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그린벨트, 대통령이 결단해 혼란 수습해야"

통합당, 부동산·박원순 관련 공세…"朴 성추행, 공권력이 조사해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논란 등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20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최근에 부동산 정책에 관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를 보면 혼란을 금할 길이 없다"며 "도대체 부동산 정책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은 장관대로 자기 나름대로 공급정책을 얘기하고, 경제부총리는 부총리대로 세제 얘기만 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그린벨트를 놓고 해제해서 집을 지어야 하느냐 아니냐(를 놓고) 국무총리도 다른 얘기를 하고 도지사, 법무장관까지 주택정책 관련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날 정세균 총리와 추미애 법무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그린벨트 문제에 대해 공개 발언을 한 사태를 지칭한 것이다. (☞관련 기사 : 여권 잠룡들 '그린벨트 해제'에 급제동, 청와대 "결론 안 났다" 급선회)

김 위원장은 "국민이 누구 말을 듣고 주택정책을 신뢰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대통령제에서 경제정책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현재 진행되는 주택정책에 관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어떤 방향의 주택정책이 앞으로 주택을 갖고자 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느냐는 대통령 스스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정부가 조세 저항으로 나타나는 국민 분노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참조해 달라"고 부연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주택문제 관련 시위가 발생하는 사태를 겪고 있다"며 "최근 금융, 세금 등등으로 인해 결혼한 사람은 혼인신고를 못 하고, 이미 결혼한 사람도 이혼해야만 자기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있다"고 문제 심각성을 강조했다.

통합당에서 부동산 문제 관련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도부에 포함된 김현아 비대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찬반토론은 대책이 발표되기 전에 내부에서 하셔야지, 안에서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언론 플레이 하듯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은 "대통령이 나서서 분명한 입장을 이야기하셔야 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라며 김 비대위원장 발언에 힘을 싣고는 "지난주 내내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된 정부의 책임 있는 자들의 엇갈린 발언들이 굉장히 부적절했다"고 거듭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은 "도시를 전공하신 분들이나 주택정책을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일단 서울시에 유휴 부지가 아직도 있다"며 "주거지역 안에도 용적률을 높이거나 건축 규제를 조금 완화해서 확보할 수 있는 주택의 수도 많이 있다. 상업 기능을 주거 기능으로 전환하는 문제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했던 주장과 비슷하다.

김 비대위원은 다만 "그런데 조금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자"며 "서울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면 서울의 주택 문제가 다 해결이 될까? 가격을 낮추고 공급을 충분히 늘리면 또 수도권 밖에서 서울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결국 서울의 집값 문제를 서울 안에서의 공급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통합당 등 보수진영에서 '공급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해온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주장이다.

김 비대위원은 "수도권 전체로 봤을 때, 서울로의 출퇴근이 용이하게 해 주는 문제, 서울에 있는 기업들이 분산 배치되는 문제 등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지역균형 개발이나 기업 이전 등에 대해 어느 정도 (나름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굉장히 부동산 시장에 초조해하면서 공급 확대를 그린벨트 해제라는 의외의 꼼수로 풀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전통적인 보수진영의 시각에서 나온 비판도 있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임대차 3법 통과를 주장하고 있는데, (3법 중 하나인) 전월세 상한제는 결국 집값 상승 여파로 전월세까지 급등할 거라는 예상 하에 만드는 법"이라며 "진성준 의원 말처럼 '집값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상정하고 (오히려) 올라간다는 예상 하에 '그러면 임대차도 오를 것이니 상한을 둔다'는 말이다. 정책이 모순되고 엉망진창"이라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미 법 시행 전에 전세를 올리거나, 전세를 거둬들여 월세로 돌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임대차 3법을 강하게 반대한다. 상임위에서 그 허구성과 부작용을 드러내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통합당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제, 추미애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원 행사 문제 등에 대해서도 대여 공세를 펴나갔다.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문제와 관련해 아직도 명확한 수사 방침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는) 자체 조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시 자체에 믿음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공권력이 당연히 개입해서 철두철미하게 이 상황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애 비대위원도 박 전 시장 사망일로부터 상당 시일이 흘렀다는 점을 지적하며 "열흘 동안 국가기관이 실질적 조치를 한 게 뭐냐"고 따졌고, 김선동 사무총장은 여권 광역단체장들의 잇단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당 차원의 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추미애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할 예정이라면서 "제출하면 내일(21일) 본회의에 보고되고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예상된다. 민주당으로부터도 많은 찬성표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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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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