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부동산 투기 때문에 수도 옮기자? 정상인가?"

與 행정수도론에 반대 재확인…주호영도 "빨리 거둬들이라"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여당발(發) 행정수도 이전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일부 충청권 의원이나 대선주자 등 당 내에서도 찬성론이 없지 않았지만, 당 '투톱'이 일제히 나서 여당을 비판하며 분위기를 잡아 나갔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최근에 웃지 못할 일까지 생겨나는데, 수도권 부동산 투기 대책이 성과를 못 거두고 국민 원성이 높고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니 급기야 내놓은 제안이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얘기"라며 "이게 과연 정상적 정부 정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행정수도 이전이 헌재 판결에 의해 위헌 확정된 상황인데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해석 없이 막연히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수도라는 게 그렇게 부동산 투기 정책 실패나 단순하게 언필칭 내놓는 '지역균형발전'으로 수도 이전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세종시를 만든 지가 언제인데, 그 동안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 유입이 어떤지 생각해 봤느나"면서 "지역균형발전, 수도권 과밀 해소에 아무 효력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또 "수도는 국제사회에서의 상징성도 있고, 수도권 거주 사람들의 안보적 심리 상황을 정부가 생각했나도 의심된다"며 "대통령께 요구한다. 정책을 좀 상식 수준에서 운영할 수 있는 정책팀 정비를 당장 단행하라"고 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느닷없이 행정수도 이전을 들고 나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수도권 집값을 잡지 못하고, 먹는 물조차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인천 수돗물 유충사태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등이 빈발하니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느닷없이 행정수도 이전을 꺼낸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주 원내대표는 "진정성도 없고 위헌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국민이 민주당 속셈을 모를 리 없다"며 "(행정수도 이전론을) 빨리 거둬들이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수도권 집값 폭등, 인천 수돗물, 박 전 시장 성추행 관련 등 제반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바란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당의 공식 입장이 정해진 바는 없다"며 "행정수도 이전은 청와대와 국회가 가는 것인데, 이전부터 우리 당 입장은 '위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행정수도 이전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다만 "세종시를 자족도시가 되도록 돕는 것은 행정수도 이전과는 별개 문제"라며 "기업들이 가는 것부터 세종시가 요구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그런 것을 좀 더 도와서 세종시가 행복하고 자족적인 도시가 되는 건 저희들이 돕겠다"고 했다.

그는 또 국회 분원 이전에 대해서도 "그건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봅니다. 저희들도 지난 총선 때 중앙당 공약은 아니지만 충청권 공약 중에 국회분원 설치도 들어 있었다"며 "13개 부처가 세종시에 가 있는 상황에서 거기에 있는 국장·과장들이 국회에 오는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분원을 설치하고, 필요하면 국회 상임위 회의를 세종시에서 하는 것은 저는 논의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주호영 "박원순 피소사실 누설, 중앙지검 수사해야…민주당, 재보선 무공천하라"

주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이 박 전 시장 측에 고소 사실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박 전 시장 성추행 문제가 권력형 성범죄에 더해 조직적 은폐 사건으로 확대되는 것 같다"며 "(피해자 측이) 서울중앙지검에 이 문제를 미리 알렸음에도, (중앙지검은) 가해자가 누군지에 더 관심을 갖고 면담을 거절한 일이 드러났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경찰이 고소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박 전 시장에게 (고소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검찰 보고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며 "누설 문제를 포함해 검찰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정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제기한 이유로 "누설 문제도 다뤄야 하고, 만약 (사건이) 제보·접수됐는데 뭉갰다면 직무유기 문제도 함께 불거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박 전 시장이 '자기편'이어서 사고 나는 것을 지연시키고 막아 보려 한 거라면 그 또한 중대 범죄다.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가 '중앙지검이 박 전 시장을 자기 편이라고 여겼다면'이라는 가정법을 사용한 것은, 단순히 검찰 공무원들과 박 전 시장이 모두 직책상 여권에 속한다는 사실을 언급한 게 아니라 최근 법무부-검찰 간 갈등 구도에서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을 간접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박 전 시장 사망으로 내년에 치러지게 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서는 "민주당 당헌에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일사불란하게 공천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며 "국민이 다 알고 결코 용납하지 않을거니까 그런 시도는 진작에 포기하고 일찍 '서울시장 후보 안 내겠다'고 선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보수 야권 단일후보론'에 대해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당이나 보수 쪽 정당에서 같이 공감대가 흐르는 것이 '문재인 정권이 너무 독재하고 있고 너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에 유리하도록 하는 상황은 만들 수 없다는 공감대는 많이 형성돼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야권 단일후보론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것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원래 정치라는 게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것 아니냐. 그래서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고 본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는 (서울시장 출마는)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 생각할 계획도 없다"며 "중요한 것은 국민이 반으로 나뉜 상황을 정치권이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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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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