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주장하면 반미? 틈만나면 철수 주장하는 트럼프도 '반미'인가?

[정욱식 칼럼] 한미동맹 이대로 좋은가 (1) 주한미군 '공백', 자원입대제로 메우면 어떨까?

한미관계가 한국의 최대 근심거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경제부터 안보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대미 의존도'가 트럼프 행정부의 '갈취형 갑질'과 맞물려 강력하고도 위험한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에 따라 동맹을 포함한 한미관계에 대한 성찰과 대안 마련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글쓴이)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주장은 '반미'인가? 오랫동안은 그랬다. 한국에선 주한미군이 '성역화'되어왔고 미국도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길 원했기 때문이다. 이 사이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미국'이 왔다. '트럼프의 미국'은 틈만 나면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거론한다.

"왜 미국이 부자 나라인 한국을 지켜줘야 하느냐"며 방위비 분담금을 10배 정도 올려주고 주한미군의 역할도 변경하는 걸 동의하든지, 미군 철수나 감축을 감내하든지 양자택일하라는 입장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득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대안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국내에서도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주장에 대한 '잠금 해제'가 필요하다. 미국 대통령도 이러한 언급을 하는데 한국에서 이를 '반미'로 규정하는 것은 '철 지난 프레임'이다. 한국이 주한미군을 계속 성역화하면서 감축이나 철수 주장을 불온시 할수록 미국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취약해지고 만다.

그 결과는 재정적 부담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새로운 안보 위협을 초래하게 되며, 관세를 포함한 무역 협상에서도 불리한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하여 한미 정부가 말하는 '동맹 현대화'의 핵심적인 목표는 '입장과 이익의 재조정'에 두어야 한다.

미국의 입장은 한국이 국방비를 대폭 증액해 대북 억제의 주도적은 역할을 맡고, 주한미군은 역할 변경을 통해 대중국 억제에 나서며,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달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의 감축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음 글에서 차례로 짚어보겠지만, 이러한 요구는 하나같이 터무니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이 크게 줄어드는 한미동맹'도 의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는 유지하면서 주한미군 규모를 2만 8500명에서 절반 정도로 줄이거나 상징적 수준의 병력만 남기고 철수하는 문제도 대안적 논의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시작전권 환수도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한다. 전작권 환수는 '우리가 한국을 지켜주고 있다'는 미국의 인식을 바꾸는 데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 지난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산 공군기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강-자각-자제의 하모니

그럼 주한미군의 공백은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가 진전되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의 위협이 크게 줄어들면 좋겠지만, 이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다. 이에 따라 '슬기로운 자강'이 필요하다. 주한미군의 공백을 메우면서도 이미 한국의 군사력이 세계 5위에 올라섰다는 '자각'과 우리의 추가적인 군사력 건설이 조선과의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를 더욱 격화시키지 않을 수 있는 '자제'가 동시에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럼 '자강-자각-자제의 하모니'를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북 억제력의 내실을 기하면서도 필자가 주장해온 '유사시 무력통일론'을 내려놓는 것이 '가능한 최선'이다. 이렇게 하면 군사적 수요와 재정적 부담을 크게 낮추고 '남북관계 새판짜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방법은 현행 징병제를 자원입대제(모병제)로 전환해 정예군대를 양성함으로써 주한미군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잘 설계된 자원입대제는 전문화된 선진 국방력을 건설하는 데에 징병제보다 훨씬 우월하다. 또 사회경제적 양극화, 청년 문제, 젠더 갈등, 초저출산, 인구와 생산가능인구의 급감, 내수 부진, 지방소멸 등 국가적 난제를 풀어가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주한미군 감축과 자원입대제 도입을 병행하자

해외 기지를 포함한 미국의 수용 능력을 감안할 때, 큰 규모의 주한미군 감축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자원입대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미군 감축과 자원입대제 도입을 병행하는 방안을 강구해볼 수 있다.

매년 미군을 줄여 2028년에는 1만 명 수준으로 줄이고, 한국 병사 구성에서 자원입대병의 비중을 높여 2028년에는 완전한 자원입대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한국군의 정규군 규모를 현재 수준인 50만 명으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말이다.

자원입대제 도입시 예산과 병력 충원의 우려가 있겠지만, 이들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병사 급여를 월평균 400만원으로 책정하고 부사관 처우 개선 및 여군 시설 확보 등 기타 비용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의무복무병이 자원입대병보다 많은 1년차에는 3〜4조 원, 후자가 전자보다 많아지는 2년차에는 6〜7조 원, 완전 자원입대제로 전환하는 3년차에는 10조 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비용은 미군 감축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조정, 앞서 언급한 '유사시 무력통일론 배제' 등을 통해 상당 부분 마련할 수 있다. 또 한미동맹 현대화의 주된 의제 가운데 하나가 한국의 국방비 증액이라는 현실적인 상황도 감안한 것이다.

자원입대가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도 해결할 수 있다. 직업 병사가 동연령대에 비해 고소득이고, 성별과 관계없이 자원입대가 가능해져 입대 자원이 현재보다 2배 늘어나게 되며, 청소년의 직업선호도에서 군인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재대 군인 가운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재입대 제도를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가령 제대 군인을 상대로 '연봉 5000만 원 1년 병장직'을 운영하면 청년 빈곤과 실업난을 고려할 때, 상당한 호응이 있을 수 있다. 재입대 병사를 포함한 직업 병사를 대상으로 '처우가 크게 개선된 부사관 선발 제도'를 운영하면 부대 내 갈등을 줄이면서 전문성과 숙련도도 크게 높일 수 있게 된다.

나는 이것이 한미동맹을 진짜 '현대화'하고 한미가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주한미군을 집에 데려오고 싶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에 이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한국으로서도 박정희 정권 이래 많은 국민과 정부의 염원이었던 진정한 자주국방에 크게 다가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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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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