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합의 재검토TF, 靑 캐비닛 문서도 검토한다

오태규 위원장 "합의 과정 모든 것 검토…문서 소재 중요하지 않아"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하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팀이 외교부 장관 직속으로 꾸려졌다. TF의 책임자인 오태규 위원장은 전임 정부의 합의 관련 문서 열람을 비롯해 관계자들도 면담할 수 있다고 밝혀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실체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오 위원장은 31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대다수와 피해자들이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양국 간 위안부 문제 과정과 협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TF가 출범됐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 관련 경과 및 합의 내용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및 평가가 주요 임무"라며 "주로 위안부 관련 합의 문서를 검토하는 형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또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피해자 및 관계자의 면담을 통한 의견 청취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국제법적으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 중심주의로 접근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그런데 이번에 피해자들이 상당히 반발했다. 왜 반발하고 있는지, 그분들의 생각이 합의 과정에서 사전에 충분히 투영됐는지를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TF팀이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의 문서를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외교부가 현재 재판 중인 위안부 합의 관련 문서도 공개 여부도 TF에서 결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TF팀은) 합의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외의 부분은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1월 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정숙 부장판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송기호 변호사가 외교부를 상대로 '2014년 4월 한일 국장급 협의 개시 이후 2015년 12월 28일까지 한일 외교부 장관 공동발표문을 도출하기 위해 진행한 협상에서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의 존부 및 그 사실인정 문제에 대해 협의한 협상 관련 문서'를 공개하라는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외교부는 이에 항소한 상태다.

▲ 오태규(앞줄 가운데)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 위원장이 7월 31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외교부

외교 문서 검토와 관련해 오 위원장은 "(TF 내에) 민간 위원들이 있기 때문에 외교 문서를 열람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보안과 관련한 법 절차를 준수하는 안에서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내 문서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문서 역시 검토 대상이냐는 질문에 그는 "원칙적으로 합의 과정에 있는 모든 것을 검토한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문서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문서도 필요할 경우 검토 요청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무수석실에서 다량의 전임 정부 문서가 발견됐다며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선거 등과 관해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을 포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관계자 면담 역시 그 대상을 전 정부 관계자까지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 오 위원장은 "조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관계자는 모두 면담을 하자는 것이 저희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어디 소속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이라고 답했다.

만약 관계 기관이나 관계자들이 문서 제출이나 면담을 거부할 경우에는 어떤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TF팀이) 수사권이 없어서 강제적으로 (문서 제출이나 면담을) 하기 어렵다"며 "다만 면담을 요청했는데 거부했을 경우 그 자체를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문서 검토나 관계자 면담 과정에서 불법 혹은 위법적인 행위가 발견될 경우 수사를 요청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오 위원장은 "저희는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위안부 합의가 한일 간 합의인 만큼 일본에도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일본에서 협조해준다면 충분히 (자료를 요청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다른 나라의 문서까지 (검토)하는 것은 저희의 활동 범위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위안부 합의를 검토하는 기간 동안 사실상 한일 관계가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오 위원장은 "위안부와 한일 관계의 다른 사안은 별도로 생각하고 잘 해나가자고 장관도 이야기했다"며 "위안부 합의를 검토한다고 해서 다른 한일 문제가 더디게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위안부 합의로 만들어진 화해‧치유 재단도 검토 범위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오 위원장은 "화해‧치유 재단도 위안부 합의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TF팀의 회의는 월 2회 비공개로 치러지며, 관련 회의를 통해 정리된 결과를 최종 보고서 형식으로 올해 안에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 및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TF팀은 오 위원장 외에 선미라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조세영 동서대학교 일본연구센터 소장(전 외교부 동북아 국장) 등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밖에 민간위원으로는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양기호 성공회대 일어일본학과 교수, 손열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이름을 올렸으며 외교부 내에서는 황승현 국립외교원 교수, 백지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유기준 국제법률국 심의관 등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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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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