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입양기관 현장 점검, 왜?

입양기관의 개인정보 실태 조사...입양기관의 '정보 사유화'도 바로 잡아야

행정안전부(장관 김부겸)와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가 입양기관과 사회복지 유관협회의 개인정보 처리 실태에 대한 점검을 이달 22일까지 실시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입양인, 친생부모, 입양부모 등 많게는 수백만 건에 달하는 개인 공부를 보관하고 있는 입양기관이 개인정보 관리 업무를 제대로 해왔는지는 그동안 제대로 점검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가입을 정책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양기록의 보관과 관리 업무를 공적기관인 중앙입양원과 입양기관이 어떻게 분장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됐다.

그간 입양기관들은 입양 관련 기록에 대해 '사유 재산'이라는 이유로 중앙입양원 등 공적기관에 이양하지 않아 왔다. 입양기관들이 주민등록번호, 주소, 개인 병력 등이 담긴 기록들을 제대로 관리, 보호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현재와 마찬가지로 입양기관의 '소유'로 공적기관이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으로 놔두는 것이 적합한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120만 명의 개인정보 갖고 있는 입양기관

지난 6일부터 시작된 현장점검은 중앙입양원과 주요 입양기관(홀트아동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등)을 대상으로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기반한 이번 조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개인정보의 수집.파기 준수 여부 : 개인 정보의 수집 동의, 최소 수집 및 파기의 적정성 여부 등(법 제15조, 16조, 21조)

안전조치 의무 준수 여부 : 내부관리계획 수립, 암호화 대상 개인정보의 암호화 여부, 개인정보처리시스템 접근 권한 및 접속기록 관리 여부, 고유식별번호 암호화 등 안전조치 준수 여부(법 제29조)

개인정보의 제공 및 업무위탁 시 준수 여부 :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및 개인정보 처리업무의 위탁 시 적정성 여부(법 제17조, 26조)

행안부와 복지부는 지난 6-7일 중앙입양원, 입양정보전산시스템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7일부터 주요 입양기관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 중이다. 이제 막 점검을 시작했지만, 민간기관이기 때문에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및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지는 의문이다. 특히 입양기관들은 입양 정보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입양인과 친생부모, 입양부모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이 같은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개인정보보호법에 맡게 암호화 하고, 접근 권한을 제한하고, 접속 기록을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그간 4대 입양기관을 통해 해외로 보낸 입양인들의 숫자가 16만여 명이므로 이들의 친생부모와 입양부모가 각각 32만여 명, 산술적으로 80여만 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공부를 민간기관이 입양기관이 갖고 있는 셈이다. 국내입양(8만여 명)까지 포함하면 120여만 명의 개인정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점검 결과에 따라 120여만 명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공부를 민간기관이 보관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입장 표명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민간기관인 입양기관에 공공기관인 중앙입양원이 정보를 구걸하는 상황 자체가 문제"

입양기관이 갖고 있는 개인정보는 입양인들에게는 친생부모 찾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정보다. 2012년 시행된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통해 입양 사후 관리 등을 위해 공공기관인 중앙입양원이 설립되면서 입양기관이 갖고 있는 개인정보의 이관 및 공유는 입양인들에게 주요 관심사였다.

입양특례법 제26조에 따르면, 중앙입양원은 1. 입양아동·가족정보 및 친가족 찾기에 필요한 통합데이터베이스 운영 2. 입양아동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연계 3. 국내외 입양정책 및 서비스에 관한 조사·연구 4. 입양 관련 국제협력 업무 등을 수행한다.

하지만 입양 실무를 담당해온 입양기관들은 중앙입양원에 입양인과 관련해 51개의 정보만 갖고 있다. 입양기관들은 영어로 된 정보만 중앙입양원에 제공해주며, 입양인 개개인의 편지와 메모지, 스크랩 등 친생부모 찾기에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비공식' 정보는 중앙입양원에 이관하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 중앙입양원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때문에 입양인들은 여전히 중앙입양원이 아니라 입양기관을 통해 친생부모에 대해 더 많은 자료를 얻을 수밖에 없고, 입양기관들은 자의적인 잣대로 입양인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개선은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가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헤이그 협약' 제30조에 따르면, 체약국의 권한 당국은 아동 출생정보, 특히 병력과 그 부모의 신원에 관한 정보를 보존해야 한다. 또 이미 협약을 체결한 국가들은 입양기록물을 중앙(권한) 당국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번 현장 점검과 관련해 장영환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정책관은 "입양기관과 사회복지 유관협회 등의 개인정보 보호실태 개선조치를 마련하고, 행정처분 결과는 유관기관과 공유하여 개인정보가 더 잘 보호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 점검이 점검 후 의례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번 점검으로 중앙입양원과 입양기관 사이의 관계가 바로 잡혀져 입양 정보가 공적기관을 통해 관리, 보호, 제공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입양인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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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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