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에게 보험이 웬 말이냐고?

[예술인 고용보험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인 좌담회

문재인 정권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예술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복지를 강화하여 예술인의 창작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과제의 주요 목표는 예술가의 지위 및 권익 보장을 위한 법을 제정하고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를 도입하는 것.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는 2019년 시행을 목표로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인들에게도 실업급여 혜택을 제공하는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고용보험법, 예술인복지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을 올해 상반기 중 추진할 계획이다.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는 임의가입과 강제가입을 병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고용보험이라면, 고용된 노동자들이 가입하는 것 아니었던가? 누군가에게 고용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노동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예술인을 위한 고용보험이라니,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실제 일반 시민들은 물론, 예술인 당사자에게도 고용보험이라는 개념은 생소하다. 이에 그간 <프레시안>에서는 예술인들이 어떤 노동을 하고 있으며, 왜 고용보험을 필요로 하는지를 현장 예술인들에게서 직접 들어 보는 연재를 진행했다.

(☞ 관련 연재 바로 가기 : 예술인 고용보험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 5일에는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인 예술인들이 모여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를 둘러싼 오해, 그리고 예술인과 사회인의 간극 등을 이야기하는 좌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김소연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작가, 하장호 예술인유니온 위원장,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위원장, 정안나 서울연극협회 복지분과 위원장,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주우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사무국장, 현린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아래 좌담회 전문.

▲ 좌담 모습. ⓒ현린

"예술인에게 사회적 지위가 존재하나"

현린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 <프레시안>에서 총 6회 연재된 '예술인 고용보험이 필요하다'가 마무리됐다. 일반 시민들에게 예술인의 고용보험이 왜 필요한지를 알리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하장호 예술인유니온 위원장 : 이야기하고 싶었던 핵심은 '예술인에게 사회적 지위가 존재하느냐'였다. 사회적 예술인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예술인의 복지는 예술인에게 어떤 특혜를 주는 게 아니라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 그리고 시민권 확보를 위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예술인이 직업인으로서, 즉 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권리가 왜 예술인은 보장되지 못하는지 고민했다.

사실 나는 예술노동이 무엇이냐를 떠나 예술인이 시민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으로는 시민으로 누려야 하는 것이 왜 예술인에게는 멀리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고민 없이 예술가의 가난, 그리고 비극만을 부각하며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식으로 설득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안병호 영화산업노조위원장 : 우리가 노조를 처음 만들었을 때, 우선해야 했던 것은 우리는 예술가가 아니라는 부정이었다. 영화는 예술 예비단계, 이 단계를 거쳐야 감독이 된다. 그래야 예술가라는 대접을 받는다. 그렇기에 그 전 단계(스텝 등)에 있는 이들은 '예술'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했다. 오랫동안 (스텝으로) 현장에서 일하지만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예술이기 전에 노동의 문제로 접근하는 게 필요했다. 다른 이와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특수한 노동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접근한다 해도 영화 제작이 도제식이다 보니, 그리고 그 과정을 거쳐야 '예술인'이 되는 식이다 보니 쉽지 않았다. 도제 과정에서 영화인이 소모되는 식이었다.

연말, 연초가 되면 영화산업노조에 (언론에서) 항상 문의가 온다. 1000만 영화가 나오는 상황임에도 반면, (영화 스텝이) 얼마나 가난한지를 이야기해달라고 한다. 단적으로 비교하면, 우리는 그렇게 가난하거나, 불쌍한 대상으로서 처우 개선을 바라는 게 아니다. 일한 만큼 대우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하장호 : 하지만 지금의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는 자기가 얼마나 가난한지, 그리고 왜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예술가로서 어떠한 사회적 기여를 하고, 그에 따라 당연히 권리를 보호받는 식이 아니다. '나는 소득이 이만큼밖에 안 되기에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방식으로 가다 보니 예술가들 자존심이 상한다. 예술인 복지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인하고, 이러한 예술을 생산하는 예술가의 생활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자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

안병호 : 영화 스텝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한다고 하면서 하는 말이 '처우 개선'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가난을 벗어나게 하겠다는 프레임이 씌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는 아직도 이런 프레임으로 생각한다. 영화 스텝이 혹사당하고 열악한 처우에 있으니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식이다. 그런데 그런 방식이면 더 나아가기 어렵다.

정안나 서울연극협회 복지분과 위원장 : 문화 향유 차원에서 '예술은 공짜'라는 것을 국가가 어느 정도 부여했기에 그러한 부정적인 프레임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하는 예술 관련 강연은 무료가 많다. 그렇다 보니 반대로 예술 관련 강연을 할 경우, 사람들은 '왜 돈을 받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이 일을 하면 당연히 돈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어느새 사람들은 이것을 잊어버리는 식이 됐다.

김소연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 작가 : 작가도 두 부류로 나뉜다. 경력을 쌓고, 학교에서 자리를 잡거나, 아니면 아카데미 등에서 입지를 굳힌 작가는 예술인 복지에 관심이 없다. 나와 해당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받을 혜택도 없다. 복지 관련해서 구휼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발언권을 가진 분들은 오히려 예술인 복지에 관심이 없다. 작가연대 안에서 작가 권익을 위해서 활동하자 했을 때, 대외적으로 인지도도 있고, 쉽게 이야기하면 입김이 있는 그런 선배, 선생을 모시자고 하지만 막상 그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되면 연령대, 계급적 차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요한 점은 (예술계 내에서도) 이쪽 따로 놀고, 저쪽 따로 노는 식의 분열, 분화 형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내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을 두고 '글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것을 뭘 그렇게 신파적으로 썼느냐. 소설 썼네'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자기 자리를 확보해서 제자도 길러낸 분들은 일흔이 넘어서도 왕성히 활동한다. 대기업 직원이 50대 넘으면 언제 잘릴지 모르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그런 분은 문학을 돈으로 하느냐고 하지만 정작 그분은 (돈을) 잘 번다. 그러면서 출판 시장이 어려워져 덩달아 어려워진 신진 작가들에게는 '걱정이네' 이렇게만 말할 뿐이다. 내부 안에도 그런 것이 있기에 (예술인 복지는) 이중적인 어려움이 있다.

정안나 : 이번 (미투 운동) 사태에서 제일 놀란 거는 (연극계에서의) 거장이라고 하는 분의 출연료였다. 편당 연출료로 1500만 원을 받았는데, 사실 연극은 1년에 최대로 잡아도 4편 정도를 연출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연봉 6000만 원이다. 거장이 6000만 원이라니... 또 다른 의미에서 매우 충격적이었다. 거장이 돼 봤자 6000만 원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 영화 <오피스> 현장. ⓒ안병호

"모든 게 재능기부가 됐다"

김소연 : 요즘도 재능기부 많이 있나.

안병호 :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모든 게 재능기부가 됐다.

김소연 : 얼마 전에 내가 활동하는 곳(지자체 도서관 등)에서 재능기부자를 찾았다. 내가 하라면 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와중에 재능기부까지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동시에 나의 전문 스킬(글쓰기)을 공짜로 가져가면서, 이것을 (재능기부라는 것으로) 미화를 통해 착취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입 밖으로 (그런 말을) 꺼내지 못했다. 재능기부는 아름다운 거니깐.

주변에 재능기부한 작가가 있다. 1년에 30회나 글쓰기 강연을 했다. 무척 힘들다고 했다. 그분에게 '그렇게 다녀도 좋으냐'고 물었더니 '그래도 좋은 일 하는데, 힘을 보태는 게 좋지 않으냐'고 했다. 멋있어 보였지만, 씁쓸했다. 그분은 재능기부 이외에 돈 받는 강연도 많이 하는 분이다. 그분에게 '선생 같은 분이 있어서 우리 강연료가 10년째 30만 원이다' 이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면 내가 돈만 밝히는 나쁜 사람이 된다. 재능기부는 아름다운 일이니 딴지도 못 건다.
하장호 : 중요한 이야기다. 개인이 할 수 없는 말이다. 재능기부의 문제를 개인이 '이런 식으로 해요'라고 지적하면, 그렇게 지적한 사람을 배제하는 식이다. 네트워크나 단체 등에서 가이드를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기 선생도 와서 재능기부하는데, 니가 강연료를 받으려 하나'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기초·광역재단에서 하는 사업에서는 재능기부를 쓰지 않는다는 행정적 가이드를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안 그러면 반복된다.

김소연 : 재능기부를 해주는 분들 때문에 (또 다른 작가는) 그 자리에 정당한 대가를 받고 강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다. 재능기부 하는 분은 그럴 만해서 하겠지만, 그 선의가 결과적으로 나머지 구성원에게는 피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전혀 그런 식의 사고 논리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속앓이만 하는 식이다. 그 누구도 말을 못 꺼낸다.

하장호 : 도시재생 사업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책이 됐다. 하지만 도시재생 사업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지역에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기존 재개발 사업과 연결해 사업구성이 진행되는 도시재생 사업의 경우, 가령 사업을 3년 계획으로 했으면 1년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기간으로 잡는다. 여기서 커뮤니티를 만드는 핵심에는 예술이 있다. 예술을 매개로 사람 모아내고, 연결해내고 의제를 발굴하는 등을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2,3년 차에 사업을 진행한다. 문화예술이 단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중요한 도구로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어떤 재생 현장에서는 그런 예술인의 역할을 재능기부로 '퉁'친다. 더구나 이런 예술인들이 지역에 참여하는 게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고,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연구하는 게 없다. 주요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린 : 사실 재능기부보다 더 문제가 되는 언어가 공유경제라고 생각한다.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사회자원을 이윤생산에 써먹는 틀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버택시의 경우, 노동자가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카카오택시 앱을 운영하는 이가 수수료를 중간에서 빼간다. 이익을 당기는 것이다. 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예술인 노동도 그런 형태로 착취당하고 있는 식이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의 경우, 재능기부로 노동을 기부하는 식이다. 예술고용보험 운동은 비제도권 영역에 있는 예술노동자들을 제도권 내로 편입하겠다는 운동이다. 이는 우리 예술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노동들을 착취하는 자본주의 플랫폼 속에서 의미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저항적인 예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비판적이어야 하는 예술이 제도권 내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냐'고 비판하지만, 오히려 제도권에 편입해서 얻어낸 예술인의 시민권이 예술인에게 오히려 사회적 아방가르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뮤지션유니온

"일 시켜놓고 적당히 '얼마'라는 식으로 하지 말자"

김소연 :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도 문제가 많았다. 처우와 대접을 개판으로 했다. 자봉이라는 이름으로 인력을 충당해놓고서 말이다. 올림픽이라는 게 상업적이지 않나. 거기서 나온 수익은 어디로 가져가나. 올림픽을 관람하는 국민으로서 궁금했다. 연장선에서 우리 예술인도 사회봉사하고 재능기부를 한다. 이런 활동이 수익 구조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 그 수익은 대체 누가 가져가는지 궁금하다.

정안나 :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우리가 하는 (노동예술) 행위의 시간에 대해서 최저예술임금만이라도 적용해달라고. 적당히 '얼마'라는 식으로 '퉁' 치지 말자는 이야기다. 그러면 지자체 행사에서는 얼마나 나올까 궁금하다. 불공정거래위원회 만들고, 관련해서 표준계약서 만드는 것보다 이것이 선결 조건이 아닌가 싶다.

하장호 : 그 연장선에서 나는 사실 직업으로서 예술에 대한 분류 및 조사가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직업을 예술이라고 통일하는데, 영화 일 하는 스텝과 글 쓰는 작가, 축제공연 기획자, 이들 모두는 서로 하는 일의 방식, 투여 시간 등이 다 다르다. 그렇기에 각각의 일에 대해 어떻게 임금을 산출하는가도 역시 달라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각 분야에 대한 조사 데이터가 없다. 현재 대부분이 적당히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퉁'치고 가는 이유다. 이것은 나중에 구체적인 (예술 관련) 제도 정책이 나왔을 때, 우리 내부 안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우리는 이 제도에서는 적용이 안 된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연예술 관련해서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공연 직업 분류만 20개가 넘는다. 제도적으로 정리를 해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없다.

현린 : 같은 예술이라 불리지만, 이를 분류하면 정말 다양한 장르로 나뉘고, 그것으로도 분류 안 되는 것도 많다. 예술고용보험 문제도 이런 다양성으로 적용하면 쉽지 않다. 그렇기에 예술고용보험 문제를 다룰 때의 첫 번째 문제는 당사자가 있느냐다. 자기 현장에서 예술고용보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당사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당사자를 조직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조직이 어려우면 방금 이야기한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정부가 해주지 않는다.

두 번째는 예술고용보험이 현행 기준으로 보면 고용된 사람에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예술계 안에 스펙트럼이 많다. 따져보면 정규직 가까운 이들이 소수이고 75% 정도가 프리랜서다. 알음알음 섭외되고 계약하는 이도 상당하다. 여기에 또 한편으로는 아예 돈 벌 생각을 안 하는 부류도 있다. 그런데 예술보험은 소속을 둔 예술인으로 그 대상을 한정하고 그들이 예술 전체라고 정의한다.

또한, 대중의 머릿속에는 예술이라고 하면 빈센트 반 고흐밖에 없다. 그런 반 고흐에게 보험이 웬 말이냐는 식이다. 자본주의하에서는 마트 진열대 위 상품만 보지 않나. 상품이 만들어지는 공장을 볼 기회가 없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문화산업 전체 규모가 총 100조 원이다. 그렇게 커진 시장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즉 현장에서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는 알려지지도, 알아주지도 않았다.

안병호 : 예술고용보험 의제는 고용의 여부다. 하지만 고용이 어떻게 돼 있는지는 보지 않았다. 이 사람이 어떻게 고용됐는지는 보지 않고, 정시 출·퇴근과 일하는 곳이 명확한가만 본다. 만약 그것에 부합하면 고용보험이 된다. 그런데 예술계에서 고용은 굉장히 다양하다. 회사에서 직접 일하는 예술인이지만 고용형태는 프리랜서다. 그 회사에서 이 예술인에게 임금을 주는 게 아니다. 이럴 경우, 고용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고용 관련해서, 2대보험만 적용하는 경우도 있는 등 가변적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고용보험을 다룬다면, 예술계의 고용이 다양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 지금 당장 가장 좋은 것은 기존 제도에 편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문광부에서 해야 하는 일이다. 예술고용보험이 좋냐, 아니냐 말고 기존 제도에 (예술인의 복지를) 편입하도록 하는 역할은 문광부의 몫이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따로 제도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문체부는 예술인들을 기존 제도에 편입하려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아무 고민이 없었던 것이다. '예술하는 사람은 예술인이다, 특수하다'. 이렇게 정의될 뿐이다. 왜 이 사람이 특별한지에 대한 고민 없이 그냥 공무적 일만 하는 식이다. 백화점식 일을 하고 있다. 전체적 큰 틀에서 문체부가 노동부가 협업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하장호 : 현 고용보험 제도를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 고용보험 제도 안에서 일반 노동 말고도 자영업자, 농어촌, 건설 일용직은 별도다. 그런 식으로 고용법 체계로 들어갈 때, 복지로서 안정이 생기는 게 있다. 재원으로도 고용보험 재원으로 해결하는 게 쉽다. 별도 재원은 힘들다. 기획재정부와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재원이 있어야 정책적으로 안정성이 생긴다. 사실 예술가에게 있어 (재원의 존재는) 더 신뢰도가 높은 것이 된다. 기존 제도 안에서 하면 '어 그런 게 있어' 이런 식이 된다.

ⓒ현린

"노동의 관점에서는 제조업이나 영화나 다르지 않다"

안병호 :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듯하다.(웃음) 가끔 영화를 시작하려는 친구들에게서 '영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 그러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왜 영화를 하려고 하느냐. 때려치우고 다른 거나 해라' 이렇게 이야기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는 벌써 십수 년째 반복되고 있다. 이는 영화만이 그런 게 아니다.

하장호 : 그러면 내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웃음) 과거 예술유니온 모임을 준비하면서 예술노동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공론화했을 때, 80~90%는 '예술가가 왜 노동자냐'고 비판했다. 2014년 공연법 개정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도 '왜 연극예술하는 사람이 노동자냐'고 반문했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한 그분이 2년이 지나고 난 뒤, 공연예술인 노동자 모임 만드는데 같이 했다. 예술계 안에서도 처음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물론, 지금은 반대하는 이가 여전히 있지만, 적어도 이제는 '예술가=노동자'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생뚱맞은 이야기로 치부되지는 않는다.

또 하나는 지난주에 웹툰 작가 70명이 모임을 가졌다. 거기가 불법 사이트 때문에 피해가 심한 상태다. 이전이었으면 그냥 발만 동동 구르고 저작권협회 등에 청원하는 식으로밖에 대응하지 못했다. 저작권이 침해되는 불법이지만 손을 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피해 당사자들이 지금은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자기들의 활동을 만들어가는 식이다.

웹툰 작가도 도제식 구조다. 자기 노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 자기도 (위에서 시키는 구조가) 되기에, 물고 물리기식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노동권도 같이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 흐름을 초기 예술유니온에서 만들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임이 잘 굴러가고 있다. 당사자 운동이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이런 당사자 운동이 잘 쌓여간다면 이 안에서 예술가 지위와 권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담론이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안병호 : 영화에서는 연출부 막내로 들어온 스텝의 꿈은 감독이다. 그런 이가 90% 이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점차 바뀌고 있다. 연출부 스텝이라는 직함이 단순히 감독으로 오르기 위한 과정으로 치부되는 게 아니라 영화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스텝들이 받는 돈이 매우 적다 보니 계속 위로 올라가는 것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위로 올라가지 않더라도 현재 위치에서 가족과 생계를 꾸려서 나가는 게 가능하게 됐다, 그렇다 보니 굳이 감독을 하려는 꿈을 꾸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영화 안에서 직업을 찾고 그 직업을 유지한다는 것은 도제가 점점 없어지고, 기능인으로서 영화에 참여하고, 영화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의미기도 하다.

현린 :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시길 바란다.

주우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사무국장 : 방송연기자는 고등법원에서 노동법에 적용받는 노동자라는 판결을 받은 상황이다. 세상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 의해서도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을 잘 알리는 홍보 활동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소연 : 각 예술 장르마다 상황, 형편이 다르고, 구조도 판이하다. 그렇기에 이것을 하나의 고용보험이라는 틀 안에 욱여넣는다는 게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말이 좋아 다 같은 예술인이지, 각자 서 있는 자리가 다르고, 환경도 다르다. 그렇기에 각자가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 쪽에서도 이 판은 어떻게 굴러가고 어떻게 밥벌이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정보공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번 <프레시안> 연재에서 얻은 가장 가치 있는 팁이었다.

안병호 : 처음 영화할 때는 감독이 되기 위해 버티는 게 당연했다. 그렇지 못하면 도태된다 생각했다. 제조업 노동자가 24시간 내내 일하면 언론 등에서 지적한다. 하지만 영화업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그 속에서 일하는 스텝의 이야기를 접하면 '이제 알았다. 불쌍하네' 이렇게 반응한다. 노동의 관점에서는 제조업이나 영화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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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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