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특례법 개정은 부모가 아닌 아동을 위한 것"

미혼모단체들, 입양기관 등의 '개정 반대' 비판

입양이 국가 책임과 관리하에서 진행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입양기관과 입양부모회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발의를 준비 중인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자 미혼모단체들이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놨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 가입하기 위해 입양특례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승일 보건복지부 입양정책팀장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있었던 토론회에서 "국제사회는 민간입양기관이 담당하고 있는 입양 절차의 공적 책임을 강화해가고 있다"며 "입양절차가 공공책임 하에서 이루어 진다고 해서 입양이 더 위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유교적 가부장제에 기반한 '가족주의'를 비판하는 책인 <이상한 정상가족>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책은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정상가족'을 제외한 다른 가족의 형태는 '비정상'으로 간주되며 법과 제도를 통해 차별받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고, 미혼모와 그 자녀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다뤘다. 문 대통령은 저자인 김희경 씨에게 격려 편지를 보냈으며, 그 이후 김희경 씨는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로 임명됐다. 문 대통령이 격려 편지를 보내던 시점에는 김 차관보가 임명될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입양특례법 개정은 입양부모나 친생부모가 아닌 입양아동을 위한 것"

대구미혼모가족협회,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한국미혼모가족협회는 30일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은 아동권리와 아동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입양부모나 친생부모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법 개정을 반대하고 나선 입양기관 등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누구 하나 돌봐줄 사람 없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이에게는 입양을 통해 가정을 만들어 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미혼모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단정 짓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양육 받을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려면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입양부모회에서 입양특례법 개정안 중 친생부모 찾기와 관련된 '입양정보공개청구권'에 대한 법 조항 개정에 반대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입양부모들은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에서 친생부모와 3촌 이내 친생가족이 원하면 언제든지 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개정안에서 아동을 입양 보낸 친생부모와 입양인의 형제자매도 중앙입양원 등에 입양인과 관련된 입양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게 하지만, 이는 해외입양에 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인간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권리이다. 친생부모, 입양부모라는 이유로 그 권리의 실현을 막아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입양부모와 친생부모는 그 누구보다 아동을 사랑하고,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원하기에 더욱더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게 적극적으로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입양기관과 일부 입양부모들이 입양특례법 개정이 "입양 자체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선 "미혼모단체와 미혼모는 한 인간의 삶을 180도로 바꿔 놓는 입양이라는 중대한 일을 기관 특성상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민간기관에 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해 볼 것을 촉구한다"며 "입양절차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노력은 입양부모를 평가하고 감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입양아동에게 최선의 양육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양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의 궁극적인 목적이 입양 아동 보호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을 통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강화는 헤이그협약 비준과 이행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모든 국민에 대한 국가의 기본적인 책임"이라며 입양특례법 개정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헤이그국제입양협약 가입의 전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미혼모 단체들이 낸 입장 전문이다.

입양특례법전부개정안은 아동권리와 아동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입양부모나 친생부모에 관한 것이 아니다.

누구 하나 돌 봐줄 사람 없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이에게는 입양을 통해 가정을 만들어 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미혼모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단정 짓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양육 받을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려면 입양특례법 전부개정은 꼭 필요한 일이다.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은 아동이 시설보다는 가정에서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동시에 헤이그협약은 물론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도 아동이 최우선으로 원가족에서 보호받고 성장할 권리가 있고, 정부는 자신을 낳은 부모 밑에서 성장할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해 원가족에게 필요한 지원을 할 책임이 있음을 명시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정부는 미혼모가 아동을 잘 양육하게 지원하는 정책보다는 아동을 입양 보내는 정책에 더 힘을 쏟고 있는 듯하다.

이번 입양특례법전부개정안에 관한 입양부모회의 입장에 대해 미혼모 단체들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전달하고자 한다.

첫째, 개정안 제30조(입양정보공개청구권)에 관한 것이다. 입양부모들은 입양특례법전부개정안에서 친생부모와 3촌 이내 친생가족이 원하면 언제든지 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개정안 제30조는 아동을 입양 보낸 친생부모와 입양인의 형제자매도 중앙입양원 등에 입양인과 관련된 입양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게 하지만, 이는 해외입양에 한정하고 있고, 국내입양인의 경우에는 친생부모가 입양정보 공개를 요청할 수 없다. 해외입양의 경우에도 입양부모의 동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한 인간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권리이다. 우리는 친생부모, 입양부모라는 이유로 그 권리의 실현을 막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입양부모와 친생부모는 그 누구보다 아동을 사랑하고,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원하기에 더욱더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게 적극적으로 힘써야 한다.

둘째, “입양특례법전부개정안은 모든 입양을 가능한 못하게 가로막는 반입양법이다.”라는 입양부모들의 주장에 관한 것이다. 입양부모들은 지금까지 민간기관이 입양업무를 잘 수행해 왔는데 왜 굳이 국가가 그 일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고, 입양절차가 더 복잡해짐으로써 입양을 가지 못하는 아동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다. 그러나 우리(미혼모단체와 미혼모)는 한 인간의 삶을 180도로 바꿔 놓는 입양이라는 중대한 일을 기관 특성상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민간기관에 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해 볼 것을 촉구한다. 간혹 성공한 해외입양인의 이야기는 마치 모든 입양인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하게 하지만, 입양으로 학대받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도 많다는 것은 우리가 뉴스를 통해 종종 알게 되는 현실이다. 그런 입양인들이 소수일지라도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기 어려운 입양 아동의 안전과 복지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 입양절차를 더 엄격하게 정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입양절차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노력은 입양부모를 평가하고 감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입양아동에게 최선의 양육 환경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제 우리는 60년 동안 민간기관을 통해 이루어진 입양역사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국가는 자신이 책임지지 않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입양인과 친생부모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모든 입양절차는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 입양특례법전부개정을 통한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 강화는 헤이그협약 비준과 이행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모든 국민에 대한 국가의 기본적인 책임이다.

대구미혼모가족협회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한국미혼모가족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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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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