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수당도 생기는데, 월급은 그대로?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최저임금법 개악, 자본가는 만세 부른다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린 적이 없다.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어떤 지옥문이 열리는지 매일같이 새로운 내용들이 알려지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심지어 통상임금보다 더 넓어진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연장수당 계산의 근거가 되는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폭로되었다.

사실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오른 임금을 실제 지급받는 내년 초까지 기상천외한 꼼수들을 끊임없이 구경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번에 개악된 법안 조문을 보면, 법률전문가들조차 “이런 조악한 법문은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그러니 수많은 허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빈틈을 파고들면 엄청난 꼼수들이 생길 것이다.

특히 그런 빈틈을 귀신같이 파고드는 이들이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 노조 파괴를 일삼던 노무법인·법무법인들, 박근혜 정권이 추진한 노동개악 관련 각종 컨설팅을 담당했던 인사·노무관리 업체들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도 이들에게 ‘임금설계 컨설팅 특수’를 제공하며 돈벼락을 안겨준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다.

ⓒ민주노총

돈벼락 맞는 인사·노무관리 컨설팅 업체들

"우리 회사는 매일 식수인원만 취합해서 외식업체에 비용을 월말 정산해주고 있습니다. 이 경우 식대 수당을 신설해 개별로 지원하는 걸로 바꾸면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지요?"
"통근버스를 무료로 운영 중입니다. 차라리 교통비를 신설해 근로자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한 뒤, 전세버스를 이용해 현금이용 탑승으로 변경하면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을까요?"

이게 뭘까? 최근 인사·노무관리 컨설팅 업체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쇄도하는 질문들이다. 저런 질문을 하는 이들은 당연히 기업의 인사·노무관리 담당자들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동안 임금 항목에 없었던 식대와 교통비 등 수당을 신설해서 현금으로 지급한다니?

이게 바로 우리가 앞으로 자주 목격하게 될 ‘꼼수’의 하나이다. 없던 수당이 새로 생긴다. 그런데 임금은 오르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다. 왜 그럴까. 빈틈(!)을 찾은 것이다. 이번에 개악된 최저임금법 내용을 보면, 복리후생 수당은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되 아래의 항목만큼은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4항의 3호)
3. 식비, 숙박비, 교통비 등 근로자의 생활 보조 또는 복리후생을 위한 성질의 임금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
가.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하는 임금
나. 통화로 지급하는 임금의 월 지급액 중 해당 연도 시간급 최저임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된 월 환산액의 100분의 7에 해당하는 부분
식비·교통비를 통화, 그러니까 현금으로 주지 않고 현물(밥·반찬, 통근버스)로 제공해온 기업들이 작지 않다. 그런데 이 기업들이 정책을 바꿔서 식비·교통비라는 수당을 신설해 현금으로 지급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임금명세표에 찍히는 급여 총액은 늘어난다.

하지만 그동안 공짜로 이용했던 식당과 통근버스를, 이제는 돈을 내고 사용해야 한다. 식비·교통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빼고 나면, 내가 가져가는 임금은 하나도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신설된 식비·교통비는 고스란히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즉, 내년도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회사는 내 임금을 올려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현물 급여만 현금 지급으로 돌려도

없는 수당을 새로 만드는 것이니 근로감독관들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아니라고 해석할 것이다. 즉, 노동자들 뜻을 물어볼 필요도 없고 자본가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본가 입장에서는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 없이 임금인상 부담을 덜게 된다.

추가 비용은 없는데 현금으로 지급되는 급여 총액은 늘어난다. 이 경우 자본가들은 임금을 인상했다고 주장하며 정부로부터 각종 세제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훌륭한 꼼수가 어디 있을까. 임금인상 생색도 내고 돈도 벌고, 꿩 먹고 알 먹기, 마당 쓸고 돈 줍기 아닌가.

기업의 인사관리 담당자들이 저런 질문을 해온다면, 인사·노무관리 컨설팅 업체들은 이를 수십~수백 가지 방법으로 응용한다. “오호라~ 현물로 지급하던 급여를 모조리 현금으로 바꾸면 되는 거구나~!” 기업 경영 마인드라고는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한 나조차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례들이 있다.

A 업체의 경우 업무 특성상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업무용 휴대폰을 지급하고 사용요금은 회사가 정산해왔다. 이 경우 어떤 꼼수가 가능할까? 그렇다. 이제 본인 휴대폰을 사용하도록 하고 사용료도 개인 부담으로 돌린다. 대신 '통신비'라는 수당을 신설해 현금으로 지급하면 복리후생비가 되어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게 된다.
B 업체의 경우 영업사원이 차량을 이용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한다. 그래서 회사가 업무용 차량을 지급하고, 기름값 영수증을 첨부하면 실비 지원을 해왔다. 이 경우 등장할 꼼수는? 이제 개인 차량을 이용하도록 하고 기름값도 개인이 부담하게끔 한다. 대신 '유류비(교통비)' 수당을 신설해 현금으로 지급하면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어떻게 이런 짓을 벌이느냐고? 이번에 법을 통과시키신 더불어민주당에 문의해 보시라. 저게 말이 안 되는 얘기냐고 말이다. 법안의 허점과 빈틈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인사·노무관리 컨설팅 업체라면, 위에 사례로 든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기상천외한 꼼수를 내놓을 것이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

지금까지 사례로 들었던 얘기들을 종합하면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 일하는 시간 동안 밥을 먹고(식대), 일하러 가기 위해 교통수단을 이용하고(교통비), 업무를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하며(통신비), 영업을 위해 차량을 이용하는 비용(유류비) 등….

이게 다 뭔가?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키려면 기업이 당연히 부담해야 할 ‘업무비용’이다. 노동자가 사적으로 사용하는 통화 요금, 휴일에 가족과 놀러갈 때 사용하는 차량 비용, 출근 전에 먹는 아침식사 비용이 아니란 말이다. 기업이 이윤을 내기 위해 당연히 부담할 비용을 최저임금에 산입시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게 될 것이다.

대학병원 간호사, 철도 기관사, 시내버스 기사처럼 업무 특성상 불가피하게 밤이나 새벽에 퇴근하는 노동자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집에 가려면 자기 차량 또는 택시 외에 교통수단이 없다. 내가 새벽까지 술을 먹다가 택시를 탄 게 아니라 업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회사는 이 비용을 ‘교통비’라는 명목의 수당으로 지급해 왔다.

이걸 최저임금에 산입한다면 얼마나 억울한 상황인가. 차라리 새벽에 퇴근하지 않는 직장을 가졌다면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되니까 말이다. 남들이 자는 시간까지 고생해서 노동을 하는데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오히려 손해를 보고 말 것이다.

대표적인 복리후생 수당으로 볼 수 있는 ‘체력단련비’를 생각해보자. 이게 정말 노동자들 건강이 걱정돼서 체력 단련하라고 만들어준 수당인가? 임금은 올려줘야 되는데 기본급 올려주기 부담스러우니 억지로 만든 수당 아닌가. 그런데 이걸 기본급에 포함시킨 것도 아니고 대신 최저임금에는 포함시켜서 임금인상을 안 해도 되는 근거로 활용한다고?

자본가들 입장에선 “문재인 만세!”를 연호할 상황이다.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최저임금 올라도 임금인상 안 해줘도 되지, 그동안 현물로 지급하던 각종 업무비용을 현금성 수당으로 돌려서 노동자들에게 전가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자기들이 어떤 지옥문을 열어놓았는지 알고는 있는 걸까?

임금체계 단순화? 사기 좀 그만 치시죠

그런데 여전히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결코 손해가 아니란다. 심지어 정부와 여당은 산입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임금체계 단순화’의 길을 열었다는 말까지 한다. <인사이드 경제>가 지금까지 얘기한 것을 잘 보시라. 오히려 없던 수당도 새로 생기며 임금체계는 더 복잡해지며,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걷게 된다.

일체의 복리후생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고 기본급만 최저임금(월 157만 원)을 받는 노동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갑자기 회사가 식비·교통비·통신비·유류비 수당을 신설해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정책을 바꿔버렸다. 대신 식사, 통근버스, 휴대폰과 차량 사용 비용 모두 노동자 개인에게 부담하라는 것이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임금 항목

기본급

식비

교통비

통신비

유류비

최임 산입

급여 총액

기존

157

없음. 모두 회사가 부담해 왔음.

157

157

변경

157

13

6

5

10

180

191

변경

147

13

6

5

10

170

181


위 표에 나타낸 것 중 '변경 ①'에 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4개 수당을 신설해 급여 총액은 무려 34만 원이나 늘지만 노동자들이 손에 쥐는 돈은 달라지지 않는다. 전화사용도 하지 않고, 걸어서 출퇴근하고, 밥을 굶지 않는 한 식비·교통비·통신비·유류비로 34만 원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금체계가 단순화되기는커녕 훨씬 복잡해진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은 기존 157만 원에서 180만 원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복리후생수당 34만 원 중 157만 원의 7%(11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빼고 모두 최저임금에 산입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년 최저임금이 180만 원까지 오르더라도 회사는 이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자본가는 더 악독한 짓을 벌일 수도 있다.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이 저렇게 늘어난다면 굳이 기본급을 최저임금보다 높게 줄 이유가 없다. 기본급을 10만 원 삭감해 버린다. 그러면 위 표의 ‘변경 ②’에 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이 170만 원이 되니,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 낮더라도 불법이 아니게 된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로 오르면 월 173만 원이 되니, 회사는 이 노동자의 기본급 또는 수당을 3만원만 올려주면 된다. 하지만 이미 기본급을 10만 원 삭감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노동자가 실제 노동자가 손에 쥐는 돈은 올해보다 7만 원이 줄어든다. 그런데 명목상 급여 총액은 180만 원이 넘게 되니 자본가는 임금을 꽤 올려준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민주노총

교육비 산입범위 확대의 피해는 내가 감수할 테니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자본가들은 떼돈을 벌어들일 수 있게 된다. 인사·노무관리 컨설팅 업체들도 돈벼락을 맞는다. 이 법을 통과시켜준 국회의원들도 자본가들 후원금이 엄청나게 답지할 것이다. 이들 말고 또 짭짤하게 재미를 보는 사람이 없을까?

부끄러운 얘기지만 <인사이드 경제>를 적고 있는 필자 같은 사람도 돈을 좀 벌게 된다. 몇몇 노동조합에서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의 내용, 이것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하면 당연히 교육비를 챙기게 된다. 그러던 중 최근 이런 교육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액수가 많지는 않지만 교육비를 드릴 건데요. 아시죠? 여기에는 식비·교통비·숙박비가 포함되어 있고, 중요한 건 뒤풀이 비용도 들어갑니다. 교육 마치면 뒤풀이는 강사님이 쏘는 거에요."

교육하러 가는데 식비·교통비·숙박비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묻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장소가 울산이나 창원이라면? 게다가 2~3일 동안 연속으로 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숙박비를 받진 않더라도 누가 재워주긴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다행히 위 교육 요청은 멀지 않은 사업장이라 식비·교통비·숙박비는 부담스러운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뒤풀이 비용은 음… 이건 차원이 다른 얘기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서 내 돈이 더 나갈 수도 있다. 이거야말로 '교육비 산입범위 확대', '줬다 뺏는 교육비' 아닌가.

"저… 차라리 이렇게 하면 어때요? 제가 교육비를 안 받을 테니, 교육 마친 뒤에 밥과 술을 노조에서 쏘는 겁니다. 그러니까 … 현금 말고 현물로 달라는 거죠."

뒤풀이 참여인원이 작고 1차에서 끝난다면 교육비가 좀 남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교육에 대한 호응이 좋아 조합원들이 다 몰려와서 2차, 3차까지 가게 된다면? 그러느니 차라리 밥과 술이라도 편하게 얻어먹는 게 남는 장사가 된다. 이게 단순한 에피소드에 불과할까?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하는 임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니 차라리 상품권, 복지 포인트, 교통카드 등 현물 급여로 수당을 챙기는 게 임금인상의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란 말인가? 임금은 엄연히 '통화'로 '전액' '제때' 지급하는 것이 근로기준법 철의 원칙인데 말이다. 이건 '임금체계' 자체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말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야 교육비 못 챙겨도 밥과 술을 얻어먹으니 손해는 아니다. 교육에 호응이 좋아서 모든 조합원들이 문재인 정권의 최저임금법 개악을 기필코 폐기시키겠다는 결의만 다질 수 있다면, 당분간 교육비 산입범위 확대의 피해를 감수할 용의도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어떨까? 앞으로 반 년 이상 매일같이 새로운 내용이 폭로되는 상황을 감내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 피해가 저임금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에게 집중될 것이 확실한데? 하기야 뭐 이미 저질러버린 이들을 걱정해주는 건 사치스런 일이 되겠지. <인사이드 경제>는 다음에 또 새로운 내용으로 돌아오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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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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