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신년이 되면 사람들마다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나누고, 새로운 한해의 계획도 세우기 마련이지만, 올 해는 해가 바뀌었단 느낌이 크게 들지 않습니다. 주변에서는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도 하지만,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365일 12월 그리고 1년이란 인간이 정해놓은 시간의 마디를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아주 작은, 전 세계의 모든 개체수를 다 합해도 1킬로그램도 되지 않는다는 바이러스가 허물어버린 것이지요. 지금의 추세라면 2020년과 21년은 경자년과 신축년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의 해로 정의될 것 같습니다.
감염의 공포와 건강상의 문제 외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구상의 사람들이 얼마나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도 알게 해주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 더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대응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또한 지구별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무한할 것처럼 에너지를 소비해온 이제까지 삶의 방식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고, 먼 미래가 아니라 곧 우리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란 사실도 현실로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읽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앞으로 펼쳐질 세상의 예고편'이란 글이 우울하지만 사실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종식되면 또 다른 위기가 오기 전까지 과거의 삶으로 빠르게 돌아갈 것도 사실일 것 같고요.
그렇다고 새해도 밝았는데 작년의 연장선에서만 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해처럼 뭔가 원대한 계획을 세우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습니다. 이럴 때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계획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10분짜리 루틴 만들기"입니다.
루틴은 보통 운동선수들이 시합에 나가기 전에 하는 습관적 행동을 가리킬 때 자주 쓰입니다. 사전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부로서 특정한 일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이라고 되어있고요. 올 해는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 할 때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고 이것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지켜보는 겁니다.
새해 소망 중 늘 순위를 다투는 건강이 그 첫 대상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10분 동안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좀 식상하긴 하지만 훌륭한 루틴입니다. 이불을 개고 방바닥이나 창문, 혹은 거울을 닦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인 중에는 기분이 꿀꿀할 때면 집안의 동전을 다 모아서 깨끗이 씻는다고 했는데, 뭔가 깔끔하게 닦고 나면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것도 추천할 만합니다. 자기계발서나 돈 버는 책 말고 좋은 소설이나 자신의 전문분야와 아무런 상관없는 책을 딱 10분만 읽고 덮는 겁니다. 편하게 옷을 입고 10분간 아주 천천히 발이 땅을 밟는다는 느낌을 충실하게 가지면서 숨을 편하게, 느리게 쉬면서 걷는 것도 좋습니다. 늘 뭔가 목적을 향해 걷다가,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시간은 내면에 신선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시간에 맞춰 10분간 숨 쉬기 운동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내가 평소에 어떻게 호흡하는지도 알 수 있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면 하루를 좀 더 분명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계획을 세우라고 하면 남에게도 좀 근사하게 보일 뭔가를 찾는 분들이 있는데, '10분 루틴'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도리어 남이 알면 '그게 뭐야~' 라고 할 수 있는, 사소하고 내밀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통해 하루를 시작하고 마치는 나만의 리듬을 회복하고 지키는 것이지요. 그 힘으로 하루를 살아내고 한 달을 견디고 일 년을 완성해 보는 겁니다. 그것조차 없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지난 시간만큼이나 힘들 지도 모릅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소확행이라고 한다면, 10분 루틴은 내 삶을 견디게 해주는 소확틴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올 한해,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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