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구의역 사망사고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의당이 요구한 것은 일단 '사퇴'가 아닌 '사죄'이지만, 김종철 지도부 출범 이후 정의당이 집권세력에 대해 '비판할 것은 하겠다'는 기조를 취하고 있는 점과 맞물려 이들이 인사청문회에 어떤 자세로 임하게 될지 주목된다. 정의당 전 대표인 심상정 의원은 국회 국토위원이며 자동적으로 변 후보자 인사청문위원을 맡게 된다.
정의당은 18일 오후 장혜영 원내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지난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의 승강장 내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김모 군이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면서 "김 군의 죽음을 당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던 변 후보자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치부하는 발언을 했음이 내부 회의록을 인용한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사회의 무수한 '김군'들을 지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차가운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 외롭게 멈춰서 있는 지금, 위험의 외주화, 구조적 재난을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는 변 후보자의 안일하고 부당한 현실인식에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변 후보자는 본인의 잘못된 과거 발언에 대해 뉘우치고 국민 앞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 오늘도 어딘가에서 위험과 죽음을 무릅쓰고 위태롭게 일하고 있는 모든 '김군'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변 후보자는 2016년 5월 28일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 한 달여 후인 같은해 6월 30일, SH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 회의에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고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이날 당시 회의록을 입수해 공개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최근 구의역 사고를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든 것"이라며 "마치 (박원순) 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회의석상에서 말했다. 또 "메트로로부터 위탁 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다. 사실 아무 것도 아닌데, 걔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 회의록에는 구의역 사고뿐 아니라 여러 다양한 주제에 대한 변 후보자의 설화성 발언이 담겨 있기도 했다. 공유주택 관련 논의를 하던 중, 공동주택 내 공유 주방 필요성을 언급하며 "못 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먹지 미쳤다고 사먹느냐"고 한다든가, 훼손 녹지 복원 사업을 놓고 서초구청과 의견 차이가 빚어졌을 때 "그런 게 있으면 저렇게 구청에서 들고 왔을 때 '나무가 이렇게 우거지려고 하는데 네가 이것을 없애고 여기다 건물을 하나 세우는 것이다' 보여주고, 환경단체에 슬쩍 줘서 떠들게 하고, 이렇게 좀…(하라)"고 지시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임대주택 입주 전 입주자들이 직접 자신이 살 집을 점검하는 '입주자점검'에서 주택 하자 지적이 다수 나온 것을 두고 "우리 아줌마들은 뭐 하시고? 1차 점검 때 이런 게 안 잡히나?", "아니 아줌마들이 하는 것 있잖아"라고 하는 등 주택 하자 모니터링 담당자들을 '아줌마들'이라고 지칭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
주택 건설 현장에서의 주5일 근무제 시행과 관련해 "솔직히는 토·일요일도 비상으로 했으면 좋겠는데 진짜 주5일 하면 돌관작업이고 뭐고 아무 것도 안 된다"고 돌관작업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듯한 발언, 민원이 발생한 주택단지 방문 행사와 관련해 "내가 1주년 때 갔다 욕 바가지로 먹었다. 올해 2주년 때도 부른다고 했는데 가기도 부담스럽다. 해결이 안 됐는데 욕 먹으러 갈 수는 없지 않느냐. 내가 떡 먹으러 갔다가 지난번에 진짜 욕만 먹었다"고 푸념하는 발언도 있었다.
이같은 발언이 논란이 되자, 변 후보자는 이날 오후 국토부를 통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 그는 "4년 전 SH 사장 재직시 발언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돼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변 후보자는 "특히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앞으로 공직 후보자로서 더 깊게 성찰하고 더 무겁게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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