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재보선, 신공항으로 돌려막기?

검증위 "김해신공항 근본적 검토 필요"…'가덕도 신공항' 드라이브

정부가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전면 백지화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부적절하다는 검증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2002년에 시작돼 연구용역만 6차례 진행되는 등 18년 간 무수한 갈등을 빚어온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미 확정된 주요 국책사업마저 백지로 되돌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활용하려는 한다는 비판에도 정부는 아랑곳 않는 분위기다.

부산시장 선거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밀어주기?

검증위는 이날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검증 결과 브리핑을 통해 "김해신공항안은 안전, 소음, 시설 운영, 수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상당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며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해신공항 추진안은) 검증 과정에서 비행절차 보완 필요성, 서편유도로 조기설치 필요성, 미래수요 변화대비 확장성 제한, 소음범위 확대 등 사업 확정 당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던 사항들이 확인됐고, 국제공항의 특성상 각종 환경의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매우 타이트한 기본계획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공항 시설 확장을 위해선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제처 유권해석도 끌어들였다. 검증위는 "(법제처에) 따르면 계획수립 시 경운산, 오봉산, 임호산 등 진입표면 높이 이상의 장애물에 대해서는 절취를 전제해야 하나, 이를 고려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법의 취지에 위배되는 오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활주로 신설을 위해 공항 인근의 산을 깎는 문제를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은 점이 절차상의 하자라는 것이다.

검증위는 "산악의 절취를 가정할 때는 사업일정, 저촉되는 산악장애물이 물리적, 환경적으로 절취가 가능한지, 허용되는 비용범위를 초과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전성 등에 우려가 있고 확장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게 검증위의 결론이지만, 국책사업의 정책 일관성을 크게 훼손한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은 가열되고 있다.

2002년 이후 18년 간 모든 정권에서 갈등을 겪었던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박근혜 정부에서 김해공항을 확장 운영하기로 결론을 내리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당시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두고 고심하던 정부는 프랑스 전문기업에 타당성 조사를 맡긴 끝에 김해공항을 확장해 운영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이후 실시된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내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당선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2월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검증위가 설치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11개월 만에 검증위가 결과를 내놓은 셈이지만,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오거돈 전 시장이 물러난 탓에 실시되는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키로 결정한 직후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4일 부산에서 현장최고위원회에서 "시도민의 염원에 맞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가덕도 신공항에 힘을 실었던 이낙연 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토론에서도 "가덕도 등 새 부지에 대해 압축적으로 검증하자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가덕도신공항 시기를 단축하거나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특별법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여론몰이에 나섰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난감해졌다. 4년 전에 동남권 신공항 논란을 매듭지었던 국토교통부는 최근까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은 안전한 이착륙과 소음과 환경 피해 최소화, 대형 항공기와 장거리 노선 취항이 가능하도록 수립됐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해 왔다.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용역비 20억 원이 전액 삭감돼 여권 내부의 반발이 일자 김현미 장관은 "김해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특정 지역을 정하고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은 따르기 어렵다"고 맞서기도 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박근혜 정부 때 프랑스 업체가 최하위 점수를 매긴 방안이다.

그러나 여당의 공세가 거세지는 시점에 검증위가 김해신공항 부적격 결론까지 내림에 따라 국토부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처럼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정부와 여당의 가덕도 신공항 드라이브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야당은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덕을 보려고 무리하게 변경을 추진하려는 것 같다"며 "중요한 국책사업 변경 과정에 무리나 불법이 있다면 다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지키지 않은 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부산권 시민들의 지지가 높아 국민의힘도 전면적 비판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얘기하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동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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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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