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비대위냐 전당대회냐…김종인 "개념 없다. 관심도 없다"

심재철 "김종인의 '김' 자도..."

4.15 총선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이 20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당 수습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의총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의견과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는 의견이 엇갈려 나왔다고 의총을 주재한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전했다. 임시 지도부는 의원·당선자들의 의견을 좀더 수렴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 권한대행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진로와 관련해서 의원들의 여러 고견을 다양하게 들었으나, 서로 다른 의견이 여러 가지 나왔고 하나로 합일되지 않았다"면서 "모든 의원들, 당선자들 전체의 의견을 최대한 취합해 그에 따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 대행은 '김종인 비대위 구성론이 다수 아니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김종인은 '김'자도 딱 한 번, 다른 설명을 할 때 나왔다"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염두에 두고 (논의)한 것은 전혀 없었다. 비대위 방식으로 갈 것이냐, 조기 전대 방식으로 갈 것이냐 그 의견을 가지고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통합당 내의 이같은 입장차는 의원들이 언론 인터뷰 등에서 한 발언을 통해 공개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총선에 불출마하고 공천관리위원을 맡았던 김세연 의원은 이날 "근본적 대책은 당 해체에서 찾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김종인 비대위'가 최선"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비대위로 간다면 좀 더 안정적인 운영기간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관련 기사 : 김세연 "통합당, 식스센스 속 브루스 윌리스…몰락 끝나지 않았다")

역시 총선에 불출마한 정병국 의원도 지난주 "당이 혁신해야 된다. 말로만 혁신하는 게 아니라 원점부터 다 바꿔야 된다"며 "정말 우리가 공략해야 될 대상은 중간지대"라고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펼친 적이 있다. 김 의원과 정 의원은 모두 옛 바른정당 출신으로, 유승민계로 분류되기도 한다. 유승민 의원은 총선 다음날인 지난 16일 "보수의 책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했다. 더 성찰하고, 공감하고, 혁신하겠다"며 "백지 위에 새로운 정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했었다.

반면 5선의 조경태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및 YTN 라디오에 잇달아 출연해 "많은 당원들이 김 위원장을 원한다면 그런 쪽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면서도 "다만 비대위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문제라면서 "비대위의 성격은 총선 결과를 수습하는 차원에서 역할을 맡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비대위는 비상적으로 해야 되는 것"이라며 "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도 자칫 그 성격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당 내 문제를 수습하려면 당헌당규상 8월 전당대회가(치러지도록) 나와 있는데, 그 시기에 해도 되고 또는 좀더 한두 달 앞당겨서 해도 크게 무리하지 않다"고 조기 전대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정진석 의원과 함께 21대 총선 당선자 중 최다선으로, 차기 당 대표 및 원내대표 주자로 꼽히고 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저한테 어떤 역할이 주어진다면 헌신할 자세는 돼있다"고 의지를 밝히며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 등과도 "자연스레 통합의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오른 김태흠 의원도 전날 공개 성명서를 내어 "심 권한대행과 지도부 몇몇이 일방적으로 비대위 체제를 결정하고,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종인 전 위원장을 만난 것은 심히 유감스럽고 부끄럽다"고 사실상 '김종인 비토(veto)론'을 폈다.

김 의원은 "정당 내부에서 지도부를 구성하고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툭하면 외부인에게 당의 운명을 맡기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고 했다. 김 의원 역시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꼽힌다.

다만 양쪽의 의견이 모두 압도적 다수를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심재철 임시 지도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 권한대행은 "(의총에) 모인 사람들도 과반수는 넘었지만 압도적 숫자도 아니고, 빠진 분들도 있었다"며 "다시 한 번 의원들 본인 의사를 일일이 (물어) 집계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의총에서의 논의 양상과 관련해 "의견이 어느 한 쪽이 대다수가 돼야 (결정이) 되는데…"라며 "조속히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김종인 "통합당, 개념 없다"

이처럼 통합당이 당 진로에 관한 의견을 모으지 못하면서, 김종인 전 위원장 본인도 통합당에 대한 날선 반응를 내놓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한국일보> 등 언론 인터뷰에서 "103석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당을 추슬러야 다음 대선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라며 "생존의 문제가 달렸는데 그런 데 대한 개념이 없다"고 직격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번 선거(20대 총선)에서도 공천 문제니 뭐니 해서 선거가 그렇게 됐단 걸 아직도 반성을 못한다"며 "과거에도 그 사람들을 경험해봤는데, 그 당의 생리가 그렇다"라고 실망감을 드러내고는 "그래서 나도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특히 자신이 8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8월까지 뭐하러 가겠나. 그건 상식에도 맞지 않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최소한 반년 이상 기간을 갖고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할이 아니라면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김 전 위원장은 총선 기간에도 "총선에서 기회를 주신다면 이 정당을 유능한 야당으로 개조하는 일도 거침없이 임하겠다. 품격있고 실력 있는 정당으로 바꿔서 차기 정부를 책임질 만하게 만들어놓을 것을 약속드리겠다"(1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라는 등의 말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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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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