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옹호' 박성진, 靑 "창조과학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

문재인 정부에 뉴라이트 장관? 곤혹스런 청와대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이 불거진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가 불투명해졌다. 박 후보자가 창조과학 신봉자로 드러난 데 이어 이승만, 박정희 독재를 긍정 평가하고 1948년 건국을 주장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 밝혀지자 청와대의 분위기도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5일 포항공대 기계공학과에서 열린 '대한민국 건국의 문명사적 의미' 세미나의 연사로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초청한 이가 박 후보자라는 사실도 30일 추가로 드러났다. 전공과 전혀 무관한 세미나 주제인 데다, 대표적인 식민지근대화론자인 이영훈 전 교수를 연사로 초청한 것이다.

'한국창조과학회' 활동 이력이 드러난 당시 "이사직을 즉각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직자로서 개인이 갖고 있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옹호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새롭게 제기된 역사관 논란에는 "(창조과학 신봉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라며 뉴라이트 계열의 1948년 건국절 주장을 일축한 지 보름 만에 장관 후보자의 뉴라이트 사관이 밝혀지자 청와대도 적잖이 곤혹스런 눈치다.

청와대는 그럼에도 국회 인사청문회까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최종적으로 본인에게 해명, 설명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인사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본인이 실제 그런 발언을 정확하게 했고, 그러한 내재적 신념을 갖고 있는지 다른 자료도 찾아보고 여러 단위에서 검증하는 중"이라며 낙마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박 후보자의 한국창조과학회 활동 이력을 '종교의 자유'로 옹호하며 대수롭지 않게 보는 청와대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창조과학회는 1981년 설립된 기독교 창조과학 확산 단체로, 창조과학은 성서의 창조론을 과학에 근거한 사실로 보고 진화론을 부정하는 신앙운동을 전개해왔다.

박 후보자는 이 같은 논란에 "저는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 신자로 창조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창조신앙을 믿는 것"이라며 "개인적인 창조과학 연구 활동은 없었으며 과학적인 방법론에 입각한 진화론을 존중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과학계에선 '반지성'의 문제를 종교의 문제로 이해하는 청와대가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장대익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창조과학과 같은 반지성적 세계관을 신봉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버젓이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은 지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장 교수는 "그런 과학계 인사가 포진해있는 정부라면, '창조과학자 옹호자를 쓰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해명하는 정부라면, 더 이상 존경할 수 없다"며 "대체 이 정부는 언제부터 MB보다 더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나?"라며 비판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도 26일 페이스북에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것은 단지 종교적 선택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 올린 과학적 성취를 부정하는 '반과학적인 태도를 지녔다'는 뜻"이라고 지적한 뒤 "나는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을 매우 위험한 학자들이라 여긴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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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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