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에는 정말 '신'들이 있었다

채용비리 143건 추가 발견...공기업은 '금수저'만 가는 곳?

강원랜드, 금감원 등의 채용비리 사실이 알려지며 공공기관의 부패상이 공분을 낳은 가운데, 정부가 추가로 2000건이 넘는 공공기관 지적사항을 발견했다.

이 중 채용비리 혐의 143건이 추가 확인됐다. 정부는 이들 사례가 적발된 공공기관을 상대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일부 사건은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투명한 채용 경쟁이 보장되어야 할 공공기관의 채용절차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파렴치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지인 자녀의 합격을 위해 실력이 더 좋은 응시자 점수를 무단으로 깎거나, 특정인에게만 채용 정보를 흘리고 공고를 누락하는 등 온갖 불법 행태가 드러났다.

'신의 직장'이라는 공공기관에는 '금수저 자녀'만이 합격 가능하다는 푸념으로부터 공공기관이 면을 세울 길이 없어 보인다.

8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위한 전수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전수조사 대상은 공공기관 330개 중 275개 기관이다.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55개 기관은 이미 감사원 감사를 받았거나 부처 자체감사를 실시한 곳이다.

공공기관 전수조사 결과, 총 2234건의 지적사항이 확인됐다. 부적절한 방식으로 위원이 구성된 사례가 527건으로 가장 많았고, 관련 규정 미비 사례는 446건이었다.

채용 과정에서 모집 공고에 문제가 있었던 사례가 227건, 부당한 평가 기준을 적용한 사례가 190건 확인됐다. 선발 인원을 임의 변경한 사례는 138건이었다.

특히 정부는 채용 과정에서 부정행위 지시가 내려왔거나 서류를 조작하는 등 중대한 채용비리 혐의도 143건 확인했다. 정부는 이들 사례에 관해 징계 절차에 착수하는 한편, 특히 심각한 부정 행위를 적발한 23건은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중간 발표가 이어졌다. 김용진 기재부 2차관(왼쪽 3번째)이 8일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장으로서 회의를 열었다. ⓒ기획재정부 제공

지난해 한 공공기관은 인사 담당자가 고득점이 예상되는 특정 지원자의 경력 점수를 임의로 깎고, 채용시키고자 한 특정 지원자 경력 점수는 그대로 반영했다.

다른 기관은 재작년 면접에서 가점 대상자에게 적법한 가점을 부여하지 않아 불합격 처리하고, 대신 지역 유력인사 자녀를 채용했다.

2011년에는 기관장이 직접 인사청탁을 '처리'하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공공기관장이 지인이 소개한 사람을 공고도 없이 특별채용하고, 이후 계약기간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대상자를 상위직급으로 승진시켜 재임용했다.

다른 공공기관장은 지인 자녀의 이력서를 직접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해 정규직 채용을 지시한 사례도 드러났다.

모집공고 위반 사례도 상당수였다. 한 공공기관은 2014년 채용공고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인 알리오에 공시하지 않고, 특정 협회 등에만 공시했다. 이후 기관 출신 고위직이 추천한 특정인이 채용됐다.

채용조건에 미달하는 이를 합격시킨 사례도 있었다. 2014년 한 공공기관은 채용 과정에서 특정 후보자가 경력증명서, 졸업증명서 등을 구비하지 않았음에도 심사를 진행했고, 해당 분야 경력이 없는 이를 특별채용하기도 했다.

면접에 기관장이 임의로 참여해 특정 응시자를 칭찬했고, 이후 해당 응시자가 합격된 사례도 있었다.

서류전형 선발 요건이 임의로 늘어나기도 했다. 한 공공기관은 당초 선발 예정 인원의 5배수를 서류에서 합격시키기로 했으나, 이후 45배수까지 대상자를 늘렸다. 특정 응시자의 서류 전형 요건이 부족해, 해당 인사를 합격시키기 위해서였다. 이 응시자는 단 한 명 선택된 최종 합격자가 됐다.

정부는 채용비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290건의 제보에 관해서도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는 한편, 이 중 21건의 수사를 의뢰했다.

이번 파문은 감사원이 지난 3월부터 23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 결과 강원랜드, 석유공사 등에서 대대적인 채용 비리가 적발됨에 따라 커졌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적발한 100건의 사례에 대해 문책요구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하는 한편, 4건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19개 심층 조사 대상기관을 선정, 오는 22일까지 현장 조사를 이어가는 한편 행정안전부 주관 아래 824개 지방 공공기관 전수조사도 진행키로 했다. 권익위원회 주관으로 272개 기타 공직 유관단체 점검도 이달 중 마무리하기로 했다.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은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는 공정사회,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데 큰 걸림돌"이라며 "특별조사가 마무리된 후에도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한 만큼, 적극적인 제보를 바란다"고 밝혔다.

▲ 공공기관 채용비리 사태가 무더기 적발됐다. 사진은 사장 구속으로 이어진 강원랜드 전경. ⓒ강원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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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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