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바른정당과 '통합' 대신 '연대'로?

김동철 "'정책연대→선거연대→통합' 3단계 제안, 安도 동의"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로 내홍을 겪은 끝에, 즉각적 통합 추진 대신 정책연대와 선거연대를 거치는 단계적 방안에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통합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안철수 대표나, 반대파인 호남 중진 의원들 모두 이같은 방안에 일정한 공감대를 이뤘다는 것.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4일 호남 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바른정당과 통합을 얘기할 때가 아니고, 정책연대, 나아가 정책연대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선거연대까지도 추진해볼 수 있다. 통합은 그 이후의 모든 조건들이 맞아 떨어졌을 때 추진해야될 것 아닌가 하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어제(23일) 안철수 대표와 오찬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며 "안 대표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가 참석한 조찬 회동에는 주승용·조배숙·박준영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모든 일에는 다 단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정책연대는 의원들이 활발히 하고 있고, 선거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내) 공감대 형성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봐야 한다. 24~25일 의견을 모아 보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 이날 오후에는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는 지금 이뤄지고 있다"며 "정책연대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선거연대까지도 한번 시도해 보자는 뜻"이라고 선거연대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서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는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이날 호남 중진 의원들과 만찬을 갖는다. 다음날 오전에는 최고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가 예정돼 있다.

안 대표나 김 원내대표의 말을 종합해볼 때,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대 정도를 현실적 목표로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도모하는 방향이 당 내에서 무리 없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날 호남 의원 조찬 모임 참석자 면면을 보면, 당초 김 원내대표나 주 의원은 상대적으로 통합 찬성 쪽에, 조 의원은 반대 쪽에 가까운 입장이었다. 찬성파 쪽에서는 '즉각 통합 대신 연대를 우선 추진한다'고, 반대파 쪽에서는 '연대 정도라면 해봄직하다'고 한발씩 양보가 이뤄진 모양새다.

최명길, 송기석 의원 등과 함께 적극적 통합 추진파로 꼽히던 이언주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대당 통합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무적 논의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고, 다만 어떤 식으로든 결국 함께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나 하는 그런 정도 논의로 봐 주시면 좋겠다"며 "공동의 가치를 정립해 나가고 상호 간에 이해와 존중을 할 수 있는 숨고르기가 좀 필요한 게 아닌가"라고 한 발 물러났다.

반대로 통합 추진에 당내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했던 장진영 최고위원도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지금 당장 통합하자는 데에는 소극적"이라면서도 "연대, 가치를 같이 만들어 가고 명분을 쌓아서 통합으로 갈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열린 태도를 보였다.

호남 중진 의원들은 통합 논의에 대한 속도 조절, 또는 '단계론'과 함께, 당 '제2창당위원회'가 내놓은 지역위원장 일괄 사퇴 방안에 대해서도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김 원내대표는 전했다.

통합 논의에 대해서는 '파트너'인 바른정당 쪽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기류다.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 자강파들은 우선 11월 13일 전당대회를 치른 이후에 통합 논의를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책연대를 하고 잘 되면 선거연대까지 하겠다고 제가 과거에 말한 적이 있다"며 "안 대표가 혼자 진도를 많이 뺀 것"이라고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싣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 최고위원은 지난 9월 1일 자신이 국민의당 손학규 전 대표를 만났던 일을 언급하며, 당시 손 전 대표가 "안 대표와 상의해서 왔다"며 "안 대표가 대표에 당선된 직후 그날 저녁에 손 지사를 찾아와서 '바른정당과 같이하고 싶은데, 합당이라고는 안 하고 약간 추상적인, 전략적인 협력, 전략적 동반자 (등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하 최고위원은 "당선된 직후에 바로 그런 얘기를 했기 때문에, 대표 되기 전부터 합당까지는 생각 안 한 것 같지만 바른정당과 연대는 생각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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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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