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이런 리더십으로 지방선거 치르겠느냐' 소리 나와"
정동영 의원은 26일 평화방송(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각에서는 '이런 리더십으로 지방선거를 치르겠느냐. 대표직 물러나고 비대위를 꾸리라'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지난 8.27 전당대회 당시 안 대표와 맞붙었던 정 의원은 "애초부터 안 대표가 등장한 것이 무리한 등판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특히 '제2창당위'가 내놓은 시도당·지역위원장 일괄사퇴안에 대해 "야당 역사에서 지역위원장 200여 명을 일괄사퇴하라는 것은 사례가 없다"며 "이것은 독재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당헌당규에 없는 일인데 (안) 대표가 물러나라고 한다고 해서 다 물러난다? 그것은 정당이 아니다"라며 "터무니없는 발상이다. 여기 대해서는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정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는 보면 평지풍파를 일으킨 격"이라며 "당초부터 통합은 일방적이고 무리한 발상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당은 정체성이 핵심"이라며 "'묻지마 통합'은 정체성 변경을 야기하기 때문에 심각한 것이다. 정체성을 가볍게 여기면 국민으로부터 지지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바른정당에서는 절반 이상이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게 되어 있지 않으냐"며 "많아야 7~8명이 합류한다고 해도, 이런 무리한 인위적 통합에 대해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절반 이상이 거부하는 자세를 보이기 때문에 결국 40석 플러스 알파가 아니라 40석에서 훨씬 줄어드는 초라한 규모의 정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또 "더 심각한 것은 그 정당의 정체성, 내용물이 뭐가 되냐. '중도 보수' 야당이 되는 것"이라며 "그러면 아무리 안철수, 유승민이라는 간판을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중도 보수 야당이 수도권과 호남 등지에서 의석을 가질 가능성은 없다. 소멸한다"고 전망했다.
千 "바른정당 통합, 비민주적·공작적…바른정당도 기득권"
천정배 의원도 정 의원과 유사한 문제 의식을 보였다. 천 의원은 같은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정체성을 흔드는 현재(의) 비민주적이고 공작적인 통합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쐈다.
천 의원은 "(안 대표처럼) 저도 국민의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중심으로 통합을 하든 연대를 하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우리 당의, 적어도 안 대표가 말하는 가치와 정체성이 뭔지가 모호하다. 사실 저조차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잘 모르겠다"고 꼬집으며 "국민의당의 핵심 가치와 정체성은 '개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개혁' 정체성을 강조했다.
천 의원은 "현실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적폐 청산, 개혁을 강조하며 전국적으로 큰 지지를 얻고 있지 않느냐"며 "우리는 물론 야당이니까 비판도 있어야 하지만, 큰 틀에서는 우리 자신의 개혁성을 명확히 하고 그 개혁을 추진하는데 정부 여당이 앞장선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흔쾌하게 협력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개혁적인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며 "개혁이라는 부분을 포기하고 기득권적인 보수 쪽에 아무리 확장을 한다고 해서, 그러니까 이를테면 지금보다 (지지율이) 1~2% 늘어날지도 모르겠으나 그것은 개혁이라는 넓고 비옥한 평야를 버리고 척박한 산골짜기에 화전을 일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아예 바른정당에 대해 "기득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 분들이 말하는 '개혁적 보수'라는 게, 이를테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게 햇볕정책 아니냐. 유승민 의원도 '햇볕정책 버려야만 서로 연대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햇볕정책 버린다는 것은 냉전적 안보관이다. 남북관계를, 기존에 기득권자들이 유지해 왔던 현상유지, 긴장을 이대로 고조한 상태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의원은 "유 의원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당의 분들은 과거에 햇볕정책에 대해서 '퍼주기'다, 또 극악하게 색깔론 같은 것을 동원해서 매도하고 비판해 왔다"며 "그 점에 있어서 사실 자유한국당이나 친박들과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고문이나 정문헌 사무총장 등 바른정당 전현직 의원들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소재로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비난한 것을 상기시킨다.
천 의원은 또 유 의원이 '통합을 하려면 국민의당이 호남을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호남 폄하적 생각"이라며 "탈호남이라는 게 그런 거다. 예컨대 지금 탈영남이라는 말이 있느냐? 유 의원 쪽에 대해 '당신들 탈영남해야 같이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 아무도 없지 않느냐"고 맞받았다.
그는 "저는 절대 다수의 당원들이나 의원들은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고 본다"며 "다만 안 대표와, 그 분과 가까운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분들이 통합 추진을 포기한 것인지는 저도 확신할 수 없다"고 불안감을 보였다.
박지원 "자기 고집대로 끌고 간다는 생각은 버렸으면 좋겠다"
박지원 전 대표도, 안 대표가 통합을 계속 추진할지도 모른다고 본다는 점에서 천 의원과 비슷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에 출연해 "불씨가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안 대표는 굉장히 고집이 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계속 밀고 가는 그런 끈질김도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두고 봐야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통합 논의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장 통합은 물건너간 거냐'는 질문에 "당장은, 그리고 아마 영원히 물 건너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안 대표가 당 대표 나오기 전에 바른정당과의 통합 얘기를 했을 때 제가 '안 된다. 거기는 정체성이 다르고, 11월에 당이 깨진다'는 얘기를 했다"며 "제 눈에는 보이는데 안 대표 눈에는 안 보이나 보다"라고 비꼬았다.
박 전 대표는 지역위원장 사퇴 건에 대해서도 자신이 사전에 안 대표에게 "이건 아니다. 당헌당규가 있는데, 지금 무슨 6.25 사변이 난 것도 아니고 선거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무감사를 해서 조강특위에서 심사해 정리해 나가는 게 원칙이다"라고 얘기를 했다며 "거기에 대해서 굉장히 수긍을 하더라. 다음날 아침에 발표하기로 한 것을 늦춰서 '아, 잘 되는구나' 했더니 오후에 기자회견해서 김태일 제2창당위원장이 발표를 하더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다만 박 전 대표는 안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하거나 사퇴 등을 언급하지는 않고, 오히려 '덕담'의 범주에 포함되는 말을 건넸다. 다만 뼈는 좀 있었다. 박 전 대표는 '통합 논의가 좌초되며 안 대표 리더십에 타격이 있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지도력이 순간적으로 훼손되고 안 되고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저는 안 대표가 아주 슬기롭게 이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도 또다른 리더십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지금은 국정감사에 전념하고 더 소통을 해서 당의 중의에 따르는 것이 지도자이지, 자기 고집대로 끌고 간다고 하는 생각은 버렸으면 좋겠다. 중지를 모아가는 것이 오히려 안철수 리더십이다. 저는 그렇게 긍정적 평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에서 '하지 말자'고 하면 따라 주지 않느냐"며 "우리 안철수 대표도 자기가 어떤 일을 (할 때) 좋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당이라는 게 혼자 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당 공식기구도 있고, 또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중지을 모아 가지고 거기서 결론을 내리는 것도 좋은 리더십이다. 어제 좋은 결론으로, '더 소통해서 국정감사 끝나고 (논의해) 나가자'이렇게 했으면 좋은 리더십 아니냐"고도 했다.
安 "독재? 그러지 않았다…선거 승리 기준으로 판단"
안철수 대표는 이같은 당내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 논의가 "독재적"(정동영), "비민주적"(천정배)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독재적이라고 하는 것은, 당 내 의견들을 다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르게 결정하는 것 아니냐"며 "그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는 오히려 "전체 과정들을 다 민주적으로 뜻을 모으고 (절차를) 거친 것"이라며 "바른정당과의 연대 이야기가 나오고, 거기 대해 의원총회와 중진 회의를 통해 당내 의견을 모아서 '정책연대를 거쳐 선거연대까지'라는 결론을 냈지 않느냐"고 했다.
안 대표는 자신을 향한 비판에 "여러 다른 생각이 나올 수 있는 것이 민주 정당"이라며 "그런 현안에 대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의견을 나누고 결론을 내는 게 정상적 정당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위원장 사퇴 노의에 대해서는 "이번 주 내로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그는 "여러 가지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그런 과정 중에서,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내년 선거 승리를 위해 도움이 될지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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