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진보정당 최초 4선 등정에도 웃지 못한 까닭

권영길‧노회찬의 창원 성산도 패배…정의당 위기 현실화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진보정당 최초로 4선 의원 고지에 올랐다. 진보정당 소속 여성 정치인이 수도권 지역구에서 이뤄낸 큰 성과다.

개표율 77%를 넘어선 16일 1시 30분 현재, 심 대표는 경기 고양갑에서 2위 후보를 4.6%(5800여 표) 차이로 앞서 당선이 확실시 된다. 이로써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한 심 대표는 경기 고양갑에서만 네 번 출마해 세 번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정치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공천한 거대정당 후보들과의 3파전에서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심 대표의 4선 등정이 더욱 빛난다.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는커녕, 민주당 지지층들 사이에 위성정당 참여를 거부한 정의당에 대한 비토 바람이 강하게 일어난 악조건을 극복한 결과다. 지난 19대 총선 때는 야권 단일화에 힘입어 불과 170표 차이로 신승했었다.

심 대표는 당선 소감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고심이 깊으셨을 텐데 저 심상정을 믿고 지켜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며 지역 유권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운동 과정에 보내주신 뜨거운 성원과 애정어린 질책 모두 가슴 속 깊이 담겠다"고 했다.

노회찬 전 의원 사후, 리더십의 한 축을 잃은 정의당은 심 대표의 생환으로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

그러나 심 대표 개인의 영광과는 별개로, 정의당이 처한 정치 환경은 오히려 열악해졌다. 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지역구를 기피하는 비례대표 쏠림 현상과 의정 경험을 쌓은 의원들이 1회용으로 소모되는 구조는 동전의 양면이다.

심 의원을 제외하면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구 선거에 출마한 정의당 비례대표 현역 의원들이 모두 패했다. 이 때문에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심 대표의 표정은 내내 굳어있었다.

특히 권영길, 노회찬 등 진보정치 거목들을 배출했던 경남 창원성산은 후보단일화가 불발된 여파로 여영국 의원이 재선에 실패, 미래통합당에 자리를 내준 대목이 뼈아프다. 인천 연수을에 출마한 이정미 의원도 3파전 구도를 자력으로 돌파해내지 못했다. 윤소하, 김종대, 추혜선 의원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개정 선거법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빗나갔다. 16일 새벽 1시를 넘긴 현재, 방송사들의 예측과 정당투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정의당은 현재 의석 수준인 5석 안팎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거대정당이 앞 다퉈 만든 위성정당들의 횡포, 특히 좌방 파트너십까지 봉쇄한 민주당의 정치 전략이 정의당을 고사 위기로 내몰았다. 다만 이번 총선을 통해 범진보 민주대연합론이 사실상 해체된 점은 진보정당의 외부 의존형 생존법이 시효를 다했음을 각성시킨 값비싼 교훈이다.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설정에 수동적이던 정의당의 태도는 지난해 조국 사태부터 현재까지 격렬하게 진행 중인 논쟁적 사안이다. 진보정당의 원칙과 가치를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리고 조국 전 장관에 우호적이던 당의 태도에 대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반성문이 진보정치 재구성의 시작점이다.

심 대표를 구심으로 새롭게 짜인 정의당의 젊은 의원들이 노동과 불평등 이슈 등 진보정당이 전통적으로 집중해온 의제와 더불어 기후 위기와 젠더 정치 등 세계적 화두를 21대 국회에 솜씨 있게 올려놓을지도 주목해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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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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