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중교통 이용했다고 문제 될 줄은 몰랐다"

양심적 병역거부 및 동성애, 서면답변보다 후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 동성애자 인권 문제에 대해 앞서 서면 답변서에서 밝힌 내용보다 다소 후퇴한 답변을 내놨다. 청문회 통과 부담을 고려한 수위 조절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냐"고 묻자 "그렇다. 여태까지 제가 판결을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이어 "제 생각은 입법적 해결이 원칙이지, 법원이 병역법상의 '정당한 사유'를 해석하는 방법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또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군 내 동성애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동성애·동성혼 부분은 사회적으로 여러 논의가 많고 많은 대립이 있다"며 "저는 개인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 공부하거나 생각해본 적이 없고, 군형법은 헌법재판소 결정도 나와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부분에 대해 특별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앞서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동성애 이슈에 대해서는 "동성애(자) 및 성소수자 인권도 우리가 보호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며 다만 "동성혼 합법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었다.

김 후보자는 또 서면 답변에서 사형제, 낙태 등 전통적인 인권 이슈에 대해 비교적 진보적인 의견을 밝혀 화제가 됐었다. 그는 사형제에 대해 "오판 가능성, 의심이 전혀 없고 죄책이 심히 중대하며 범죄의 일반예방적 견지에서 극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했고, 낙태에 대해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 차원에서 임신 초기에 한해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을 폭넓게 수렴해 해결해야 한다"고 원칙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김형연 인사, 한명숙·국정원 판결 비판 부적절"

김 후보자는 헌법상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주호영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현직 판사가 사표를 내고 며칠만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간 것에 대해 비판이 많다"며 김형연 법무비서관을 겨냥한 질의를 하자 "개인적으로 법관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법관이) 사직하고 정치권이나 청와대로 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주 위원장이 "김 법무비서관 인사가 바람직하냐"고 좀더 직접적으로 묻자 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다만 "그러면 청와대가 인사를 잘못한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는 "그것은 제가 말하기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 후보자는 '검사의 경우 청와대 파견이 금지돼 있고 사직하고 청와대 근무를 한 경우도 일정기간 검사로 재임용이 제한돼 있는데, 판사도 그런 규정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주 위원장의 물음에 대해 "검찰청법뿐 아니라 법원조직법에도 사법부 독립을 위해 일정한 제한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또 얼마 전 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판결에 대해 여당인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부당한 재판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사법부의 최종적 판결이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므로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적으로 답했다.

국정원 전직 직원들의 단체 '양지회'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검찰이 신청한 영장을 기각한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에 대해 검찰과 전현직 여당 의원들이 비난을 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재판과 관련된 부분이라 제가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면서도 "국민 누구나 재판에 관해 의견을 얘기할 수 있지만, 누가 얘기하느냐에 따라 영향력에 차이거 있기 때문에 누구냐에 따라 조심해야 한다. 법관에게 최종 결론을 내릴 권한을 준 것이 법치주의다. 개개 법관의 판단을 존중하고 헌법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의견 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손 의원은 그러나 이 답변에 만족하지 못한 듯 "그렇게 해서 어떻게 사법부 독립을 지킬 것이냐. 정치권의 판단이 잘못했다고 말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후에 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정반대 취지에서 "이런 중대한 사건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것이 국민 법감정에서 옳은 일이냐"고 묻자 "담당 판사가 여러 기록과 사유를 잘 살펴 판단했을 것"이라고 영장 기각 결정을 옹호했다.

그는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의 질의에서 같은 문제가 또 나오자 아예 입장을 정리해서 "법관의 재판 결과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첫째, 법관 개인 결정을 존중해야 하고, (둘째) 법치주의와 헌법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의 의견이어야 용납될 수 있다. 만약 제가 대법원장이 된 후에 그런 일이 있다면 당연히 적극적 항의나 성명(발표)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이 '오 판사에 대한 비판이나 한 전 총리 재판 비판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 달라'는 취지로 요구하자 그는 "분명히 적절하지 않고 정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고 확인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인권법연구회, 사조직 아냐"

오전에 이어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논란도 이어졌다. 김 후보자는 "제가 2011년 가을에 인권법연구회 창립에 관여한 것은 제가 주도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이미 공부하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회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해야 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부탁해 맡은 것"이라며, 이 연구회가 "사조직"이라는 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저는 사적인 모임이라 확신한다"며 계속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제가 2005년에 우리법연구회를 탈퇴한 후 6년이나 지나서 인권법연구회를 만들었고, 저만 우리법연구회 출신 회장이지 이후 회장은 우리법연구회와 전혀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법원행정처에서 요직을 맡은 분도 2명이나 있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사법부 개혁 이슈와 관련, 핵심 개혁 대상 중 하나로 꼽히는 법원행정처에 대해서는 "비판과 문제 제기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재판 잘 하는 사람이 대우를 받아야지, 행정 잘 하는 사람이 우위에 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적 의식을 드러냈다. 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영장전담판사는 법원 안팎의 평판에 민감한 승진 대상자가 아니라 이미 승진한 부장판사로 임용해야 한다'고 제안한 데 대해서는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청문회에서 한국당·바른정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약자에게 편안하고 강자에게 준엄한 사법부"를 만들겠다고 한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주호영 의원은 "약자를 보고하겠다고 하지만 약자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지 않나. 약자라도 떼쓰는 약자도 있고, 강자이지만 옳고 억울한 강자도 있다"고 했다. 극우 성향 자유경제원 출신 전희경 의원은 "성 소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약자, 소수자로 규정하면 위험하다"며 "강자로 규정된 사람에 대해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의원은 과거 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에서 '동성 커플에게도 이성 커플에게 보장된 것과 동일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면서 이를 "사실상 동성애를 '허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문제 삼기도 했다.

"무식이 자랑이냐" vs. "역사의 죄인" 여야 불꽃 공방전

여야 청문위원 간의 설전은 이날 종일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사법부가 과거 권력에 굴종했던 역사를 언급하며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수사팀에 참여했던 곽상도 의원을 "역사의 죄인"이라고 하자, 곽 의원은 "저는 민사소송 당사자도 아니다"라며 "무식한 게 자랑이냐"고 응수하는 일도 있었다. 이 의원은 '무식'이란 말에 격앙, 사과를 요구했다.

오전에 이어 김 후보자의 '관용차 이용 관련 논란'도 계속됐다. 김 후보자가 양승태 현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근무처인 춘천지방법원에서 서울 대법원으로 이동할 때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것이 '전시성 행보' 아니었냐는 의혹이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오전에 "저에게 차가 주어지기는 춘천지법원장 임무를 수행하라고 준 것인데, 이것(대법원장 후보자로서의 일정)이 지법원장 임무인지 개인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자유한국당, 김명수 지명 두고 "쿠데타 후에나 있는 것")

여당 의원들은 "관용차를 잘못 타서 문제가 된 경우는 봤지만, 대중교통 탔다고 문제 된 경우는 처음 본다"(기동민)는 등의 발언으로 김 후보자를 옹호했지만, 야당에서는 오후에도 "보여주기 위한 것"(손금주), "쇼"(곽상도)라며 비난했다. 김 후보자는 결국 "저도 굉장히 당혹스럽다. 관용차를 안 쓰고 대중교통을 탔다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될 줄 몰랐는데, 한편으로는 '전시성'이라는 우려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제가 관용차를 타면 문제가 있을 줄 알고 타지 않았는데 전후 사정을 비춰 그런 느낌을 갖게 했다면 유감스럽다"고 했다.

야당 청문위원들은 김 후보자에게 도덕성 관련 질의는 거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당에서 "재산이 부모 재산까지 8억6000만 원이고 그 중 7억이 전세금인데 법관 30년 하면서 너무 경제적으로 무능한 것 아니냐"(기동민), "부동산 투기를 한 적 있느냐?"(백혜련) 등 다소 의도적으로 보이는 질문을 했다. 김 후보자는 "재산이 너무 적다고 생각지 않는다. 32년 월급으로 살면서 그게 작거나 무능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부동산은 분양받은 적도 없고, 위장전입·세금탈루·논문표절도 없다. 퇴임 후 변호사 개업 계획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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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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