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통합당, 식스센스 속 브루스 윌리스…몰락 끝나지 않았다"

"근본적 대책은 당 해체, 어렵다면 '김종인 비대위'가 최선"

지난해 말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을 '좀비 정당'이라고 비판했던 미래통합당 김세연 의원이 총선 참패 후 당의 진로를 둘러싼 논쟁에 근본적 수준의 혁신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과거와의 단절", "당 해체"를 주장하면서, 현실적으로 당 해체가 어렵다면 '김종인 비대위'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2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선거 패배에 대해 "당에 한계 상황이 이미 왔기 때문에 이번 총선 결과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과거와의 단절이 필요하다. 지금 당 다수 구성원들의 상황 인식이, 아직도 70년대 산업화에 대한 자부심과 과거 경험에서 비롯되는 왜곡된 현실 인식 속에 갇혀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금 세상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먼저 갖추는 것이 필요한데, (당이) 특정 세대·지역 관점의 너무 강한 지배력 하에 갇혀 있다 보니까 새로운 세대, 수도권 다수 국민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을 제대로 못 느끼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짚으면서 또다시 '좀비 정당'론을 꺼냈다.

그는 "1999년 영화 <식스 센스>에 죽은 자의 특징이 두 가지로 요약돼 있다. 첫 번째는 자기가 죽은 걸 모른다는 것, 또 한 가지는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 돌아다니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것"이라며 "지금도 '사전투표 부정선거론'이 계속 보수진영 안에서 큰 화두가 되고 음모론이 계속 작동하고 있는데, 정말 환경 변화에 대한 기본적인 자각이 아직도 안 돼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해법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라도 (이번 선거를 통해) 더 높아진 영남 정서 비중을 좀더 수도권 중심 시각으로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한데 지금의 상황은 아직 그 단계까지는 충분히 진입하지 못한 것"이라며 "제가 생각하는 근본적 대책은 당 해체에서 찾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김종인 비대위'가 최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런 저런 논란이 있지만, 비대위원장 물망에 오르실 만한 분 중에서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고 또 우리 사회 중도가치를 대변하는 분"이라며 "현재 상황을 일단 인식과 진단부터 정확하게 하고 시작해야 되기 때문에 비대위 체제로 간다면 김 위원장님이 가장 적임자가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도 지금 청년 세대와 깊이 교류하면서 비대위로 이행될 때의 여러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하는 기사들이 나오는 걸 봐서 비교적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보고 계신 게 아닌가"라며 "현재 당선자들 위주로 구성되는 새로운 지도부보다는 비대위로 간다면 좀 더 안정적인 운영기간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라고 했다. 즉 김종인 비대위가 단기적인 위기 수습 차원의 역할만이 아니라 내년까지 중장기적으로 당 체질 개선 작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인 셈이다.

다만 그는 당의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그는 "좀 더 빠른 속도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며 총선을 앞두고 당에 합류한 청년 세대 인사들을 지도부로 발탁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도 "통합당은 이런 리더십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 해체가 근본 처방"이라고 했다.

그는 "불행히도 현재 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논의들을 볼 때, 아직도 몰락이 다 끝난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라며 "지금도 당 대표·원내대표에 대해 '누가 맡을 거냐', '내가 맡고 싶다' 이런 류의 논의가 나오고 있고,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내부 반발과 밖에서도 반대하는 기류가 또 있어서 위기 극복을 위한 최소한의 합의도 이루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락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 상황을 "터널의 가장 한가운데 있어서 빛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편 김 의원은 홍준표·김태호 당선자 등의 복당 문제에 대해서는 "선거 과정에서 '영구 복당 불허' 같은 논의도 있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지금 총선 직후에 당장, 즉시 복당이 되기는 여건상 어려울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복당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지금 이 논의에서 그 비중이 너무 커지는 것은 논의의 본질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일단 지금 당이 처한 상황부터 먼저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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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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