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논란에…치고 나가는 이낙연, 미적미적 김부겸

李 "국민 분노 공감, 진상규명 협력"…金 "한쪽 입장만으로 진실 접근 어려워"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두 당권 주자,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15일 SNS에 올린 입장문에서 "고인을 보낸 참담함을 뒤로하면서, 이제 고인이 남기신 과제를 돌아봐야겠다"며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의 말씀을, 특히 '피해를 하소연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절규를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 의원은 "국민께서 느끼시는 실망과 분노에 공감한다"며 "피해 고소인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처절하게 성찰하겠다. 당과 제가 할 일을 마땅히 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특히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기를 바란다"며 "관련되는 모든 기관과 개인이 진상규명에 협력해야 한다. 민주당도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진상조사의 주체나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또 '당이 할 일'로 "고소인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을 들면서 "고소인과 가족의 안전이 지켜지고 일상이 회복되도록, 경찰과 서울시 등이 책임 있게 대처해 달라. 민주당도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권과 성평등, 성인지에 대한 당의 교육과 규율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는 "당에 요청해 성인지 교육을 상시화하고 그 이수를 의무화해, 공직 후보의 조건에 포함시키며, 당 소속 자치단체장과 의원 등에 대한 전면 점검을 통해 성 비위가 확인되면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등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나아가 우리 사회의 여성 억압 구조를 해체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그런 일을 향후 의정활동과 당 운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의원은 전날 입장을 밝혀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답을 하지 않았으나, 영결식 이틀 만에 나온 이날 입장문에서는 비교적 명확한 사과의 입장을 밝혔고 특히 진상조사 필요성, 여성 억압 구조 해체를 정치활동의 중요 과제로 거론한 점 등은 눈길을 끈다. 다만 진상조사의 주체·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과, 피해자를 시종 '고소인'으로 지칭한 점은 일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반면 김 전 의원은 전날부터 이 사태 관련 발언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나, 강성 민주당 지지층의 반응을 너무 세심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을 듣고 있다. 두 당권 주자의 지지율 위상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상규명 문제와 관련해 "고소인 쪽에서 어떤 주장을 한 바가 있으나 이 문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한 쪽 당사자의 이야기만 있다"며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 진상을 조사하자고 지금 나왔지 않느냐. 저는 객관적인 기구에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를 담당할 '객관적 기구'에 대해 "서울시인권위원회나 혹은 (국가)인권위원회 정도가 아니겠느냐"고 언급하면서도 "다만 고소인이 워낙 분명하게 자기 주장을 하셨으니까 그런 한 쪽 입장만 계속 있어서는 말하자면 진실에 접근하기가 어려울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을 되풀이했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의 개입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정말 어떤 법적인 문제까지 다투는 상황이 오면 수사기관까지 갈 수 있겠지만 아직은 그런 단계는 아니지 않겠느냐"며 "우리 사법 절차라는 게 무조건 개인의 사적 관계나 영역에 아무나 간섭하게 할 수는 없다"고 김 전 의원은 말했다.

야당에서 특임검사·특별수사본부에 의한 검찰 수사를 촉구한 데 대해 김 전 의원은 "고인의 죽음에 대해서 그렇게 정쟁거리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그렇게 몰고 가는 건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지만 또 고소인의 뜻도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고소인의 뜻이 아니라는 건 어떤 말씀이시냐'고 되묻자 그는 "고소인은 자신이 주장했던 부분들이 객관성을 띠고 있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 어떤 실체적 진실이 있다, 이런 부분을 확인하는 쪽에 (뜻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쟁이 돼서 다짜고짜 기정사실화하고 말씀들 함부로 하시면 자칫 고인에 대한 사자(死者)명예훼손이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전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진상규명 자체에 대해 "고인이 어제 우리 곁을 떠났으니까(전날 영결식을 의미) 사실은 조금 이른 질문인 것 같다"며 "저는 이렇게 (피해) 당사자가 주장할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고인에 대한 여러 업적이나 감사함을 표시하는 추모 자체도 존중돼야 된다고 본다. 때문에 지금 양쪽의 주장들이 쭉 그동안 엉뚱한 방향에서 서로 간에 논쟁이 일어나고 또 심지어 감정 대립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은 좀 차분해질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각자가 자기 주장을 분명히 하고 또 그 분들의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는 존중받아야 된다"며 "여성단체와 고소인 측에서 제기한 그 문제 자체가 어떤 정도의, 말하자면 법적인 주장인지 혹은 그냥 이분들이 자기들의 심정을 표현한 건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조금 판단을 해 봐야 될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피해자의 고발을 '당사자의 주장' 정도로 표현하고, 심지어 '그냥 자신들의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을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인 셈이다.

김 전 의원은 "저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주장은 나왔으니까 지금 조금 더 지켜보겠다. 왜냐하면 이건 고인의 명예와도 관계되는 문제이고, 함부로 제가 예단해서 답변드리기는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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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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