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사드는 '문재인 대못'이 됐다

"문재인 정부 두달만에 짓밟힌 약속…참으로 슬프다"

주한미군이 7일 오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를 성주 사드기지에 반입 완료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처음으로 주민들과의 물리적 마찰을 불사했다. 부상당한 현지 주민들이 속출했다.

지난 4월 26일 사드 발사대 2기와 엑스밴드 레이더는 이미 성주 기지에 반입됐다. 이번에 추가 반입된 사드 발사대의 설치 작업이 완료되면 총 6기의 발사대로 구성되는 사드 포대가 곧바로 정상 가동된다.
정부와 군 당국은 '임시 배치'라고 한다. 1년가량 소요되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뒤에 배치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논란을 일으켜 온 사드 배치가 사실상 완료됨에 따라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찰에 가로막혀 눈앞으로 지나가는 사드 발사대 반입을 바라보던 소성리 할머니들은 "어떻게 문재인 대통령이 이럴 수가 있냐"고 통탄했다.

반면 지난 2011년 제임스 셔먼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반도 사드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지 6년 만에 미국은 전략적 숙원을 이뤘다. 미국은 사드가 한국을 미일 MD 체계(미사일 방어체계)로 편입시켜 중국을 봉쇄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지난해 7월 8일 한반도 사드 배치를 공식 결정한 이래 졸속 배치, 알박기 반입 논란 속에 사드 배치를 강행해 온 박근혜 정부의 숙원도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 논리는 박근혜 정부와 판박이다. 지난해 1월 13일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 또 미사일 위협을 감안해 우리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시점은 북한이 4차 핵실험(2016년 1월 6일)을 한 직후였다.

문재인 정부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서 사드 추가 배치의 명분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직후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5일에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배치하는 것"이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이 같은 입장은 집권 전 태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사드는 효용에 한계가 있는 방어용 무기다. 더 바람직한 것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이며 그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 방어에 효용성이 떨어지는 무기체계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뒤 곧바로 사드 발사대를 추가 반입함으로써 절차적 민주성과 정당성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의 발언도 식언이 됐다. 취임 후인 지난 6월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철저한 환경영향평가를 지시하며 "사드 배치가 국민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로써 '박근혜 말뚝'이던 사드는 이제 '문재인 말뚝'이 됐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정부 당시의 사드 조기 배치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국방부를 조사했고, '사계절 환경영향평가를 주민 참여 속에 실시하겠다'고 약속하던 두 달 전의 문재인 정부는 온 데 간 데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새로운 정부의 진정성에 환호하였고, 이제 지난 정부의 안보적폐도 해소되기를 기쁜 마음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불과 두 달 만에 이 약속은 짓밟혔다. 그것도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참으로 슬픈 일"이라고 했다.

'한미일 대 중러' 대립 구도로 전개되는 북핵 갈등에도 사드가 선기능으로 작용할 여지는 거의 없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에도 시진핑 중국 주석과 문 대통령의 전화 통화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측이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추가 배치 결정 직후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한미의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대한다. 이 입장은 아주 일관되고 명확하며 확고하다"며 철수를 촉구했다. 시진핑 주석이 사드 배치를 앞장서 반대해 온 만큼 한중관계는 한동안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한국상품 불매 운동 등 경제 보복을 비롯해 다음 달 만료되는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반도 문제에 급속하게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도 중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6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 요청을 면전에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국내에선 관성화된 한미동맹에 치우쳐 군사력 증강이라는 즉자적 대응만 반복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쇄신 요구가 빗발친다. 사람과 전략, 리더십의 실종에 대한 비판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다른 외교안보정책을 기대했던 전문가들은 "대북 압박 효과도 미흡하고 중국과의 갈등만 심화된 비합리적, 비전략적 선택"이라고 사드 배치를 비판하며 "다른 분야에서 잘하고 있는 것을 안보 분야가 다 까먹고 있다. 지난 정부의 적폐를 왜 이 정부가 끌어안나?"라고 개탄하고 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이러다 보수에 하이재킹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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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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