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홍준표 향해 "정치 보복" 집단 반발

유기준·서청원 "살라미식 찍어내기"…홍준표측 "좋지 않은 언사 자제해야"

자유한국당 홍준표 지도부가 발표한 당무감사 결과에 대해 교체 대상으로 지목된 구 친박계 의원들 쪽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나왔다. 자격 미달 결정을 받은 현역의원 4명 가운데 유기준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고, 서청원 의원 지지자들도 회견을 열고 홍준표 대표를 비난했다.

유 의원은 18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이번 당무감사 결과는 혁신이 아니라 당 대표의 폭주를 견제해 온 저 같은 인사를 희생양 삼아 마음에 안 드는 인사들을 몰아내려는 당내 정치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이번 당무감사에서 교체 대상으로 꼽힌 부산 지역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함께 회견장에 서서 "사당화를 위한 내부 정적 제거"라며 "야당이 된 첫 해 국정감사 기간에 고강도 기획 당무감사를 실시해 대여 투쟁전선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홍 대표를 겨냥해 "대선이 끝난 지 8개월이 돼가는데도 당 지지율이 20%대를 넘지 못하는 데 대한 반성부터 있어야 한다"면서 "장두노미(藏頭路尾. 머리를 숨겼으나 꼬리가 드러남)라 했다, 오늘 결과에 감춰진 진실은 반드시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진실'에 대해 "사당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울렸고, 살라미식 찍어내기가 시작됐다. 앞으로 그 작업은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과 부산 지역 당협위원장들은 당무감사 결과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어떤 역경과 고난이 닥쳐도 사당화에 굴하지 않겠다. 당무감사 결과를 바로잡고 당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길에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결기를 보였다. 다만 유 의원은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탈당까지 고민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그런 것 없다"며 "말하기 성급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재심뿐 아니라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당에서 어떤 형태로든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해 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구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전날 당무감사 결과를 전해듣고 "고얀 짓이다, 못된 것만 배웠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을 포함한 화성시 갑·을·병 3개 지역구 지방의원과 당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화성시 3개 당협의 위원장을 전부 교체하겠다는 것은 지방선거를 포기하는 행위"라며 "홍 대표와 당 지도부는 정치 보복과 사당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당무감사 결과를 원천 무효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당무감사 결과는 홍 대표 사당화와 바른정당 복당파에게 당협위원장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후안무치한 정치 보복이고, 당권 장악에만 심취된 지도부가 현장의 민심을 외면한 폭거"라며 "홍 대표는 당 대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1심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는 처지로, 도덕성이 최우선시되는 야당 대표로서 심각한 결격"이라고 홍 대표를 맹비난했다.

홍준표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류여해 최고위원과 비박계 박민식 전 의원도 당무감사 결과에 반발, 당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지도부 역시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날 당무감사 결과를 직접 발표한 홍문표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은 인적쇄신을 하지 않고 한 발짝도 더 나갈 수 없고, 조직을 새롭게 혁신하지 않고 내년 지방선거를 맞이할 수 없다"며 "같은 동료로서 가슴이 아프지만 누군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없다. 해당되는 분들도 많은 이해와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홍 총장은 특히 "감사 결과를 놓고, 자기 나름대로 논리와 이야기는 있겠지만, 감사의 기본적 (취지 등) 문제를 오해한다든지 자기 주장이 너무 지나쳐서 당에 흠집을 내는 좋지 않은 언사는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반발하는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을 역비판했다.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며 진화에 힘을 실었다. 김 원내대표는 "정말 지역(구) 관리 잘 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역량과 능력을 잘 발휘하고 있는 사람을 억울하게 잘못된 평가를 통해서 희생시켰다면 그것은 바로잡고 또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게 아닌 사항이라면 무턱대고 당 내부적 갈등 요인으로 비쳐지(게 하)는 부분은 저희들이 경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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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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