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인신공격 뚫고 '김명수표 사법개혁' 첫 발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 재조사 등 과제 산적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21일 가결됐다. 우려됐던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앞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국회 인준 투표에서 부결되고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등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김 후보자가 국회 관문을 통과함으로써 문재인 정부는 사법 개혁의 첫 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이 김 후보자에 대해 좌편향이라는 색깔론, 동성애 혐오를 지렛대로 한 인신 공격까지 퍼부으며 부결에 주력한 실제 배경은 사법 개혁의 입구를 틀어막기 위함이었다. 이 같은 저항을 뚫고 오는 25일부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6년의 임기를 시작하게 된 의미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는 사법부 독립성과 재판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시킨 것으로 평가되는 양승태 현 대법원장 체제와 적지 않은 단절과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가 양승태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13기 아래인 데다 대법원장으로 가는 필수 코스였던 대법관을 지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세대 교체는 필연이 됐다. 관심은 이제 김명수 대법원장이 진두지휘하는 사법 개혁의 폭과 속도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 김 후보자가 대법원이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해왔다는 소위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추진할지 주목된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재조사는 사법부 인적 청산과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개혁 등으로 이어지는 사법 개혁의 시작점이나 다름 없어 김 후보자가 피해갈 수 없는 과제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진상조사위원회는 당시 의심의 대상이 된 컴퓨터를 조사하고자 시도했지만 조사할 수 없었다"며 "모든 내용에 대해 살펴서 다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양승태 대법원장이 봉합했던 블랙리스트 의혹을 후임 대법원장이 파헤치는 것이어서 만만치 않은 저항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의결한 추가 조사 요구를 수용해 일선 법관들과 소통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재조사의 범위와 방법 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법 개혁의 제도화라는 측면에선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개혁이 관심을 받는다. 핵심은 법원행정처를 통해 서열화, 위계화된 관료적 사법구조의 개혁이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대법원장이 되면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부터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장에 집중된 인사권이 결국에는 법관의 관료화 현상을 강화했다"며 일선 판사들이 인사제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대법관 임명 제청권과 헌법재판관 지명권 등 대법원장의 권한을 내려놓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 후보자는 또한 법원행정처의 권한과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법원행정처 비대화 문제는 행정처에 근무하는 판사를 몇 명 줄이는지의 문제에 그쳐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사법정책과 사법행정의 방향성은 법원행정처의 고위 간부 몇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법관회의·전국법원장회의·전국법관대표회의 등에 그 권능을 적절한 방식으로 이관하거나 실질적으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일각에선 법원행정처를 없애고 독립적인 기구인 사법평의회를 만드는 방안을 개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개헌과 맞물린 사법 개혁의 제도화에 김 후보자가 유연한 태도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이 밖에 대법원 상고 사건의 적체를 해결하기 위한 상고허가제 도입, 전관예우 근절 방안 마련 등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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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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