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홍준표…친박 쳐내고 복당파 길 터주기

한국당 당무감사, 서청원·유기준·배덕광·엄용수 등 당협 62명 '물갈이'

홍준표 대표 체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일요일인 17일 오전 발표한 당무감사 결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구 친박계에 대한 인적 청산, 둘째, 김무성계 등 바른정당 복당파에 대한 힘 싣기다.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과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은 이날 총 62개 국회의원 선거구의 당원협의회(당협) 위원장을 교체 대상으로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현역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은 4명이 포함됐다. 서청원, 유기준, 배덕광, 엄용수 의원이다. 계파로 보면, 4명 모두 구 친박계다.

서청원 의원은 구 친박계의 좌장이자 원로다. 박근혜-새누리당 정부 시절, 청와대와 거리를 뒀던 김무성 당시 대표를 견제하고 당 내에서 수석 최고위원으로서 청와대를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유기준 의원 역시 대표적 친박 중진이다. 유 의원은 최근 치러진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다가 친박계 홍문종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하기도 했었다. 친박 후보 단일화였다.

배덕광·엄용수 의원은 각각 엘시티 비리 의혹과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으로 재판 중이다. 배 의원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중이고, 엄 의원은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들 두 의원 역시 친박계로 분류된다.

탈락한 현역의원들의 지역구 내 경쟁자가 누군지도 눈길을 끈다. 배덕광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기장갑에는 2014년 보궐선거 때부터 친이계 안경률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고 있었다. 안 전 의원은 친이계이지만 구 민주계(YS계) 출신으로, 김무성 의원과도 가까운 사이다.

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의 엄용수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유승민의 정치적 마누라' 조해진 전 의원을 꺾고 국회에 입성했다. 조 전 의원은 현재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에 재입당한 상태다.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한 그룹과는 결이 다르지만, 어쨌든 조 전 의원 역시 따지자면 '바른정당 탈당파'이다. 서청원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은 친이계 김성회 전 의원의 18대 국회 당시 지역구이기도 하다.

현역이 아닌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솎아낸 곳도 절묘하다.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으로 복당한 의원들의 지역구가 대거 포함됐다. 이번에 원내대표가 된 김성태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을이 대표적이다. 또 강길부(울산 울주군), 이진복(부산 동래), 정양석(서울 강북갑), 김영우(경기 포천·가평), 여상규(경남 사천·남해·하동), 홍철호(경기 김포을) 의원들의 지역구에서도 원외 인사들이 맡고 있던 당협위원장 자리를 빼앗겼다.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까지 하면 7명의 '복당파'가 재공천 청신호를 받았다.

한국당은 또 바른정당 현역의원 지역구 중에서도 서울 서초갑(이혜훈), 인천 서갑(이학재), 경기 평택을(유의동) 3곳은 원외 당협위원장을 교체 대상에 올렸다. 조해진 전 의원이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측근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른바 '보수 대통합'에 대해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보낸 제스처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특히 이 3곳 중 2곳의 지역구 의원들은 한국당으로의 복당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했었던 것으로 전해진 이들이기도 하다.

원외 지역위원장 중 교체 대상이 된 58명 가운데 구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권영세(서울 영등포을), 김희정(부산 연제), 손범규(경기 고양갑), 전하진(경기 성남분당을) 전 의원이 교체 대상에 포함됐고, 현재 홍준표 지도부의 일원인 류여해 최고위원(서울 서초갑)도 이름을 올렸다. 정성근 전 문화부장관 후보자(전 아리랑TV 사장. 경기 파주갑), 김재철 전 MBC 사장(경남 사천·남해·하동), 이만기 전 씨름선수(경남 김해을) 등 친박 성향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당에 영입된 인물들도 대거 잘려 나갔다.

반면 구 비박계, 구 친이계에서는 신동우(서울 강동갑), 박선규(서울 영등포갑), 박민식(부산 북·강서갑), 이사철(경기 부천원미을) 전 의원 등 소수가 교체 대상이 됐다.

이날 아침 홍준표 대표는 당 사무총장과 당무감사위원장의 공식 발표가 있기 30여 분 전, 페이스북에 "탄핵과 분당 과정에서 급조된 당협위원장이 70여 명에 이른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옥석을 가리고 정비하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기에 부득이하게 당협위원장 정비를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분당 과정에서 급조된 당협위원장'이라는 표현은 바른정당 창당 등으로 현역의원이 탈당한 자리를 메운 이들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일체의 정무 판단 없이 계량화된 수치로, 엄격히 블라인드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공교로울 일이다. 현역의원 당협 교체는 전원 친박계인데다가 친박 좌장으로 불린 거물급 정객이 포함돼 있고,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의 지역구가 대거 포함된 결과가 '블라인드 방식으로 아무런 정무적 판단 없이' 산정한 것이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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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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