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던 17일 오전 11시 40분,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공동으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유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주호영 원내대표와 함께 갑자기 간담회를 갖게 된 것은, 이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으로 인해 만약 임명된다면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에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을 즉시 철회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는 2002년 노무현 후보 지지선언, 2004년 민주노동당 지지선언, 2008년에 진보신당 지지선언,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선언, 2012년 12월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했고), 2017년 민주당 영입 인사 60명에 포함되어 있다"며 "정치적 편향성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서의 자격 요건 흠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이 후보자는 아주 명백한 논문 표절을 하고 있다"며 "공정성 측면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직 배제 5대 원칙'에 해당돼, 결코 헌법재판관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지명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 국회 추천 3인으로 구성되는데, 가장 정치적이라는 '국회 추천'을 봐도 이렇게 정치 편향적인 분은 없었다"며 "이 후보자가 재판관이 되면 헌재 전체가 편향성에 휩싸여 위상이 추락하고 무력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가세했다.
주 원내대표는 "정치 관여나 표절을 두고 여러 차례 언급이 있었지만 이 후보자는 일언반구 답이 없다"며 "정부는 2008년 이후 논문 표절은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는데 이 후보자의 논문표절은 2010년에 있었다. 문 대통령이 이런 점을 뒤늦게라도 아셨다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내 2당(107석)이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당은 앞서 지난 10일 전희경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자진 사퇴와 지명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었다.
이 후보자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원내 5당인 정의당(6석)이다.
국민의당 "이유정 강행 여부 지켜본 뒤 김이수 표결 하겠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은 이 후보자의 거취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거취와 연동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이 이념적 편향성 문제를 들었기 때문"이라며 "김이수 후보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문 대통령이 이렇게 정치적인 편향이 심한 분(이유정)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는 것은 높은 지지율만 믿고 만행에 가까운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김이수 후보자(임명동의안)를 원래 8월 31일 본회의에서 가부 간에 표결에 맡기자고 했었다"며 "그러나 그렇게 되면 김이수 후보자(임명동의안이) 부결되든 가결되든 문 대통령이 이유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후보자 강행 여부를 지켜본 뒤에 김이수 후보자에 대해서 표결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에게 '이유정 후보자 진퇴 문제가 마무리 된 뒤에 김이수 후보자의 본회의 표결을 하도록 협의해 나가자'고 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현재 여당 의석은 120석으로, 정의당 의석을 더해도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3당인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트를 쥔 형국이다.
다만 김 원내대표의 이날 오전 발언으로 인해 다음 본회의에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일기도 했으나, 이날 여야 4당 교섭단체 원내수석부대표들은 오는 31일 본회의에서 2016년 결산안과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법사위 계류 법안 80여 건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해 "31일에 김이수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것은 이미 합의가 된 것"이라며 "이유정 후보자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31일 본회의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어떻게 표결할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김 원내대표 발언의 의미를 설명했다.
법사위, 인사청문회 일정 못 잡고 정회
한편 여야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한국·국민·바른 3당 소속 위원들이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나 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거듭 요구하면서 청문회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로 정회됐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야당에서는 '이 후보자만큼 정치 활동을 (많이) 한 사람은 이전 정부에서도 재판관으로 지명한 적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국회는 청문 요청에 있으면 응하는 것이 국회법상 의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야당이 청문회 실시 계획서 채택에 반대하고 있어 채택이 어려우니 간사들이 물밑 접촉(을 통한 조율)을 해 달라"고 요청하고 개의 50분여 만에 정회를 선포했다.
민주당·정의당 법사위원들은 회의에서 "인사청문 요청안이 온 이상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부적합 의견을 내면 되는 것 아니냐"(민주당 이춘석), "정치 참여가 헌법재판관 지명을 못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정의당 노회찬) 등의 의견을 개진했다.
여야 4당 법사위 간사들은 정회 후 별도 논의를 가졌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법사위 전체 회의를 오는 21일 오후 2시에 다시 열기로 했다. 법사위 국민의당 간사인 이용주 의원은 "간사 회의에서 이견을 조정하기로 했다"며 "21일로 (회의를) 연기한 것은 민주당도 동의한 부분"이라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말했다.
바른정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은 "야당에서는 이 후보자 지명이 부적절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법사위를 당일 오후가 아닌 21일로 연기한 데 대해서는 "급하게 서두를 일은 아니어서, 21일로 연기해 꼼꼼히 살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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