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취임 30일 기자회견…'명함 제비뽑기' 등 2시간 꽉채운 이례적 소통행보

질문자로 선정된 기자 "운이 좋았다"고 하자…李 "로또가 돼야 하는데" 웃음

이재명 대통령의 3일 기자회견은 '이례적'이었다. 통상 100일 전후로 진행되던 대국민 기자회견 시기를 앞당겨 취임 30일 만에 진행했고, 제비뽑기로 기자들에게 질문 기회를 부여하는 등 이 대통령이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한다'는 제목으로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당초 1시간30분으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2시간을 넘겨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통령실 참모진을 비롯해 147명의 기자들이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30일 기념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빠르게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재인, 윤석열 전 대통령 모두 취임 100일을 기념해 첫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이 당겨진 것은 직접 소통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에 "지난 30일은 5200만 국민의 간절한 열망과 소망을 매 순간 가슴에 새겼던 치열한 시간"이었다며 "절박한 각오로 쉼 없이 달려온 지난 30일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4년 11개월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자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고 적었다.

대통령과 기자들과의 거리도 물리적으로 좁혀졌다. 종전에 대통령은 연단 위에 설치된 의자에 앉았으나 이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연단을 없앴고 좀 더 가까이 기자들의 좌석을 배치해, 대통령과 기자들의 거리는 1.5미터가량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회견 방식은 이 대통령이 집단 토론에 즐겨하던 '타운홀 미팅' 방식을 차용했다. 기자들과 둘러앉아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각 수석들도 기자들을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다. 또한 위성락 국가 안보 실장,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을 비롯해 각 수석들도 기자회견장에 미리 자리해 기자들과 명함을 나누는 등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질문 방식은 새롭게 도입된 '명함 제비뽑기'를 통해 이뤄졌다. 언론과 질문에 대한 사전 조율을 하지 않고 회견장에 놓여진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세 분야 중 한 분야에 기자가 명함을 넣으면 기자단 간사가 무작위로 추첨해 질문자를 선정했다. 일부 질문자는 대통령이 직접 지목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짜고 치는 고스톱은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평소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총 15개명의 질문자를 선정해 질문을 받았다. 제비뽑기를 통해 질문자로 선정된 한 기자는 "운이 안 좋은데 오늘을 위해서 그간 운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로또가 (당첨) 돼야 하는데"라고 말하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 외에도 지역 풀뿌리 언론들은 화상으로 참여해 미디어 월을 통해 비대면 질문을 던졌다.

이 대통령의 '농담'도 이어졌다. 제비뽑기 방식으로 기자들을 선별해 통신사, 종합지 등이 질문자로 선택받지 못하자 이 대통령은 통신사에게 기회를 주고싶다며 한 통신사를 호명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통신사 기자가 '차별금지법의 사회적 합의를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추진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자 이 대통령은 "안 할걸 그랬다"며 난처한 질문에 멋쩍게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집중적인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가능하면 국회가 나서서 논쟁적 의제에 대한 토론을 해주면 좋겠다"며 "우리는 집행기관이라 영 안되면 마지막에 나서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외신 기자가 영어로 질문을 하니 이 대통령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며 웃어보이기도 했고, 여름휴가를 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선출직 공직자가 휴가가 어디 있냐, 눈 감고 쉬면 휴가고 눈 뜨고 일하면 직장이지 이러면서 그냥 필요할 때 쉬자 이렇게 해서 공식 휴가를 별로 안 가졌다"며 "그랬더니 부하 공직자들이 못 쉬는 부작용이 있더라. 이번에는 휴가를 가야겠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이 대통령은 앞서 취임 한 달의 소회에 대해 "저는 일주일 단위로 시간이 지나가는 것 같다"며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하니 어려움이 많지만 할 것은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나이 드신 위성락 실장께서 코피를 쏟고 살이 빠져서 얼굴이 핼쑥해지고 이런 것을 보니까 미안하긴 한데 공직자가 피곤하고 힘든 만큼 5177만(인구 수) 배 효과가 있다는 생각으로 견뎌달라 부탁하고 있다"며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30시간만 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꽤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을 넘겨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했고, 기자회견이 끝난 뒤 취재진과 악수를 하며 청와대 영빈관을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 입장해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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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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