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뺄 만큼 뺐다?...여권의 "윤석열 임기보장" 선회 속내는?

임기 1년 남은 윤석열, 실제 힘 발휘는 6개월...윤석열 대권주자 부상 오히려 '땡큐'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여권의 기류가 미묘하게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등은 '스스로 결단하라'고 윤 총장을 몰아붙이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윤 총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윤 총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혼재돼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3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2년의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에 대해서 거취 문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일"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전날 "측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충성해온 조직을 위해 결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윤 총장 사퇴론에 힘을 실었던 바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 의원은 '결단' 발언에 대해 해명하며 "그런 이야기(스스로 물러나라는 결단)를 한 적이 없다. 거취 결단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특임검사를 임명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조직을 위해 좋은 일이라 권유한 것인데, 야당 원내대표는 마치 법사위원장이 검찰총장에게 사퇴하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오독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검찰총장이 여권으로부터 핍박받고 압력을 받는 것처럼 몰아가는 태도가 오히려 검찰의 중립성을 해치는 음모적인 태도 아닌가"라고 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거취 압박'이 실제 윤 총장을 몰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윤 총장의 힘을 빼는 데에 목적이 있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의 '약한 고리'인 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압박하면서 윤 총장의 운신의 폭을 좁히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 내에서는 '윤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건 정권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윤 총장의 남은 임기는 1년 남짓이다. 지난해 7월 임명된 윤 총장은 내년 7월까지 임기를 수행한다. 그러나 윤 총장이 가진 카드는 많지 않다. 내년 초 검사 인사철이 지나면 검찰 내 권력은 차기 총장에 쏠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 초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은 추 장관에 의해 철저히 배제된 바 있다. '인사권 없는 총장'이 조직 장악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내년 초 검찰 인사가 끝나면 윤 총장은 자연스레 '레임덕'에 빠진다. 그렇다면 윤 총장에게 남은 시간은 올해 말까지다. 그런 윤 총장을 굳이 물러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속셈이다.

따라서 여권의 '윤 총장 때리기'는 결국 윤 총장 길들이기 수준에서 머물 것이란 관측이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연루된 지방선거 개입 사건을 비롯해, 현재 검찰은 윤미향 의혹 등 여권의 약한 고리를 쥐고 있다. 검언유착 사건으로 비화된 VIK 이철 정치권 로비 의혹, 라임자산운용 정치권 로비 의혹 등도 검찰 수사를 기다리고 있다.

의혹의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지금 윤 총장의 힘을 빼 놓아야 윤 총장 임기 만료시까지 검찰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세간의 말처럼 윤 총장을 '대권 주자'로 키우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민주당 내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인사는 "윤 총장이 대선주자로 부상하면 우리는 오히려 '땡큐'다. 국정 전반을 아울러야 하는 대통령 직에 수사밖에 모르는 전직 검찰총장이 어울린다고 국민이 생각할까? 인기는 높아질 수 있지만, 그게 전부일 것"이라고 평했다. 오히려 윤 총장 사퇴가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게 여권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앞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총장이 무슨 대통령 후보를 하느냐"고 일축한 바 있다. '인기'와 '선거'는 별개의 문제란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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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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