에서 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합당론이 나오는 데 대해 그는 "내가 11일 아침에 우리 정진석 공관위원장한테 물었는데 자기는 그런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지난 1995년 민선 1기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조순 후보의 서울시장 승리 사례를 들어 '3자 필승론'을 주장했다. 그는 "단일화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단일화를 못 하겠다고 그러면 할 수 없는 것", " 2자 구도로 가면 좋겠지만 단일 후보가 안 돼서 자기도 나가겠다고 하는 걸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라며 "그래도 승리를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서 1995년 박찬종이라는 무소속 후보가 여론조사상 아주 승승장구하고 달릴 때, 당시 김영삼 대통령 당인 신한국당(선거 당시까지는 민자당)에서 정원식 전 총리를 (후보로) 뽑았고, 김대중(전 대통령이 이끈) 민주당에서 조순 후보를 두고 3자 대결을 했다"면서 "처음에는 다 박찬종이 무조건 된다고 생각하고 조순 씨는 안 된다고 생각하더라. 내가 선거 3일 전에도 물어보니까 '조순 씨는 안 된다'는 거였다. 내가 '걱정 말라. 조순 씨가 이번에 된다'고 했다. 일반 여론을 보면 그렇게 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 국민의힘도 지난 4.15 총선 때와는 당이 달라졌다"며 "지금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변화의 바탕을 깔고서 4월 7일까지 가면 우리가 이긴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당의 변화에 대해 여전히 아쉽다는 취지로 "내가 여기 와서 지금 8개월째 돼가는데 잘 아시다시피 내부에서는 내가 무슨 이 당을 '좌클릭'하느니 어쩌느니 별의별 말이 다 많다"며 "내가 이렇게 한심한 사람들하고 뭘 하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엊그제 내가 미국 공화당 루비오 상원의원의 '공공선 자본주의'(보고서)를 나눠줬더니, 어느 기자가 나한테 전화를 하면서 의원들이 '당을 좌클릭하려고 그런 거 돌렸냐'는 얘기를 한다더라"며 '한심한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탄식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보선 출마선언을 하며 '안철수 대표가 입당하면 불출마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그는 "말도 안 되는 출마 선언", "무슨 출마선언이 그런 게 있느냐"며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표하면서 "정치인이 그런, 아주 납득하기 어려운 명분을 내세우면 본인에게 절대로 불리하지 유리할 게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보선을 넘어 차기 대선 전망과 관련해, 현재 야권 주자로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민의힘과 협력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김 위원장은 "(윤 총장이 당에) 와야 되느니 안 되느니 하는 것보다도 한 가지 얘기를 하고 싶은 게 뭐냐면,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온다. 그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느냐에 따라서 자기가 국가를 위해서 크게 기여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본인 스스로가 결심을 할 거니까 내가 구체적 얘기는 안 하려고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윤 총장에게 별의 순간은 지금이라고 보시는 거냐'고 재질문하자 김 위원장은 명확히 답변하지 않으며 "내가 보기에 별의 순간이 아마 지금 보일 것"이라며 "그러니까 본인이 그것을 잘 파악하면 현자가 될 수 있는 것이고, 파악을 못 하면 그냥 그걸로 말아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가 코로나 이전의 수준으로 금년 상반기에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희망사항으로는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관찰해 보면 그렇게 녹록한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와) 거의 대동소이한 정책"이라고, 재난지원금에 대해선 "정부가 한 달 앞도 못 보고 예견력이 없다"고 혹평했다. 특히 여권에서 4차 재난지원금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그는 "아직은 4차를 얘기할 단계도 아니다"라며 "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4차 지원을 하는 것도 좋은데 그것을 전 국민에게 지원해야 되겠다는 것은 동의하지 못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밤 SNS에 쓴 글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의회 의사당 건물에 난입한 사건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집권, 퇴임 과정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 유행처럼 번진 '팬클럽 정치', 진영 논리에 입각한 선동 정치, 우민 정치, 광인 정치의 극명한 사례"라고 지적하고는 "지금 우리 사회 역시 그렇다"고 화살을 대통령 지지층과 여권으로 돌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팬클럽)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주로 활동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사람들은 오직 그것만 시청하면서 환호하고, 이러한 극성 팬덤의 지지를 기반으로 자라난 정치인들은 자질과 함량을 의심하게 만드는 행동을 거듭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자기들에게 유리하면 박수치고, 불리하면 '법관을 탄핵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신들의 부정 비리를 덮으려고 검찰을 겁박한 행위를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엉뚱한 이름으로 포장하고, 대통령이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지지자들의 대통령'이 돼버린 지 오래"라고 꼬집었다.

한편 그는 전직 대통령 사면 논의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신년사에 꼭 언급할 성격의 건은 아니라고 본다. 본인이 어느 날 결심을 하면 해 버리면 그만이지 그걸 미리 예고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제가 보기에는 자기 목적을 위해서 어느 때인가는 하리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반성 조건부 사면' 등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면해 주는 사람이 그런 조건을 붙이고 사면을 하겠느냐"며 "국민도 대략, 어느 정도 용서를 해줄 수도 있는 의향을 가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자꾸 그런 핑계를 대면 안 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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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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