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대통령 만나 몇마디 나누고 헤어지면 무의미"

동부구치소·백신 등 정부 코로나19 대응 비판…"가혹했던 1년, 비정상 상황"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공식 제의가 오면 검토해서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흔쾌한 회담 참여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지난 8~9월 청와대의 회동 제안을 거절했을 때에 비해서는 확연히 긍정적인 태도다.

김 비대위원장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제의받은 것은 없다. 아직 통보받은 바 없다"며 "공식적인 제의가 오면, 내 나름대로 검토를 해서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확정할 수 있어야 영수회담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만나서 몇 마디 나누고 헤어진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8월 중순경 청와대 최재정 정무수석으로부터 대통령과의 회동 제안을 받았을 때에는 이보다 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당시 김 위원장의 언급을 살펴보면 "밥만 먹으러 청와대에 갈 일은 없을 것"(8.18, 언론 인터뷰), "대통령을 한 번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토의할 사안이 전개되면 (그때 가서) 하면 된다"(9.3,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 거부 의사가 비교적 명확했다.

당시 회동 거부 명분은 "모양만 갖추는 만남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 차원에서 나름의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게 무엇이다', '야당이 그것을 수용하지 않기 때문에 만나서 협의해 보면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성숙되고 갖춰졌을 적에 대통령과 야당 대표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 의미있고 바람직하다"(8.18 광주 기자회견)라는 것이었다. 12월말 현재도 청와대가 야당의 협조를 구할 구체적·실질적 현안이 무엇인지는 뚜렷하지 않다.

김 위원장은 이날 2020년 마지막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는 "비상식과 비정상적 상황이 나라를 덮으면서 참으로 가혹했던 1년"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코로나19 대처, 부동산 정책 등의 주제로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민생이 도탄에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빈곤층이 55만 명 늘어나 27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법치와 민주주의 질서가 파괴됐다. 무소불위의 거대 권력이 헌법 위에서 폭주하며 입법부가 통법부로 전락하는 등 삼권분립이 형해화됐다"면서 "특정 정치세력의 아집만 강해졌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가 선정됐을 정도로, 자신들의 위선과 특혜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고 무능과 실정은 남 탓을 하는 모습이 일상화됐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군에 살해된 국민, 전임 시장들의 성범죄에도 국민의 편이 보이지 않아 인간성이 상실됐다"며 "2021년 새해에는 상식과 정상이 승리해야 한다. 국가가 정상화되고 민생이 안정을 되찾는 한 해를 만들기 위해 국민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했다.

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김 위원장은 "명백한 초기대응 실패이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가까운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국가 행정의 무능과 무책임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이 사태에 큰 책임이 있는 법무부 장관은 설명도 사고도 하지 않았고 대통령은 여전히 유체이탈식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종교시설 (집단)감염시 정부가 압수수색, 구상권 청구 등 강력 대응을 보였는데 (이번에도) 동일한 태도를 보이는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김 위원장은 4.7 보궐선거 대응과 관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보수야권 연대 가능성을 기자들이 묻자 "국민의힘에서 가장 적합한 후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내 책임이지, 밖에서 이러저러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나는 관심없다"며 "어느 특정인이 밖에서 '나를 중심으로 무슨 단일화를 해 달라'고 하는 것에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거 승리를 위해서 야권이 힘을 합치고 단일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거의 다 동의를 하는 것 같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 조금의 차이가 있는 것인데, 서로 대화와 논의를 통해서 가닥을 잡아가야겠다"며 "우리가 제1야당이니까 원칙적으로는 우리 당에 들어와서 경선을 할 수 있으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어떤 것이 가장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 과학적 방법으로 측정하는 게 좋다"고 상대적으로 열린 태도를 보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