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둘, 연간 병원비 4000만 원…건강보험이 없다면?"

[프레시안-진보신당 공동기획④] 이제는 '병원비 걱정없는 사회'다

이명박 정부가 영리병원 도입 등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건강보험 통합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지방선거의 무상급식 공약에 이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보편적 복지정책의 핵심을 부각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특히 의료비가 가계에 미치는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병원비 걱정 없는 건강한 생활은 국민들의 삶의 질과도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에 <프레시안>과 진보신당은 공동기획으로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보건의료단체와 진보신당 건강위원회 소속 전문가 등이 현재 추진 중인 의료 민영화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나의 아내는 2001년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와 골수이식을 받았다. 2006년부터는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라는 항암제를 매일 복용하고 있다. 항암치료와 골수이식 비용으로 우리 가족은 병원에 4000만 원을 지불했고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병원에 6000만 원을 지급했다. 아내가 매일 복용하고 있는 글리벡 약값은 한 달에 280만 원이다. 이 중에 매달 우리 가족은 14만 원을 지불하고 건강보험공단에서는 266만 원을 부담한다. 글리벡은 평생 복용해야 하는 항암제이다. 약값이 년 간 3300만 원이고 만약 30년만 복용한다고 해도 10억 원이 넘는다.

▲ 고가인 항암제 글리벡 약값은 오랫동안 백혈병 환자들의 생명권과 관련된 주제였다. 건강보험에서 약값 보조가 없다면 개인이 도저히 부담할 수 없는 수준이다. ⓒ프레시안
나는 암 중에서 가장 완치율이 높고 치료비용이 저렴하다는 갑상선암 진단을 2008년에 받았다. 조직검사 등을 받고 난 뒤 4박5일 입원해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비로 병원에 180만 원을 지불했고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병원에 300만 원을 지급했다. 지금은 6개월에 한 번 씩 외래진료를 받으면서 재발 여부를 추적관찰하고 있다. 평생 '씬지로이드'라는 호르몬제를 먹어야 하고 매년 초음파검사와 양전자 단층촬영(PET)을 받는다. 호르몬제 가격은 년 간 2만 원에 불과하지만 초음파검사는 보험이 안 되는 비급여이고, 양전자 단층촬영(PET) 역시 보험이 안 되며 100만 원이 넘는 고가 검사이다.

우리 가족에게 국민건강보험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생명줄'이다. 국민건강보험이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국민건강보험이 없다면 우리 가족은 당장에 아내의 글리벡 약값과 나의 초음파검사, 양전자 단층촬영(PET) 비용으로 년간 4000만 원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아내의 백혈병과 나의 갑상선암이 재발하면 우리 가족의 형편으로는 더 이상 치료를 할 수가 없다.

암 환자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다. 일단 병에 한번이라도 걸린 환자는 민간의료보험에서 환영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민간의료보험은 건강한 사람에게만 열려 있다. 부모가 모두 암 환자라고 하면 자녀들의 민간의료보험 가입도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 <식코(Sicko)>는 전국민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에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민간의료보험에서 거부당하는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의료보험의 당연한 생리이다. 비단 이것이 우리 가족에게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가족 중에서 암, 뇌졸중 등 중증환자가 1명이라도 있는 가족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동일한 고통을 겪고 있다. 가족 중 중증환자 1명씩은 있는 현실에서 이런 고통은 대다수 서민들에게 해당되는 것이기도 하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병원비 폭탄을 대비하기 위해 민간의료보험에 눈을 돌려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가입거절뿐이다.

당연히 이들이 마지막 기댈 곳은 국민건강보험 뿐이다. 환자이기 때문에 가입을 거절하는 민간의료보험과 달리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국민건강보험이 우리 환자들 입장에서는 병원비 해결의 유일한 대안이다. 문제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2009년 기준 62%)이 낮아서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만 믿고 있다가는 큰 코 닥칠 수 있다는 인식이 국민들 가운데 팽배해 있다.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요구 속에서 출발했다. 내용 면에서는 국민이 스스로 내는 보험료를 지렛대로 보험료, 기업, 국가 몫을 지금보다 34%(보험료금액은 평균 1만1000원)씩 올리자는 것이고, 방식 면에서는 기존 사회단체보다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풀뿌리 시민운동을 선택했다. 100만 명의 시민을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 동참케 하고 이들의 힘과 의지로 건강보험 재정 지불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중병에 걸려 입원한다 해도 병원비의 90% 이상을 국민건강보험이 해결해 주고, 어떤 병에 걸려도 전체 병원비가 연간 100만원을 절대 넘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틀니도 건강보험에서 제공하고, 환자가족의 간병도 걱정 없는 튼튼한 국민건강보험 만들기를 시작하자. 꿈이 아니다. 지구상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이미 현실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 걱정 없는 복지국가를 향해 이제 시민이 주체로 나설 때이다.

우리가 건강보험하나로에 꽂힌 이유

-최은희(진보신당 의료민영화저지및건강보험하나로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6.2 지방선거를 통해 무상급식을 성공적으로 이슈화 하면서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논의가 시민사회와 정당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존 보건의료단체와 함께 <건강보험하나로 시민회의>가 시민참여 뿔뿌리 운동을 표방하면서 지난 7월 출범했다. 정당들 가운데 민주당은 정책위원회에 '건강보험보장성강화 추진기획단'을 구성하고 조만간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고, 민주노동당도 최근 '무상의료위원회'를 설치하고 사업을 준비 중이다.

진보신당은 의료민영화를 막아내고, 그 대안으로 건강보험보장성강화, 무상의료를 현실화시켜 나가기 위해 지난 7월 '의료민영화저지및건강보험하나로특별위원회(위원장 조승수, 김종명)'을 설치하였다. 특별위원회는 현재의 한국 보건의료체계가 국민 건강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인식 아래 이의 대전환을 위한 '보건의료 대개혁 로드맵'을 작성하고 있다. 8월에는 토론회를 통해 진보신당의 국민건강보험 개혁 방향을 밝히기도 했다. 진보신당은 국민들이 의료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재정 확충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장성 강화의 목표는 입원 치료의 경우 90%, 전체적으로 80% 이상이며, 본인부담 상한을 '년간 100만 원'으로 정해 중병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본인부담상한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도 필수 의료행위의 국민건강보험 전면 적용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정확충과 관련해서는 정부, 사업주, 국민의 부담을 높여 현재의 '저보장' 건강보험을 '고보장'으로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또한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보험료 면제 및 대부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부자들에 대해서는 보험료 부과대상을 종합소득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재정 확충이 보장성 강화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지출 개혁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다양한 방안도 병행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상의 내용들을 제도화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진보신당은 국민건강보험법등 개별법률 개정과 함께 '(가칭)건강보험 대개혁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이 정치상황과 재정여건에 따라 좌우되지 않도록 보장성 목표와 기구 등을 법률로 명시하자는 취지이다.

2010년은 전국민건강보험이 시작되고 10년째 되는 해이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의 미래를 결정하는 해이기도 하다. 민간의료보험의 역할을 확대한 결과 국민건강보험이 약화되거나 붕괴되는 미래를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 전 국민 무상의료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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