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국정과제] ILO 핵심 협약 비준…전교조 합법화 성큼

아동수당 도입·기초연금 30만 원으로 '적극적 복지국가'

문재인 정부의 5년 사회복지 분야 정책 방향은 '적극적 복지국가'와 '노동조합 존중'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아동 수당 도입, 기초연금 30만 원 등으로 '보편적 소득 보장 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노동계를 국정의 주요 대화 상대로 인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법외 노조 철회' 조치에도 첫 발을 뗐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복지국가 체제 강화'를 중요한 전략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아동 수당, 청년 구직 촉진 수당, 기초연금액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먼저 2018년부터 0~5세 아동을 대상으로 월 10만 원씩 아동 수당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행 10만~20만 원이던 기초연금을 2018년에는 월 25만 원으로, 2021년에는 3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또 장애 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보건 의료 공약을 보면, 2015년 기준으로 63.4%에 불과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2022년까지 70%로 올리겠다고 했다. 또 2017년부터 15세 이하 아동의 입원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5%로 인하하겠다고 했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료 등 '3대 비급여' 부담도 경감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보육, 교육 공약을 보면, 2017년부터는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두 배로 올리고, 2018년부터는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2018년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 전액을 국고에서 지원하고, 2022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 40%를 달성하기로 했다. 2020년부터는 고등학교 무상 교육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주거 공약을 보면, 청년과 신혼 부부 등을 대상으로 공적 임대주택을 연 평균 17만 호씩 공급하겠다고 했다. 2018년에는 신혼 부부 전용 전세자금 대출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1일 일자리위원회 첫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사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댔다. ⓒ청와대

ILO '노동3권 보장' 협약 비준…전교조 법외 노조 철회 첫발?

노동 공약에 대해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노동 인권을 강화하고 노동의 사회적 대화 참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박근혜 정부가 강행한 '성과 연봉제' 관련 조치를 2017년부터 폐기하고, 2018년까지는 노사정 대화를 통해 '노동 존중 사회 기본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ILO 협약 가운데 강제 노동에 관한 제29호, 제105호 협약,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단체교섭권 보호에 관한 제87호, 제98호 협약에 대한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1991년에 ILO에 가입했지만 그동안 한국 정부가 거부해온 '노동 기본권' 관련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밝힌 의미는 작지 않다. (☞관련 기사 : 문재인, ILO 100주년 총회 참석하는 모습 보고 싶다)

특히 ILO 협약 제87호를 준주하는 것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방침과 직결된다. 제87호는 "노동자단체 및 사용자단체는 행정 당국에 의해 해산되거나 활동이 정지돼서는 안 된다"고 하는 등 '노동조합을 자율적으로 만들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제98호는 공공 부문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해직 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받았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만든 바 있다. ILO 협약에 정면 배치되는 조치다. 전교조는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법 개정 없이) 정부 권한으로 '법외 노조'를 통보를 취소하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상시, 지속적 업무, 생명과 안전과 관련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 직접 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사용 사유 제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법 개정 사안이라 보수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하청 노동자의 기본권을 위해서는 '원청의 임금 지급 연대 책임'과 '안전 보건조치 의무 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또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실현하고, 소상공인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서는 1250억 원을 들여 '특별피해구제계정'을 설치하고, 앞으로 1톤 이상 모든 기존 화학물질의 정부 등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영업 비밀 남용 차단을 위한 '사전 승인제'를 2018년부터 도입키로 했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뿐 아니라,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 등과도 직결되는 제도다.

환경 정책을 보면, 2018년 10개 보 개방 방안 등을 포함한 4대강 16개 보 처리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상시 개방키로 한 6개 보에 대해서는 정밀 조사를 거쳐 재자연화를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또 핵발전소 6기에 대한 신규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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