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피해자 "미투 본질, 누가 흐리는지 생각해 달라"

[전문]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과의 30분 동안 일문 일답 진행

자신이 과거 정봉주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안젤라(가명, 피해자 A씨)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기자회견장에 참석했다. 미리 준비한 A4 2장 분량의 기자회견문을 읽은 안젤라는 이후 약 30여분 동안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안젤라는 "신상을 밝히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 달라"며 "회견 직전까지 두려움이 많았다. 만류하는 이들도 많았고 (두려움을) 떨쳐내는 게 쉽지 않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래 기자와의 일문일답 전문

기자 : 프레시안을 통해 (성추행) 기사를 내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그리고 정봉주 전 의원 관련, 성추행 자료나 추가 증인이 있는지 궁금하다.

안젤라 : 우선 제가 '미투'를 하게 된 배경부터 설명해야 할 듯싶다. 저는 미투에 대해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용기를 얻게 됐다. 정치권으로 미투가 넘어오게 된 게 안희정 전 지사 사건이었다. 당시 보도를 저는 타사 일간지 기자와 저녁을 먹으면서 보게 됐다. 그 자리에서 저는 그 기자에게 정봉주 전 의원과 '이런'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았고, 미투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제가 스스로 취재원인 동시에 기자가 될 수 없었다. <프레시안> 기자를 통해 미투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이 밝혔듯이 서 기자는 당시 제 사건을 공유하던 지인이자 2차 가해를 막아줄 신뢰가 있는 기자였다. 그래서 서 기자를 통해 미투를 하게 됐다.

그리고 성추행 관련, 추가 증거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현재 가지고 있는 증거는 수사 기관에 다 제출할 것이다. 덧붙여 할 말은 정봉주 전 의원은 방송에서 '성범죄는 증거가 없다. 그래서 철저하게 피해자의 증언, 혹은 제3자의 증언에 근거해 처벌할 수 있다. 피해자의 진술의 일관성이 있으면 처벌할 수 있다. 이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 말에 저도 공감한다.

기자 : 성추행 폭로 이후, 정봉주 측으로부터 연락 받은 적 있나.

안젤라 : 폭로 이후에는 그쪽에서 따로 연락 온 적이 없다.

기자 : 성추행 사건 이후 7년 동안 당시 사건이 안젤라에게 미친 영향이 궁금하다. 그리고 마지막 입장문에서 (성추행 관련) 증언을 해주겠다고 따로 연락 온 이들이 있다고 했다.

안젤라 : 6년 3개월 전 발생한 사건이다, 그리고 가해자가 이 사건 이후 곧바로 다른 건으로 구속 수감되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 저는 정 전 의원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다. 권력에 대항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면서 그분과 소통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존경심)을 악용해서 성추행을 했다. 배신감이 컸다. 하지만 곧바로 정 전 의원은 수감됐기에 대응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주변 사람들(사건 당일 만난 초등학교 동창들)에게 이야기하고, 당시 남자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정도였다. 관련해서도 그 당시 서 기자에게도 설명했다.

사건 당일 날 만난 초등학교 동창들에게 (성추행 사실을) 털어놨는데, 그들 역시 정봉주 지지자였다. 그들이 (당시 관련해서) 증언을 해주었다. 또한, 미투 폭로 이후, 그 이야기가 제 이야기인줄 알고, 여러 분이 증언을 해주겠다며 먼저 연락해왔다.

기자 : (성추행) 사건 있은 이후,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연락 받은 게 있는가.

안젤라 : 이 사건이라고 말하는 게 23일 성추행 사건인가. 구속 수감 이후 연락이 없었다. 하지만 나온 뒤, 연락이 몇 번 더 왔다. 안부 묻는 문자였다. 그때는 저도 기자가 돼 있을 때였다. 정 전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기자에게 해줄 이야기가 있다며 만남을 요구했고, 당시 기자로 있던 친구와 함께 보기로 했다고 했다. 그래서 알았다고 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만난 자리에서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함께 보기로 한 친구는 정 전 의원으로부터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기자 : 약속 장소에 가지는 않았나.

안젤라 : 혼자 그를 만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 전 의원에게 만나지 않겠다고 얘기했더니 정 전 의원은 자기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약속을 취소하느냐며 화를 냈다. 그 이후로 저는 그의 연락을 완전히 차단했다.

기자 : 폭로 이후 게시된 2차 가해성 게시글, 댓글 등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생각인가.

안젤라 : 현재 가장 큰 목적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진실을 밝히는 방법 중 하나가 고소라면 그것도 논의할 생각이다. 2차 가해 글이 난무하는데, 이 역시도 여전히 논의 중이다. 어떻게 대처할지.

기자 : 정봉주 측에서 제출한다는 780장의 사진 관련, 얼마만큼 인지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하려 하는가.

안젤라 : 780장 사진 있다는 건, 보도자료를 통해 알게 됐다. 그 사진을 차라리 다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 전까지는 사건을 구체적으로 기억했을 뿐, 시간을 특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을 특정하는 증거가 나온 이상, 그 사진이 다 공개됐으면 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사진에도 정봉주 전 의원은 두가지 모순이 있다. 첫째 오후 1~2시에 을지병원을 갔다고 했는데, 그 시간에 그는 홍대에 있었다. 또한, 23일에는 '민국파'가 자기를 동행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사진에는 그가 동행했다. 이렇듯 일부 사진만 공개하면서 모순점을 드러내는 게 의아하지만, 내가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이다. 빨리 전부를 공개해서 의문점을 해결해주길 바란다.

기자 : 정봉주 측 변호사는 정봉주 전 의원이 무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짐작하는 부분이 있는가.

안젤라 : 정봉주 측 반응에 대해서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 그날 성추행 사실이 있다는 건 진실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그거 말고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

기자 : 정봉주 전 의원이 경찰에 출석하면서 성추행 폭로 시점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표현했다.

안젤라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까 제가 했던 말을 다시 부연 설명하겠다. 우리나라 미투 운동 불기 시작한 게 지난달이었고, 이것이 정치권으로 넘어온 게 이달 초였다. 안희정 전 지사의 폭로가 있었던 게 5일이었고, 당시 같이 있던 동료 기자와 한 번 미투를 해보자고 했다. (성추행한 사람이) 당당하게 얼굴 들고 다니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후 6일에 폭로를 하기로 결심했고, 7일날 보도했다. 정봉주 전 의원 일정에 맞춰 하지 않았다.

기자 : 익명으로 성추행 폭로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안젤라 : 익명 미투를 선택한 이유는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 사건이 7년 전 이야기고, 여전히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만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기는 어렵다. 불특정 다수에게 익명의 공격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압박감이 있었다. 그럼에도 (성추행 사건을) 공개하고 싶었다.

기자 :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폭로 기사가 나오기 전날, 정 전 의원이 안젤라의 문자를 받고, '만나서 이야기하자' 그렇게 했다는데, 그런 연락이 온 것은 사실인가.

안젤라 : 사실 관계를 명확히 짚어야 한다. 정봉주 전 의원이 만나자고 한 건, 보도 당일 아침이었다. 보도되기 직전에 내게 만나자고 했고, 저는 사과한다면 만나겠다고 했지만, 읽고는 답이 없었다.

기자 : 렉싱턴 호텔에서 체크인 했다는 서비스(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포스퀘어')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린다.

안젤라 : 당시 서비스 명이 포스퀘어로 일종의 게임이다. 오프라인 장소에 가서 위치 기반으로, 모바일로 체크인해서 매니저십을 얻는 게임이다. 그 장소에 그 시간에 가야 하는 게 핵심이다. 인기가 떨어져서 저도 2013년 이후로는 안 써서 기억을 못했다. 체크인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장소에 '도착했다'로 이해하면 된다. '내가 모바일 기록에 남긴다' 그렇게 해석하면 된다.

기자 : 이번 미투 관련해서 언론이 진실공방으로 몰아가는 부분도 있다. 또한, 언론에서도 2차 가해를 하고 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의 알리바이를 알리는 수준이었다. 반론 보도는 없었다. 이런 행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안젤라 : 그 질문이 사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앉은 이유다. 제가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다보니 오해와 팩트가 아닌 부분이 함께 섞여 있는 듯하다. 저도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답답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와서 기자분들 앞에서 설명을 확실히 드리고 싶었다. 실명으로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송구하다.

변호사(안젤라 법률 대리인) : 이 사건을 수임하면서, 제일 걱정은 언론과 접촉이었다. 언론 접촉이 없을 수 없는 사건인데, 이 사건을 해야 하는가였다. 미투 운동의 본질은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제가 정말 많은 기사를 봤는데, 이와 관련된 기사는 많지 않았다. 진실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안젤라의 주장에) 허위가 있다면 법적 책임을 지면된다. 그걸 넘어서는 다른 프레임, 다른 음모론에 대해서 우리가 일일이 그것을 잠재울 방법도 없다. 이 자리를 준비한 이유는 진실의 한 자락이라도 남길 수 있겠다 싶어서 였다. 그 점에 대해 언론에서도, 사회일반에서도 '과연 이런 식으로 미투 운동을 대응하는 게 옳으냐' 하는 반성과 담론, 이런 것이 활발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끝끝내 신원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그 점을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

기자 : 불편한 질문이지만, 렉싱턴 호텔에서 어느 정도 같이 있었고, 성추행이 일어난 시점은 만난 시간으로부터 얼마나 지나서 일어났나.

안젤라 : 일전에 제가 입장문을 통해 말한 바 있다. 렉싱턴 호텔에서 1시간가량 기다렸다. 바쁘니깐 기다리라는 문자가 왔고. 만나는 시간은 짧았다. 20분 정도. 왜 짧았냐면 정 전 의원이 바빴기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단 둘이 만난 적은 이전에는 없었다. '남자 친구 있냐', '뭐도 해주려고 했는데 아쉽다'. 그렇게 이상한 말을 하니, 저는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옷걸이에 걸린 코트를 가지러 가려 하니, 정 전 의원이 저를 껴안고 입맞춤을 시도했다. 이후 그를 밀어내고 나가니 따라오지는 않았다. 그게 이 사건의 전말이다.

제가 억울하고 답답한 부분은 '입술이 스친 걸로 좋은 정치인 인생 망쳐놓는 게 아니냐'고 한다. 그리고 피해자가 어떻게 당했냐 만이 관심의 대상이다. 성범죄 가해자의 나쁜 의도는 전혀 논란이 되지 않는다. 정봉주 전 의원이 그날 왜 저를 그 자리에 불러냈는지는 저는 모른다. 그 사람의 나쁜 의도가 무엇인지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모든 성범죄를 바라보는 관점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 : <블랙하우스>나 팟캐스트 등에서 나온 내용은 피해자의 반론권 없이 일방적으로 나왔다. 언론중재위나 기타 기관 등에 진정 내지 고소할 생각이 있는가.

안젤라 : 다양한 방법 등에 대해서 변호사와 논의해 볼 예정이다.

차미경 : 정 전 의원이 이 사건의 실체 관련해서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하면서 이 사건을 보도한 프레시안을 고소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보통 이런 경우는 취재원(피해자)을 고소한다. 그러면 우리가 정 전 의원을 상대로 무고로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이 그러지 않아) 그런 구도가 안 돼 있다. 우리는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는 법적 절차를 고민 중이다. 어느 정도 결론은 가지고 있는 상태다. 조만간 결론을 내릴 생각이다.

기자 : 경찰 측에서 (프레시안 고소건 관련) 참고인 통보를 받았나.

안젤라 : 참고인 조사 통보를 받았고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할 것이다.

기자 : 성추행 폭로를 두고 정 전 의원은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정치적 의도를 언급했다.

안젤라 : BBK 관련, 정 전 의원의 노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건과 이 건은 별개다. 성추행은 연관성이 없다. 이번 건으로 정치인 정봉주는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괴물을 잡으려다 괴물이 되려는 건 아닌지... 시민이 판단할 몫이지만, 정치인의 판단 잣대에는 도덕성도 있고 생각한다. 정치 의도 운운하면서 미투 운동을 훼손하려 하니 답답하다.

기자 : 전 남자친구에게 이메일을 존댓말로 써서 보냈는데, 그것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안젤라 : 이메일에서 존칭을 사용한 이유는 사적인 이유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이메일의 증거 능력이 소멸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메일을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다. 조작 논란에 대해서 당당하다.

사회자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젤라 : 입술 스친 정도로 유명 정치인을 망쳐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저는 유명 정치인이라고 국민을 성추행 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존경하는 정치인에게 당한 성추행은 옆집 아저씨에게 당한 성추행보다 더 모욕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보도 이후 미투 본류가 흐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데 묻고 싶다. 누가 미투를 흐리고 있나. 정봉주 전 의원은 이 사건을 알리바이 공방으로 몰고 가고 있다. 미투 본질을 흐리는 사람이 누군지 꼭 한 번 생각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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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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