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칼끝 앞에 선 국민의당…안철수 '사태 예의주시'

국민의당 "혼자 했다고 진술 확인" vs. 이유미 측 "그런 진술 전한 적 없어"

국민의당 '증언 조작' 사태의 핵심 인물인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한 진술 내용을 놓고, 이 씨 측과 국민의당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양상이다. 사건의 파장이 대선 당시 당 지도부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 하고 있는 국민의당으로서는 더욱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검찰은 이 씨가 조작한 증언 내용을 당에 전달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의 소환 조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이 씨의 변호인인 차현일 변호사는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28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 씨의 검찰 진술 내용에 관해 언급하면서 '변호인을 통해 사실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변호인은 이 의원에게 (이 씨의) 피의자 진술 내용, 특히 '이유미가 단독 범행으로 자백하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전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차 변호사는 "이 의원이 다양한 방식으로 변호인에게 접촉을 시도해, 부득이 27일 오후 7시 27분경 (같은 법무법인 소속) 송강 변호사의 휴대전화를 통해 약 1~2분 정도 1회 통화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통화에서 변호인은 이 씨와의 상담 과정에서 알게 된, '이 의원이 이유미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의 범위 내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준 사실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차 변호사는 "특히 통화 당시에는 변호인 역시 26일 긴급체포된 날 조사에 참여한 외에, 27일 오전부터 28일 새벽까지 이어진 조사에는 참여하기 전이어서 이유미의 검찰 진술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며 "변호인도 모르는 사실에 대해, 저희 사무실을 통해 이 의원이 (이유미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의 검찰 진술 정보를 지득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 씨의 검찰 진술 내용에 대해 국민의당과 이 씨 변호인 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어 주목된다. 국민의당은 이번 사건이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었다.

앞서 안철수 캠프 공명선거추진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은 지난 28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이유미 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26~27일 검찰 조사에서 이유미 씨는 제보 내용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이 전 최고위원에게 알린 바 없다고 진술했고, 제보 조작도 혼자 한 사실이라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는 자신이 이 씨의 변호인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라고 했었다. "따라서 현재 이 씨가 '제보 조작을 당에서 지시했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었다.

또 이 의원은 이 씨가 주변에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당이 기획해서 지시했다"는 의 취지의 주장을 한 데 대해서도, 자신이 이 씨의 변호인에게 "경위를 좀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본인도 당황해서, 의지할 데가 없고 당이 버린 것 같아서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었다.

다만 이 씨의 변호인인 차 변호사도 '이 씨의 단독 범행이 아니다'라거나 '이 씨가 검찰에서 단독 범행이 아니라고 진술했다'는 식의 직접적 주장을 편 것은 아니다. 차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이유미 씨는 허위사실 공표를 통해 중차대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과 관련해 혐의 사실을 인정하며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강도 높은 검찰의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이 씨의 변호인으로서 확인해줄 수 있는 사항은 이 내용이 전부"라고 했다. 이 씨의 검찰 진술 내용 등에 대해서는 자신이 밝힐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한편 차 변호사의 아내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의원실 비서였고, 차 변호사의 사무실 동료인 송강 변호사가 안 전 대표의 측근이라는 점이 앞서 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차 변호사는 보도자료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차 변호사는 "저희 사무실은 외형적으로 볼 때 국민의당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충분히 오인될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러한 사실은 (변호인) 선임 전 이유미 씨에게 모두 고지하였으나, 그럼에도 이 씨가 본 변호인을 선임한 것은 '어떠한 외압이 있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이 씨의 보호를 위해서만 활동할 것을 약속한다'는 변호인의 약속을 이 씨가 신뢰하였기 때문"이라며 "저는 대한민국 변호사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는 이 씨를 위해서만 이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가 지난 2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궁지 몰린 국민의당…안철수, 측근 통해 첫 입장 표명 "엄중히 받아들여"

국민의당은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다. 차 변호사의 공개 입장 표명으로 인해 '이유미 씨가 검찰에서 이번 사건이 자신의 단독 범행이라고 진술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해졌다. 여기에 더해,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이유미 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추가 공개된 것도 여론 환경에서 국민의당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추가 공개된 내용이 국민의당에 불리하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당이 이를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전날 SBS 방송이 공개한 이 전 최고위원과 이유미 씨의 지난 5월 8일 대화 내용에 따르면, 이 씨는 이 전 최고위원에게 "워원님 많이 힘드시죠. 저도 많이 힘듭니다. 사실대로 모든 걸 말하면 국민의당은 망하는 것이라고 하셔서 아무 말도 아무 것도 못 하겠어요. 너무나 후회되고 힘들어서 거의 잠을 못 잤습니다. 지금이라도 말하고 사과드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백 번도 넘게 생각하는데 안 된다 하시니 미치겠네요. 오죽하면 문(재인) 후보가 당선돼서 고소 취하하고 선처해 주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 씨가 이 전 최고위원에게 '조작' 사실을 털어놓고 괴로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충분한 내용이다.

이 메시지는 지난 28일 이용주 의원이 공개한 이준서-이유미 두 사람의 카카오톡 대화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이 의원이 공개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뿐이었다.

다만 방송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은 이 메시지를 받고 놀라 이 씨에게 다른 메신저인 '바이버'로 "사실대로라면 무엇을 말하는 거지?"라고 되물었고, 이 씨는 이 질문에는 "개인 간에 가볍게 나눈 대화 중 일부일 뿐 증언이나 폭로가 아니라는 거요. 그게 사실이고…. 저는 그 기사 났을 때 이렇게까지 크게 될 건 정말 상상도 못 했던 건데"라고만 답한다.

이 의원도 일부러 5월 8일 대화 내용을 숨긴 것은 아니라며 "기자회견 직후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과정이 나오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5월 6일자 대화까지만 받았고, 8일자 대화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취지로 언론에 해명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이 전 최고위원 및 이 씨를 만나 사건에 대해 조사했을 때의 상황에 대해 "지난 25일 저녁 두 사람을 만났을 때 이 씨가 '기자회견 후에는 이 전 최고위원이 허위제보 사실을 알았을 수도 있다'면서 '관련 메시지를 보냈었다'고 한 말은 들었다"며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씨가 해당 메시지를 보낸 의도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이 씨는 메시지를 보낸 이유에 대해 횡설수설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씨가 '조작' 사실을 털어놓는 대신 "(조작된 제보 내용이) 개인 간 가볍게 나눈 대화 중 일부일 뿐 증언이나 폭로가 아니라는 것"을 "사실대로 말하면 국민의당은 망한다"고 이 전 최고위원에게 둘러댔다고 해도, 이 씨로부터 5월 8일 메시지를 받은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의 신빙성에 대해 의심을 가졌을 개연성은 제기될 수 있다. 만일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대선 이전에도 알고도 침묵했다면, 이것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정치적 책임의 측면에서는 국민의당에 치명타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소환 조사를 곧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 인터뷰에서 "오늘은 압수물에 대한 분석에 치중할 계획"이라며 "아직 이 전 최고위원의 소환 계획은 없다"고 말했으나, 이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당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가늠할 핵심 관계자인 만큼 그에 대한 소환 조사는 시점의 문제일 뿐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또 검찰은 이용주 의원과 김성호 전 의원, 김인원 변호사 등 조작된 음성 파일 공개를 주도한 안철수 캠프 '공명선거추진단' 간부들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이 직접 자료 조작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설령 '조작'에는 가담하지 않았다 해도 조작된 파일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과정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 의원 등 국민의당 간부들에게까지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의 대응도 혼선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비대위와 중진의원 간담회 등을 통해 사태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 사령탑인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가짜 증거에 우리 당이 속은 것 자체에 대해서도 뼈아픈 성찰을 하고 있다"고 거듭 사과하면서도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정략적으로 '국민의당 죽이기'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지도부와 대변인단이 총동원돼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대통령과 그 아들 관련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 과잉수사가 혹시 있지 않을까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 여당 대표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검찰에게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유미 씨 사건을 빌미로 국민의당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나아가 "추 대표가 아무 근거 없이 거짓 선동으로 국민의당 죽이기에 나선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며 "여당이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주고 거짓을 선동하면서 국민의당 죽이기에 나선다면 국민의당은 사즉생의 각오로 단호히 나설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2%포인트 하락하며 원내 5당 가운데 꼴찌를 기록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증언 조작' 직격탄…국민의당 지지율 5%로 폭삭)

이런 가운데 조작 사건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는 닷새째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인 김경록 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오늘 안 전 대표가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가 있었다"며 하지만 "오늘 입장 표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대변인은 다만 "안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당의 적극적인 협조로 검찰 수사가 조속하고 철저하게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안 전 대표 측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안 전 대표는 검찰 조사나 당 자체 진상조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적절한 입장 표명 시점과 내용에 대해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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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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