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추경 '독재' 프레임 강조…민주당 "하루가 급하다. 시간끌기 불과"

주호영 "1주일 더 심사하자는 것도 거부당해"…여야, '추경 여론전'

21대 국회가 원(院)구성 협상 결렬 이후 파행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3차 추경예산안 심의에 최종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추경안 통과 시점을 1주일이라도 연기하자'는 통합당의 제안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거부당하면서다. 통합당은 일정 시점에 상임위로 복귀할 방침을 시사하면서도, 당분간은 냉각기를 가질 계획임을 시사했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회가 전개되는 모습을 보면 대한민국 민주화를 제대로 이룩했느냐 의심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민주주의는 원래 절차가 중요한데 그 절차가 무시되는 게 (현) 국회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 세금을 다루는 국회가 불과 한 며칠 사이에 35조 원이라는 커다란 추경 예산을 별다른 심의도 없이, 대통령이 '(7월) 3일까지 처리해 달라'고 하니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모습이 민주주의 발전을 증명하는 것인지 오히려 거꾸로 돌리는 상황이 아닌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숫자를 앞세운 민주당의 횡포와 폭주가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한 해에 무려 3차례나 추경을 하면서, 상임위에서 평균 2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인 1시간 57분 만에 38조 원을 넘겼다. (예산안을) 읽는 시간도 부족했을 터"라고 꼬집었다. 주 원내대표는 "코로나 때문에 한다는 추경에 민주당 의원들이 염치없이 3700억이나 지역구 예산을 '새치기'로 끼워넣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저희는 민주당으로부터 짓밟히고 폭거를 당했지만, 그래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추경 심사에 적극 참여해 필요한 예산은 꼭 반영하고 불필요한 선심 예산은 깎으려 했지만 '(7월) 3일 안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민주당은 이조차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35조 원 예산을 반드시 7월 3일까지 통과시킬 이유는 없다"며 "1주일이라도 더 심사해서 제대로 된 예산을 하자는 것조차 거부당했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도 "(추경안을) 충분히 심의할 용의가 있다면 들어가겠다고, 뺨을 맞았지만 국민을 위해 심사하겠다고 했는데 (민주당이) 거부했다"고 하기도 했다.

통합당이 '민주당이 추경안 처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심사 기간을 연장하자는 제안도 거부당했다'는 메시지를 연이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추경안 심사 불참에 대한 비판을 선제 차단하고 오히려 자신들을 피해자의 위치에 놓음으로서 동정적 여론에 호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에 '독주', '독재' 이미지를 씌우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회의에서 "역대급 졸속 추경"이라며 "이런 추경에 들러리로 참여할 수 없다. 청와대 거수기, 영혼 없는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 없다"는 명분을 강조했다.

다만 통합당도 상임위 복귀 시점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간담회에서 '통합당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 명단을 언제 제출하느냐'는 질문에 "더 정리가 돼야 하고, 국회 상황을 봐가면서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적의 상임위 배정이 끝나고 (난 후에) 필요하면 보임계를 낼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그 전에 국회의장이 '강제 배정'을 취소하고 사과돼야 한다"고 했다.

여당은 통합당의 '심사 기간 연장' 요구를 시간끌기라며 일축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자 <한겨레> 인터뷰에서 "추경안 심사는 이미 다 끝나 간다"며 "(1주일 미루기에는)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 하루가 급하다"고 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지도부 회의석상에서 "조금이라도 (추경이) 늦어질 경우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내일 중으로 반드시 3차 추경을 매듭지어야 한다. 추경을 기다리는 640만 국민과 기업의 절박한 사정을 더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조 의장은 특히 "국민 일자리를 지키고 소상공인과·위기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단 하루도 추경 심사를 늦출 이유도 여유도 없다. 통합당에서 '추경 처리를 11일로 연기하면 예산 심사에 복귀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는데 이는 시간끌기에 불과하다"고 야당의 제안을 단박에 거부했다.

조 의장은 "추경 심사가 졸속이란 주장은 그야말로 생트집에 불과하다. 당정은 추경 편성 단계부터 수많은 협의를 통해 사업 내용을 논의했고, 국회 절차대로 상임위·예결위에서 꼼꼼히 심사했다"며 "통합당의 속내가 3차 추경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면 아무 조건을 달지 말고 오늘 당장 복귀해야 할 것"이라고 백기투항을 종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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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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