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에 '파사현정'

<교수신문> 발표... '사악함 부수고 바름 드러내다'

대학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사악함을 부수고 바름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촛불혁명으로 인한 우리 사회 변화를 상징하는 말이다.

17일 <교수신문>은 전국의 대학교수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340명(34%)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을 꼽았다고 밝혔다.

파사현정은 불교 삼론종(불교 종파의 하나)의 기본교의로, 삼론종 주요 논저인 길장의 <삼론현의(三論玄義)에 실린 말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교수신문>에 보낸 추천서에서 파사현정을 선택한 이유로 "사견(邪見)과 사도(邪道)가 정법(正法)을 눌렀던 상황에 시민이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촛불을 들어 나라를 바르게 세울 기반이 마련됐다"며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재목 영남대 동양철학과 교수는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져 '파사(破邪)'에만 머물지 말고 '현정(顯正)'으로까지 나아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욱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국정을 운영했기에, 이를 단정한 것은 '파사'라고 평하고 "새로이 들어선 정권이 '현정'을 해야 할 때"라고 파사현정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이 꼽혔다. 사진은 김양동 계명대 석좌교수(전 계명대 미대 학장)가 금문체(金文體)로 휘호한 '파사현정.' ⓒ<교수신문> 제공

파사현정 다음으로 큰지지(18.8%)를 받은 사자성어는 '거문고 줄을 바꿔 매다'는 뜻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이었다. '느슨해진 것을 옥죄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사회·정치적 제도 개혁을 빗댈 때 주로 인용된다. 역시 이전 정부와 단절의 의미를 담은 사자성어다.

해현경장은 <한서>의 <동중서전(董仲舒傳)>에 나오는 말로, 한나라 때 동중서가 한무제에게 올린 '원광원년거현량대책(元光元年擧賢良對策)'에서 유래했다.

해현경장을 추천한 고성빈 제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의 혼란함이 정리되고 출범한 새 정부가 거문고 줄을 새 것으로 고쳐 매듯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고 바르게 운행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가 '거문고 줄만 바꾸는' 데 불과하지 않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 시민의 뜻이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잡기보다 잡음을 내는 거문고 줄을 바꾸는 '해현경장' 선에 그쳤다"고 평했다.

다음으로 교수들의 많은 선택(16.1%)을 받은 사자성어는 '수락석출(水落石出)'이었다. '물이 빠져 밑바닥의 돌이 드러난다'는 의미로, '감춰진 일의 진상이 밝혀지다'는 뜻을 나타낼 때 쓰인다. 정권 교체로 이전 정권의 갖가지 적폐가 드러나는 현 상황을 보여주는 의미로 선택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락석출은 송나라 때 소동파가 지은 <후적벽부(後赤壁賦)〉에서 유래했다. 이 부(賦)는 소동파가 삼국시대 적벽대전을 생각하며 지은 <적벽부>를 지은 지 3개월 후 적벽을 다시 찾아 쓴 글인데, 세상이 변했음을 상징하며 '수락석출'을 사용했다.

본래 단순히 물가의 경치를 묘사하는 말로 쓰였으나, 이후 사건의 흑막이 걷히고 진상이 드러날 때 비유되곤 했다.

수락석출을 추천한 홍승직 순천향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좀처럼 밝혀지지 않을 것 같던 이전 정권의 갖가지 모습이 정권 교체에 따라 드러나는 현 상황에 적합한 말"이라고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올해의 사자성어 4위는 16%의 지지를 받은 '재조산하(再造山河, 나라를 되살리다)'였다. 재조산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권 후보 당시인 지난해(2016년) 말 새해를 맞는 사자성어로 제시해 세간에 알려진 바 있다.

5위는 15.1%의 지지를 받은 '환골탈태(換骨奪胎)'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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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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