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떴을 때, 오늘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열과 락의 균형을 찾을 때

"몸 상태는 많이 나아졌어요. 불균형했던 부분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려면 환자분 마음 속 엔진의 출력이 한 단계 높아져야 해요."

"아침에 눈 떴을 때 오늘 하루를 기대하게 만들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어요. 다른 사람 눈에 그럴싸하게 보일 필요도 없고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해요. 그 기쁨이 작은 불씨가 되어 불꽃이 점점 커지면, 자연스레 약물도 줄여가고 지금 몸과 마음의 상태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몇 달 전 가족 손에 이끌려 찾아온 청년에게 요즘 들어 자주 하는 말입니다. 여러 해 전 겪은 상처로 마음의 동력을 잃고 몸까지 지친 상태로 왔는데, 지금은 흐렸던 눈도 초점을 많이 ㄱ찾았고, 목소리에 힘도 생겼고, 본인의 상태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지요. 본인이나 가족은 변화에 만족한다 하지만, 아직 일상에 복귀하기는 힘든 상태입니다. 치료과정 상 탄력을 받아 한 단계 올라서야 하는 시기여서 제 말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정체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타터 역할을 해줄 마음의 불꽃이 일지 않아 애를 먹고 있지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說) 않은가.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樂) 않은가."

<논어>를 펼치면 맨 처음 나오는 학이(學而)편의 이 구절은 너무도 유명하지요. 여기서는 삶의 즐거움을 '열(說)'과 '락(樂)'으로 표현합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열'은 나 스스로 즐거운 것이고, '락'은 벗이 찾아왔다는 외부적 조건에 의한 즐거움이어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에 관해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만, 저는 시선의 방향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즉,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그 안의 변화와 성장에서 얻는 즐거움이 있는가하면, 밖을 바라보면서 외부 세상과의 관계에서 얻는 즐거움이 있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열'이 뭔가 더 그럴싸해 보이지만, 두 즐거움은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과 양이 서로 뿌리가 되고 추동하면서 생명현상을 만들어 가는 것처럼, 안팎의 즐거움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면서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듭니다.

이 열과 락이 불균형 할 때 삶은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음과 양의 균형이 깨지면 병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밖의 즐거움만 찾다 보면 속이 허해져서 끝없이 욕망하게 되고,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속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편벽하거나 어느 순간 성장이 멈춰 속병이 나기 쉽습니다. 좀 다른 의미지만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혹되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락'의 비중이 과도하고, 여기서 문제가 생겨 균형을 잃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이 때 내 중심을 잡아 줄 '열'이 부족하다 보니 그 해결책 또한 자꾸만 밖에서 찾게 되고 그럴수록 속은 허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됩니다. 운이 좋아 일이 잘 풀리면 잠시 숨을 돌리게 되지만, 한 쪽으로 치우친 상황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다시 문제가 터지고 병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마음의 균형을 잡고 즐겁게 사는 게 좋지만 그것이 병하고 상관이 있겠느냐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환자를 보다 보면, 겉으로 드러난 증상과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표현은 다양하지만 사는 것이 팍팍하고 재미가 없어서 병이 나는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때로는 이런 문제가 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고 병이 악화되거나 잘 낫지 않는데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마음 속 '열'의 불꽃을 살려 주는 것이 병의 치료와 예방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 불꽃을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불을 피울 준비를 합니다. 자리가 축축하고 꽉 막히거나 바람이 너무 세면 불을 피우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 몸도 꽉 막힌 울증의 상태에 빠져 답답한 상황이 되거나 힘을 잃고 외부상황에 너무 쉽게 휘둘리면 뭔가 해보려고 해도 지속하지 못하거나 헛심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먼저 숨통을 트여주고 그 동안 막혀서 불균형하고 약해진 몸의 상태를 회복시켜 줍니다.

여기까지는 의사가 주도하지만, 이 후의 과정은 환자 스스로의 역할이 더 큽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즐거운가를 찾아야 하는데, 사람은 다 달라서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익숙하게 해 오던 것의 새로운 경지를 추구할 수도 있고, 여태까지와 다른 삶의 경험을 통해 그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열'의 불꽃으로 순조롭게 이어지고, 불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몸과 감정의 상태를 의사와 함께 점검하면서 끌어 올려야 합니다.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열과 락의 톱니바퀴가 서로 잘 맞물려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앞서 말한 청년은 며칠 전에 기타를 배워보겠다고 했습니다. 전에 배우다 재미를 알아갈 무렵 선생님이 유학길에 올라 접었는데 다시 시작해 보겠다고 합니다. 그 말을 하면서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에 아주 살짝 미소가 어립니다. 뭔가 변화의 불꽃이 피어날 것 같은 예감에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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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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