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입양원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해외 입양인, 말 걸기] 입양특례법 개정 그 후 <2>

지난 기고문에서 나는 입양특례법이 개정되고 해외 입양인의 가족 찾기에 관한 법적 토대가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아무런 진척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입양원이 가족 찾기와 관련해서 입양 기관들을 통제하거나 규율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기고문에 이어 해외 입양인의 가족 찾기와 관련해서 해외 입양인들이 느끼고 있는 불합리한 점들을 적시하는 것을 통해서 보건복지부와 중앙입양원의 입양 기관에 대한 통제와 규율에 관한 시사점들을 제공하고자 한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이 사안들에 대해 보건복지부나 중앙입양원에 직접 지적하라고.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안 해본 것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 입양인들이야말로 가족 찾기의 당사자이자, 당사자가 아닌 그 어떤 사람들과도 비견할 수 없는 찾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다. 사실 우리 자신들이야말로 가족 찾기의 추동력 그 자체이며, 그러기에 우리는 가족 찾기에서 직면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무엇이 미흡하고 어디에 결핍된 점들이 잠복하고 있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중앙입양원과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서 이런 점들을 지적하고 환기하고자 하는 노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중앙입양원은 스스로 나서서 우리를 만나고 조언을 들으려 하지 않으며, 우리를 정기적으로 만날 계획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은 기관이다. 그들의 직무 수행을 위해서 값진 조언을 제공하고도 종종 우리는 무슨 부탁을 하러 간 사람들처럼 모욕감을 느껴야 했다. 왜 그들은 우리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을 사업으로 계획하고, 우리에게 정중하게 만남을 요청하며, 우리의 조언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지 않는 것일까? 만나기를 꺼리고 불편해하는 느낌, 마지못해서 만나주는 듯한 분위기, 배우는 것을 수치스러워하는 듯이 보이는 태도는 직무의 전문성 결핍으로 인한 자기 확신의 결여로부터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부 기관이 사설 영리 입양 기관들에 정보 구걸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중앙입양원의 가족 찾기에 관련한 문제점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해외 입양인들의 가족 찾기 문제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입양 관련 기록을 여전히 정부 기관인 중앙입양원이 아니라 아동을 판매하여 돈을 버는 즉 영리를 추구하는 사설 입양 기관들이 관리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심지어 이미 입양 사업을 중단한 한국사회봉사회(Korea Social Service) 같은 곳의 기록도 중앙입양원은 가지고 있지 않다.

중앙입양원은 자체 데이터베이스가 없다. 그러므로 중앙입양원은 사설 입양 기관들에 원자료를 구걸하는 위치에 있다. 더욱이, 한국사회봉사회는 법을 위반하고 있다. 왜냐하면 입양특례법 시행규칙 25조 2항에 따르면(2012년 8월 5일부터 시행), 입양 기관은 폐쇄 시에 그 기록을 중앙입양원에 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봉사회의 해외 입양 업무는 폐쇄되었다. 그런데 그 기록이 왜 중앙입양원에 없는 것인가? 사실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한국사회봉사회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인 중앙입양원도 마찬가지다.

입양 기관들이 중앙입양원에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 기관과 사설 영리 기관 간의 전도된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입양인들이 시민적 권리로서 친생 가족에 대한 알 권리를 확보하는 일에 있어서 중앙입양원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중앙입양원의 무력한 위상은 결국 입양인들의 권리를 위해 별반 도움을 줄 만하지 못한 정부 기관이라는 것을 입증할 뿐이다.

해외 입양인들은 중앙입양원에서보다 입양 기관들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입양 기관들은 중앙입양원이 25개의 정보만 갖도록 허락하고 있다. 중앙입양원은 51개의 정보를 갖고자 입양 기관들과 협상하고 있다. 그러나 왜 중앙입양원이 입양 기관들에 정보를 달라고 구걸해야 하는가? 누가 누구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가?

거기다가 정말로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정보는 "비공식" 정보, 특별히 편지와 메모지, 스크랩 같은 것이다. 이 편지와 메모지, 스크랩엔 입양인이 수년간 찾아 헤매고 전혀 알지 못하던 입양인 가족의 뿌리에 대한 말할 수 없이 긴요한 기록이 담겨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만약 이 편지, 메모지, 스크랩 등이 문서로서 "공식적" 이름이 없다면, 어떻게 입양인을 돕기 위해 중앙입양원이 입양 기관에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겠는가?

또한 입양 기관들은 영어로 된 정보만 중앙입양원에 제공해준다. 영어 정보는 번역물이다. 진짜 정보는 한국어 원본 서류, 특별히 아동 이력이 나온 문서다. 한국어 문서가 있는데도 한국인들이 같은 한국인들에게 영어 문서만 제공해 주는 것이 정말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더구나 매우 많은 경우, 입양 기관들은 처음엔 입양인들에 관한 "정보가 없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입양인들이 계속 요구하면 약간의 정보를 준다. 해외 입양인들은 이런 것을 상식처럼 알고 있기 때문에, 중앙입양원의 전신인 중앙입양정보원 시절부터 현재 중앙입양원의 젊고 경험 없는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입양 기관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정보를 얻는지에 대해 조언을 해주었다. 중앙입양원의 신입 직원들은 만약 입양 기관이 "정보가 없다"고 하거나 영어 문서만 제공해 주면,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믿는 것 같다. 이 젊은 직원이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여 입양인들에게 도움을 줄 만한 위치가 되면, 다수가 직장을 그만두고 만다.

한참 부족한 중앙입양원의 전문성

중앙입양원에 영어를 하는 직원과 친가족을 찾는 직원이 단 한 명만 있는 것도 문제다. 비록 그 직원은 미국서 공부했지만, 전에 입양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 그래서 사설 입양 기관들로부터 입양 사후 서비스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

또한 중앙입양원은 입양 기관들과 같은 방법으로 가족 찾기를 하고 있는데, 입양 기관들은 겨우 2.7%의 재회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중앙입양원은 가족 찾기를 시도하는 입양인들에게 너무 빨리 텔레비전에 나가라고 권고한다. 심지어 입양 기관이 친부모에 대한 분명한 증거를 이미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텔레비전 출연을 제안한다. 그러나 입양인은 가족을 찾기 위해서 텔레비전에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입양인은 그것으로 사생활 침해를 당해야 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수치에 직면해야 한다. 입양인들은 자기들의 이야기가 아침 오락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중앙입양원은 심지어 입양인들에게 이렇게 말하지도 않는다, "중앙입양원엔 웹사이트가 있고 당신은 여기에 당신 사연을 올려서 알릴 수 있다. 우리가 도와주겠다." 그러나 중앙입양원은 자기 기관의 웹사이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해보기도 전에 TV 방송을 선호한다.

더욱이 정부 기관인 중앙입양원은 가족 찾기에 같은 정부 기관인 경찰을 이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앙입양원은 사설 입양 기관들에 경찰을 이용하라고 한다. 그리고 중앙입양원이 경찰 조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입양 기관들은 경찰 조사를 이용하는 데 왜 법적 근거를 필요로 하지 않나? 또 왜 한 개인이 경찰서나 실종아동찾기센터(가족 찾기 부서)에 가서, 해외에 살고 있는 해외 입양인의 친구라고 설명하면서 도움을 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정부 기관인 중앙입양원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또 전에 남양주경찰서 민원실에 근무하고 있었고 지금은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로 자리를 옮겨서 근무하고 있는 이건수 경위는 아무나 가족 찾기 요청을 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갖고 있는가? 중앙입양원에 묻는다. 가족 찾기는 누구의 책임인가? 정부 기관인 중앙입양원이 이렇게 힘이 없다면 과연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해외 입양인들을 위한 부적합한 번역도 문제였다. 중앙입양원은 해외 입양인들이 영어로 쓴 가족 찾기 요청 사연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그 웹사이트에 게재하지 않았었다. 최근에야 해외 입양인들이 한국의 가족을 찾는다는 사연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올리고 있는데, 사실 해외 입양인들은 중앙입양정보원 시절부터 이런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었다. 중앙입양원의 한국어와 영어 웹사이트는 구분되어 있었다. 그래서 영어 사이트를 보지 않는 한국 친부모가 어떻게 영어 사이트에 들어가서 영어로 실린 해외 입양인들의 사연을 읽고 자녀를 찾을 수 있었겠는가? 그 사이에 영어를 읽을 줄 모르는 한국의 부모가 돌아가셨을 수도 있지 않은가? 중앙입양원은 이런 점에서 가족 찾기에 대한 민감성을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한 셈이었다. 또한 중앙입양원과 입양 기관들은 해외 입양인들에게 한국어로 된 문서를 주면서 아무것도 영어로 번역해 주지 않는다. 게다가 중앙입양원과 입양 기관 직원들이 해외 입양인들과 입양인 가족들을 위해 입양인 유기와 관련하여 번역해 줄 때 많은 내용을 생략하는 것도 문제다. 가족 찾기란 아주 미세하고 작은 어떤 점에서 종종 힌트를 얻는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때, 내용 생략은 매우 불합리한 처사라고 할 것이다.

또 중앙입양원은 해외 입양인이 자신에 관한 기록을 보기(file review) 위해 입양 기관을 방문할 때 통역이나 친구를 데리고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안다고 해도 입양 기관들에 명령해서 그런 처사들을 교정할 것을 요구하거나 명령할 줄도 모른다. 많은 입양 기관들은 해외 입양인들이 자신과 관련된 문서를 볼 때 통역이나 친구를 데려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것은 분명 입양 기관의 권력 남용에 다름 아니다. 만약 입양 기관의 직원이 영어를 잘 못하면, 해외 입양인은 한국어로 된 문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입양 기관들은 입양인들과 관련된 사생활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하고 그래서 친구를 데리고 올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입양인은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절실한 그 순간에 홀로 종종 방어적인 입양 기관의 가족 찾기 담당 직원과만 마주 앉아 있어야 한다. 자신을 인격적으로 지지해주는 동반자 없이 고립을 겪어야 한다. 만약 입양인이 친구를 데려왔다면, 데려오기 전 이미 사생활 문제를 생각했을 것이고 사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데려왔을 것이다. 왜 우리 입양인들이 마치 범죄 조사를 받는 것처럼 홀로 그 방에 들어가서 철저하게 홀로 있어야 하는가? 이런 해외 입양인의 인권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도와주지 못한다면 사실상의 준국가기구로서 중앙입양원의 존재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가족 찾기에 사용하는 전보, 문제가 없다?

중앙입양원과 입양 기관들은 친가족을 찾기 위해 20년 이상 거의 사용하지 않는 통신 수단인 전보를 사용한다. 해외 입양인들은 전보가 아주 오래된 의사소통 형식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워한다. 중앙입양원은 전보 대신 수신자가 서명하는 등기우편을 사용하는 것이 어떤가? 해외 입양인의 친모라고 생각되는 어떤 여성 집 앞에 전보를 놓았는데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종종 듣는다. 그런데 문제는 만약 수취인에게 아무런 서명을 안 받는다면 어떻게 전보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알 수 있단 말인가?

전보 내용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외국 입양인의 외국 이름으로 생명을 구해줘서 감사합니다." 친모는 이런 외국 이름을 모를 테고 자기가 아무 생명도 구한 적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혹은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안부를 알고 싶어 합니다"와 같은 것일 것이고, 사람들은 이런 전보에 답하기를 꺼릴 것이다. 세계적으로 20년 전부터 전보를 쓰지 않기 때문에 전보를 전에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러한 전보를 그냥 광고물로 여길 것이다.

중앙입양원이 전보 같은 수동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만약 경찰이 친모 주소로 가서 만나면 친모가 범죄자처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만약 전보에 대한 응답이 계속 없다면 평상복 차림의 여순경이나 사회복지사를 보내면 안 되는가? 수취인 서명을 필요로 하는 등기우편을 보내면 꼭 안 될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또 다른 문제는 중앙입양원이나 입양 기관이 이런 전보를 보냈는지에 대한 확답을 해외 입양인들이 받을 길이 없다는 데 있다. 실제로 그런 서류를 친가족에게 보냈는지를 보여주는 영수증 제시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그들이 재회를 거절했을 경우, 그들이 거절한 사실을 입증하는 녹음기록이나 거절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입양인들에게 입증 자료로 제시하도록 의무화되어야 하고, 입양 기관들은 이를 정기적으로 서류상으로 중앙입양원에 보고를 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기록이 위조된 입양인 문제…정부, 공식 사과해야

거기에다가 입양 기관 등에서 접촉한 부모가 실제 부모가 아닌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입양 기관들이 서투르거나 때로는 고의로 위조된 기록을 항상 보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도 전보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할 것이다. 위조 기록의 예로는 아동 바꿔치기가 있는데 이것은 문자 그대로 다른 아동을 대신해서 아동을 해외 입양 보내는 것을 말한다. 이런 경우는 입양 부모가 특정한 아동의 입양을 원했을 때, 바로 그 아동이 입양 가기 전에 시설을 떠났거나 사망했을 때 일어난다. 그 결과. 원래의 아동 대신 다른 아동을 입양 보내는 일이 일어난다. 이 경우 DNA 테스트만이 부모와 아동이 친족 사이인지를 증명할 것이다. 만약 DNA 테스트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맞는 사람과 접촉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있는 길은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 입양인들은 국가 간의 아동 입양이라는 제도 안에서 자신의 신분이 그토록 쉽게 조작되고 유린될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분노와 고통을 느낀다. 이것은 인권 유린이고, 이 점에 대해서는 반드시 입양인에 대한 정부 당국자의 공식 사과가 수반되는 것이 진정한 입양 사후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이런 사안에 대해서 정부는 사실상 무지할 뿐 아니라, 입양인에게 공식 사과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번역 함석헌 연구가 김성수 박사/ 4회 연재 중 2회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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