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차라리 탈당하라"… 의원들 결별 통보

기자들 앞에서 지도부 티격태격…"국민의당 콩가루 됐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를 놓고 분열의 극에 달한 모습을 보였다. 의원총회에서는 안철수 당 대표의 사퇴와 탈당을 요구하는 성명서가 나왔다. 이 성명서가 의원총회 의결을 거친 것인지 아닌 것인지를 놓고 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수석대변인이 만인환시 중에 언쟁을 벌였다. 한 국민의당 의원 입에서 나온 말 그대로 "콩가루가 됐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20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안 대표의 사퇴와 탈당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서에 "총의를 모았다"고 김동철 원내대표가 전했다. 성명서 전문(全文)은 아래와 같았다.

1. 합당은 정당법 및 당헌당규상 전당대회 의결 사항이다. 전당원투표로 결정할 사항은 아니다. 그럼에도 전당원투표를 하겠다는 안 대표의 발표는 당헌당규에 위반된 것이다.

2. 안 대표의 일방적 합당 추진에 대해 반대하고,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3.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의원총회가 예정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목적과 의도로 의총 이전에 통합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회견을 한 안 대표의 불통에 대해 엄중히 규탄한다.

4. 안 대표는 보수 야3당 통합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정한다. 하지만 정작 바른정당 내 정병국, 유승민 의원 인터뷰를 보면 바른정당은 기본적으로 국민의당과 합당 이후에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대통합을 염두에 두고 이번 통합을 추진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따라서 국민의당의 정체성과 이념에 반하는 보수 대통합을 염두에 두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은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올바르지 못한 것이다.

5. 안 대표와 국민의당 내 바른정당 합당을 희망하는 의원 및 당원들은 차라리 국민의당을 탈당해서 합당 절차를 추진하기 바란다.

6. 합당을 빌미로 국민의당에 분란과 분열을 유도하고 있는 안 대표에 대해 자진사퇴를 촉구한다.

7. 기자회견 중 호남 정치인들을 구태 정치인으로 매도한 안 대표는 그 발언에 대해 즉각적 사과가 있어야 한다.

사실상 안 대표에 대한 결별 통보다. 이날 오전 안 대표의 전격적 '전당원투표 추진'에 대한 반발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친안(親안철수)파로 분류되는 원내지도부 의원들이 '성명서는 의결을 거친 의원총회 정식 결의사항이 아니라 일부 참석자들의 의견일 뿐'이라고 브리핑하면서 현장에서 거센 논란이 빚어졌다.

브리핑을 하던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성명서 내용은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최종적으로 남아 있던 의원은 15명"이라며 "의사 정족수가 부족했기에 의총 의결사항이라 보기 힘들다는 반대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통합 반대파인 김경진 원내수석대변인이 나서서 성명서 채택이 이뤄질 당시 참석했거나 의사결정을 위임한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의결된 게 맞다"고 반박했다.

김수민 대변인이 다시 "의결된 사안이라 볼 수는 없다"고 재반박했고, 의총장에 있던 김철근 당 대변인(원외)도 "의결 안 됐잖아요"라고 김 대변인을 거들었다. 김경진 수석대변인은 "헛소리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김철근 대변인은 "말조심 하라"며 "원내대표가 의결을 안 했지 않느냐"고 쏘아붙였다.

친안파로 분류되는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가 마이크를 이어 잡았다. 권 수석부대표는 "김수민 대변인이 발표한 사안(성명서)은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 다수의 의견을 정리해 말한 것이고, 의결된 바 없음을 확인한다"고 했다. "방망이를 두드리거나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고, 오늘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였을 뿐"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그러나 의총장에 남아 있던 박주현 의원이 "의총에서 다수 의견이었다"며 "통과된 것"이라고 김경진 의원을 거들었고, 김경진 의원은 "(의총을 주재한) 원내대표에게 직접 확인해 보자"며 자리를 뜬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전화를 걸어 "대변인들 의견이 갈려서 '당이 콩가루가 됐다'는 기사가 나갈 판이다. 빨리 와달라"는 취지로 다급히 말했다.

결국 김 원내대표가 의총장에 도착할 때까지, 친안파(권은희·김수민·김철근)와 반통합파(김경진·박주현)는 서로를 노려보며 불편한 침묵 속 대치를 이어갔다.

의총장에 다시 도착한 김 원내대표는 "제가 마무리하면서 의결이란 말은 쓰지 않았는데, 다수 의원이 의결하자고 말했다. 어차피 오늘 안건이 정해진 건 아니고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지 않느냐"면서도 "아무튼 오늘 참석한 의원들은 그런 의견으로 총의를 모은 것"이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그래서 의결이냐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김 원내대표는 "하나의 안건이라 본다면 의결이라 표현할 수 있겠지만, 정확하게 보면 (보통) 결의문을 놓고 '의결한다'고는 안 하지 않느냐. 통합에 관한 의견을 나눴고 그 결과로 이렇게 총의를 모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답변했다. 기자들에게 나온 다음 질문은 '의결 여부가 왜 중요한가?'였다.

김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이런 문답을 주고받는 가운데, 반통합파 중진들이 속속 의총장으로 복귀했다. 천정배 의원이 도착해서 "만장일치여야만 총의를 모은 것이냐? 문안 수정까지 했지 않느냐"며 '의결된 게 맞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고, 유성엽 의원도 모습을 보였다. 정동영 의원이 막 도착했을 때, 김 원내대표의 '확인 브리핑'이 끝났다.

김 원내대표는 현재 박주선 부의장, 황주홍 의원 등과 함께 통합파와 반통합파 간의 중재역을 자임하고 있고, 때문에 이날 의총에서 안 대표 사퇴나 탈당까지 요구하는 성명서가 '의결됐다'는 반통합파의 주장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반통합파에서는 거꾸로 '이미 의원총회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권은희·김수민 의원이 브리핑에서 이를 뒤집으려 한다고 보고, 돌아가던 중진들에게 황급히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원내지도부 간에도 말이 달라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싸움을 벌이고, 결국 원내대표와 중진들이 다시 '소환'된 이날 의총의 뒷모습은 국민의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 장면이다. 의총에 참석한 한 반통합파 의원은 이 소동을 두고 "어차피 안 대표는 (성명서에 담긴 요구를) 듣지도 않을 텐데 왜 시비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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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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