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국보법, 표현의 자유 제한…동성애 금지할 수 없어"

'정치 편향' 논란은 적극 반박…주식 투자 등 재산형성 과정도 갑론을박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여야가 거센 공방을 벌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정당인 정의당은 이 후보자의 자질을 강조하는 한편,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것이 헌법재판관으로서 결격 사유가 아니라며 이 후보자를 방어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교섭단체 야3당은 정치적 편향성 문제와 도덕성 이슈 등을 들어 부적격함을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8일 국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야당에서는 초반부터 '정치 편향' 주장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은 "각종 정치 성향을 띤 단체에 참여한 내용이 많다"며 "이름만 올리자고 해서 올렸다고 주장한다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도 "사실상 정치인으로 활동했다"며 "정치적 행보가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이 후보자가 민주당 의원에게 정치 후원금을 냈다며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단 이에 대해서는 이 후보자 반대 입장인 국민의당 소속 박지원 의원도 "후원금을 낸 것은 하자도 제척 사유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정치 편향' 주장에 대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잘 실현할 분들을 응원하는 의미로 지지 선언을 했다"며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사실상 정치인으로 활동했다'는 한국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 "지금까지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뒀다"고 반박했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헌재 결정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은 정치적 성향을 지녔다는 것 자체가 결격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이 후보자를 적극 옹호하는 한편, 과거 보수 성향이 강한 헌법재판관들이 임명됐다는 점을 들어 야당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정치적 사안에) 찬성·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허용'되는 게 아니라 권장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관이 되기 위해 특정 정치인이나 공직 후보자에 대해 지지(의사 표명)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은 과거 5공 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에서 4선 의원을 지내고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한병채 전 재판관, 김영삼 정부 시절 정부 추천 인사였으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담당 검사였던 신창언 전 재판관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사건수임·재산 등 도덕성 의혹도 제기

야당 의원들은 '정치 편향' 주장 외에 갖가지 도덕성 검증 이슈도 들고 나왔다. 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이 후보자의 남편 사모 변호사가 판사로 재직할 당시 장녀 재산을 허위로 신고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 후보자의 장녀가 2014년 영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현지에 계좌를 만들었고, 이 영국 은행 계좌에 8만여 파운드(1억2000만 원 상당액)가 들어 있었지만 사 변호사의 공직자재산 신고에는 이 계좌 내역이 신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부주의로 인해 신고하지 못한 것"이라고 누락을 인정하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이 후보자가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로부터 많은 사건 수임을 받았다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주 의원은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사건이 후보자 수임 사건의 절반 이상"이라며 "후보자의 (정치적) 행보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의 주식투자 '성과'도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가 주식 투자로 12억 원의 수익을 얻은 것을 놓고 박지원 의원은 "후보자가 제일 잘 하시는 게 주식 투자 같다. 차라리 헌법재판관을 하지 마시고 워렌 버핏 같은 투자자가 되시는 게 어떠냐"고 비꼬았다. 한국당에서는 회사 내부 정보를 사전 입수해 투자에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주식 투자를 적절한 재산 증식 수단으로 생각해 일찍부터 투자를 해왔다"며 "시장 분석에 따라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매입한 것이고, 회사 관계자 등을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과 한국당 김진태 의원 등은 이 후보자가 서울 청담동 아파트를 매입·매도하면서 양도세를 면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2005년 8월 2억2000만 원에 분양받은 아파트를 2012년 5억9000만 원에 매도하면서 3억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올렸으나, 거주 기간 2년 이상으로 양도소득세 면세 대상이 됐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실제로 이 후보자가 청담동을 떠난 때는 2007년 2월로 추정되는 만큼, 실거주 기간은 2년이 되지 않는데도 부당하게 면세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용주 의원은 이 후보자가 청담동 아파트를 팔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로 이사할 때, 분당 아파트 계약을 이 후보자 모친 명의로 하면서 모친과 두 자녀만 분당으로 전입신고를 하고 이 후보자 본인과 남편은 청담동에 게계속 주민등록을 둔 사실을 들어 "후보자나 배우자는 양도세를 면탈받기 위해 기존 주택을 2년 기간 안에 팔려 한 것"이라며 "남편이 실질적 임차권자인데 허위로 모친 명의로 계약한 것은 (재산 증식 목적의) '기획'"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전입신고를 늦게 한 것이나 계약을 모친 명의로 한 점에 대해 "부주의이자 불찰"이었다고 유감을 표하면서도 "어머니 명의로 계약한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 전입신고를 먼저 하기 위해 어머니 명의로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야당 일부 의원들이 박사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는 "표절이라는 말씀은 과하다"며 실수로 각주 표시 등이 누락된 것이라고 이 후보자는 해명했다.

"국보법, 표현의 자유 제한…동성애 자체를 금지할 순 없어"

헌법 해석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비교적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국보법은)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형제 존치 여부에 대해서는 "헌재에서 합헌 결정이 있었지만 저는 소수 의견에 동의하고 폐지에 찬성한다"고 그는 답했다.

동성애 이슈에는 "동성애는 개인 성적 지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동성애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면서도 "동성'혼'은 사회 구성원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아직 우리 사회가 그런 정도의 가족 형태를 수용할 수 있는지는 자신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 후보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관련해서는 "사건의 구체적 경위는 모르나, 대법원 판결이 난 이상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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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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