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필관리사의 죽음...세줄 유서 'X같은 마사회'

부산렛츠런파크 2개월간 30대 마필관리사 2명 스스로 목숨 끊어

다단계 구조의 '고용형태'가 부른 참사, 한국마사회 여전히 '고집불통'


부산·경남 유일의 경마장 렛츠런파크의 잘못된 고용형태와 과도한 업무로 인해 두 명의 젊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5월 29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마필관리사 박경근(38) 씨가 고용불안에 대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개월만인 8월 1일 오전 10시 10분쯤 마필관리사 이현준(36) 씨가 자신의 차량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목숨을 끊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마사회의 안일한 대처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숨진 마필관리사의 유가족들과 전국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 경영진 퇴진! 죽음 방조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영진 처벌! 국회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얼마나 더 죽어야 죽음의 경주를 멈출 것인가? 참담한 심정이다"며 "조합원을 죽음으로 내몰고 여전히 책임회피에만 몰두해 있는 마사회에 대한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추모하고 눈물을 흘리는 대신 우리는 다시 한번 결의한다. 마사회의 착취구조를 끝장내는 투쟁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숨진 이현준 씨의 어머니는 "인력 충원이 없어 과도한 업무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집에 와서도 컴퓨터로 일했다"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머리가 오백 원 동전 크기만큼 빠졌다"고 울먹였다.


이어 "이제는 우리 아들이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제발 신경 써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공공운수노조가 기자회견을 통해 마필관리사 자살에 대한 책임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이와 관련해 공공운수노조 한대식 조직쟁의부실장은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국에 3군데가 있는 경마장 중 부산경남의 경우 다단계 구조와 같은 고용구조로 이뤄져 있다"며 "개별 고용주에게 고용이 되다 보니 경쟁체계가 만들어졌다. 게다가 몸이 아파도 일을 해야 하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한대식 부실장은 "오늘 박경근 씨 어머니가 얘기해주길 아들이 처음으로 400만 원이라는 월급을 받아봤다고 한다. 마사회가 말하는 월급은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마필관리사 더 많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마사회에 마필관리자 자살 재발 방지를 위해 인원충원을 요구했으나 마사회는 "임금이 깎일 텐데 인원을 늘릴 수 있겠냐"면서 조율하는 모습이 아닌 방관하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비난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마필관리사의 잇따른 자살에 대해 부랴부랴 한국마사회도 보도자료를 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마사회 측은 "민노총에서 임금 관련, 열악한 업무환경을 문제로 들고 있지만 이번에 돌아가신 분은 연봉이 4600만 원 정도로 알고 있다"며 "저희가 할 수 있는 도의적인 부분과 마필관리사 자살에 대해 대처방안을 구하고 있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도 성명을 내고 '사회적 타살인 마필관사의 잇따른 죽음'에 대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마필관리사의 잇따른 죽음은 비정규직이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일으킨 사회적 타살이다"며 "한국마사회가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과 역할, 존재의의를 망각해 직원들의 잇따른 죽음을 초래했다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입장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원들이 잇따라 죽어 나가는 데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본부장이란 사람이 장례식장에 찾아와 '조용히 보내드리자'라고 말했다는 것은 책임회피에만 몰두하는 마사회의 저급한 인식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두명의 마필관리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은 분명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이 내부적으로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5월 목숨을 끊은 박경근 씨의 숙소에서 발견된 3줄의 유서 중 첫 줄 내용은 'X같은 마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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