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불법자금 수수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자택 등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칼끝이 서서히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모양새다.
5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천 회장과 최 전 위원장 등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 수사진을 보내 문서와 장부, 컴퓨터 저장장치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MB 측 불법자금 수수 과정에 이팔성(74) 전 우리금융 회장, 김소남 전 새누리당 의원,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등이 관여한 단서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이팔성 전 회장이 2007년 10월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측에 선거자금 용도로 8억 원을 건네는 등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총 22억5000만 원의 불법자금을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또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받고자 이 전 대통령 측근 인사에게 공천헌금 명목의 자금을 전달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그룹인 '6인회' 일원으로서 이명박 정권의 실세 중의 실세라는 평을 들었던 인물이다.
이명박 정권 초대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해 4년간 미디어법 개정과 종합편성채널 선정 등 정부의 '방송 장악'을 진두지휘했을 뿐 아니라, 국정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해 '방통대군'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러나 측근 비리 의혹, 국회 상임위 위원들에 대한 돈 봉투 전달 의혹 등에 휩싸였고,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브로커로부터 8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천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대학 동기로 국내 경제계와 정·관계에 폭넓은 인맥과 영향력을 자랑하며 이명박 정권의 '숨은 실세'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업인으로,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통로로 의심받아 왔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다가 이상득 전 의원과의 불화로 멀어진 정두언 전 의원은 천 회장이 이명박 정권의 각종 불법자금 수수 의혹에 관여했을 것으로 밝힌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1일 교통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무원이 대기업 고위직하고 직접 (연락)하면 자국이 남기 때문에 누가 대신 매개체를 한다"며 "메신저를 천신일 회장이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교통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돈 문제' 등에서는 천 회장이 '다리' 역할을 하고, 최 전 위원장과 이상득 전 의원(MB 친형)이 '최종' 수신자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발언했었다.
천 회장은 이명박 정권 시절에도 각종 구설수에 올라왔었다. 그는 기업 대표로부터 워크아웃을 빨리 끝내도록 도와달라는 등 청탁과 함께 46억여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10년 12월 구속기소 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3년 1월 나란히 특별사면된다.
관련해 정 전 의원은 지난 1월 21일 C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천신일, 최시중은 왜 사면을 했겠느냐"며 "이 사람들은 좀 두려운 사면을 했을 거다. 다른 소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라고 추정했다.
천 회장과 최 전 위원장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착수한 검찰은 조만간 이들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들에 대한 수사는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시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시점은 3월 중순께로 점쳐졌지만, 천 회장과 최 전 위원장 등 뇌물 혐의 관련 수사가 확대되면서 소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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