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파, 신당 당명 2배수 압축…安 '미래', 劉 '국민바른'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추진위원회' 확대회의를 갖고 신당 당명 결정에 관한 논의를 벌였다. 그러나 당초 이날 있을 예정이었던 당명 결정은 다음날까지 연기됐다. 유의동 통추위 공동대변인(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미래당'과 '바른국민' 2가지로 압축했고, 2가지를 가지고 내일 오후에 다시 모여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종 후보작 중 안 대표는 '미래당'을, 유 대표는 '바른국민'을 좀더 선호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 첫머리에서도 안 대표는 "당명은 국민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명은 우리 정체성을 잘 나타내면서도 동시에 국민들에게 쉽고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던 반면, 유 대표는 "지지자와 당원들이 많이 응모를 해 주셨다. 그분들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서 국민들에게 저희 당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이름을 잘 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 대표의 말은 '미래' 등 신당의 가치를 담는 쪽에, 유 대표의 말은 당명 공모에서 최다 추천된 '바른국민당' 쪽에 좀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됐다.
신당의 지도체계와 관련해서는 이날 별도 논의가 있지 않았다고 회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유 대표는 회의에 앞서 "당명을 정하기 위해 모인 자리이지만, 당명 외에도 앞으로 통추위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으나 실제로 다른 이야기까지 나눌 시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대표직 사퇴 문제와 관련, 전날 밤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지지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지자 여러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통합 후 대표직 사퇴를 결정하게 된 점 우선 양해를 부탁드린다"면서 "과거처럼 대표직 내려놓고 뒤로 물러나 있던 때와는 다를 것이다. 직위와 관계없이 전면에 나서서 여러분들과 함께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유 대표는 통추위 모두발언에서 "아직도 통합 문제로 산고를 겪고 있지만 13일에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모든 당내 절차와 장애물을 다 극복하고 정말 하나가 되는 날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국민의당 내홍이 아직 진정되지 않은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안 대표와 국민의당 의원·당직자들께서 그 동안 전당대회나 여러 절차를 둘러싸고 고민을 많이 하고, 그 가운데 길을 찾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좀더 잘 도와드릴 수 있을까' 생각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통합 전이라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며 "끝까지 국민의당 내부적 문제를 잘 극복해서 13일에 같이 희망을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날 안 대표가 발표한 '2.4 임시전당대회 취소' 등은 "국민의당 내부적 문제"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중재파 "내일 입장 발표…민평당·무소속은 아니다"
통추위가 신당 당명 결정을 미룬 이유는,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 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유의동 대변인은 "국민의당 쪽에서 추가 합류할 의원들이 있어서, 그 분들 의견을 충분히 듣는다는 차원"이라며 "그 분들 의견도 수렴해서 정하겠다"고 했다.
유 대변인이 말한 '추가로 합류할 의원들'은 이른바 '중재파' 의원들을 말한다. 안 대표와 반통합파 사이에서 거취를 고심 중이던 중재파는 이날 오후 회동을 갖고 논의를 가진 결과, 통합 합류 쪽으로 기운 결론을 내렸다. 통합파와 안 대표 측에는 힘이 더 실리게 됐다.
박주선 국회부의장, 김동철 원내대표, 이용호 정책위의장, 송기석 대표 비서실장, 주승용·황주홍 의원 등 6명은 이날 오후 회동을 갖고, 이 의장을 통해 "그동안 호남 중심의 외연 확대를 위해 분열 없는 통합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이를 위해 노력했지만, 최선이 무망한 상태에서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지키고 핵심 기반인 호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뜻을 모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장은 중재파의 구체적인 거취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은 내일(2일) 최종적으로 밝히겠다"고만 했으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중재파가 내린 결론의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선택할 수밖에 없는 차선이 민주평화당이냐'는 질문에 이 의장은 "분열 없이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호남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 훼손되고 분열된 상황에서는 그래도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 말씀하신 민주평화당에 가거나 이런 것과는 다른 얘기"라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그는 이어 "지금 통합 여부는 사실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그런 상태에서 당을 만들고 자꾸 분열을 행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부분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민평당 측을 간접 비판하기까지 했다.
'그러면 무소속이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 의장은 이에 대해서도 "무소속으로 가는 것은 지금의 선택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 의장은 반면 안 대표에 대해서는 "안 대표의 '사퇴하겠다'는 발표가, 중재파의 의견을 다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일정(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며 "우리가 원하는 답변과 상당히 거리가 있지만, 사퇴하는 것 자체는 미흡하지만 평가한다"고 했다.
단 이날 회동에 참여한 6인 가운데 황주홍 의원은 이들과 다른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황 의원은 상임위 일정을 이유로 먼저 자리를 뜨면서 기자들에게 "중재는 완벽하게 실패한 것이니까, 개인적 우정의 관계는 있겠지만 이제 '중재파'는 유명무실해진 것"이라며 "나는 개인적으로는 결론을 냈다. (행동을) 같이하는 것은 얘기가 좀더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장도 "황 의원은 시간을 좀더 달라고 해서 시간을 드리기로, 더 논의하기로 했다"며 이날 기자들에게 발표한 공동 입장은 황 의원과는 조율되지 않은 것임을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통추위 회의 후 중재파 합류 소식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더욱 진심을 다해 설득하고 있고, 여러 가지 말씀도 계속 나누도록 하겠다"고만 답했다.
반통합파, 서울·경기 및 호남에서 시도당 창당…"안철수와 결별"
호남 중진 의원들이 중심이 된 반통합파 독자 신당 '민주평화당'도 이날 서울·경기·광주·전남·전북 5개 지역에서 시도당 창당대회를 열며 분당을 기정사실화했다.
민평당은 지난달 28일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연 데 이어 5개 시도당을 같은날 한 번에 창당하는 속도전을 펼쳤다. 창준위도 정당법상 실체를 갖는 단체이지만, 시도당 창당은 정당으로서의 실체를 갖추는 단계라는 점에서 창준위 단계와는 질적으로 다른 의미를 가진다.
서울시당위원장에는 정호준 전 의원이, 경기도당위원장에는 부좌현 전 의원이 선출됐고, 광주시당은 최경환 의원, 전북도당 김종회 의원, 전남도당 이용주 의원이 각각 위원장을 맡게 됐다.
박지원 의원은 전남도당 창당대회에 참가해 "씨암탉 잡아주니 밥상 걷어차버린 안철수를 이제 끝장내자"며 "민주평화당의 이름으로 박정희, 전두환, 김일성 3부자 독재정치를 물려받은 '안철수 쇼'를 끝장내자. 안철수의 썩은 정치를 추방하는 것이 DJ의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맹비난에 나섰다.
유성엽 의원도 전북도당 창당대회에서 "호남을 배신하는 잘못된 안철수와 결별하고 호남을 바로세우자는 호남인들의 여망을 받들어서 정당한 우리의 길을 출발한다"며 "2년 전 국민의당을 만들 때나 총선에서 호남인들이 얼마나 많은 사랑과 지지를 몰아줬느냐. 그런데 배은망덕하게도 호남을 구태다, 기득권이다 비판하면서 안철수는 보수 대야합의 길을 선택했다. 우리는 정치를 안 했으면 안 했지, 도저히 보수대야합의 잘못된 길을 가려는 안철수와는 함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이 창당되기 위해서는 5곳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하고 각 시도당은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 민평당이 이날 시도당 창당대회를 연 것은 이같은 법적 요건을 채우기 위함이다. 민평당은 6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정식 정당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