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혁신위 "당 존폐의 위기, 특검은 물타기"

"책임 위치에 있던 분들, 정치적 무한책임 져야"…안철수 등 겨냥

국민의당이 '문준용 의혹 증언 조작' 사건을 놓고 내홍에 빠졌다. 앞서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김동철 원내대표 등 현직 당 지도부와 박지원 전 대표 등이 특검 도입을 주장한 데 대해, 대선 패배 후 당에 설치된 기구인 '혁신위'가 비판하고 나선 것.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27일 오후 국민의당 의원총회장 앞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민의당 일각의 특검 주장은 국민들에게 국민의당이 이 문제를 구태의연한 정치 공방으로 물타기하는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고, 박주선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게 할 가능성이 있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태일 혁신위원장은 이날 오전 혁신위 회의에서 증언 조작 문제에 대한 혁신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은 증언 조작 문제로 신뢰의 위기 넘어서 존폐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지금까지의 당의 대응은 안이하다"며 "2003년 한나라당 '천막 당사', 2004년 열린우리당 '영등포 창고 당사' 이전에 비춰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혁신위원들의 의견"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 명의로 "법적, 도의적 책임을 넘어 정치적 무한책임을 즉각 요구한다"며 "혁신위는 이번 일이 당 혁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국민의당이 당원을 빼고 모두 바꾸는 총체적 시스템 개혁의 출발점이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무한책임'과 관련해 "직접 관련자는 물론, 직접 관련돼 있지 않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 총체적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었던 분들이 진지하게 이 문제를 고민하고 대응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나 박지원 전 대표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의원총회를 열고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의원총회는 열린 지 1시간 만에 국회 본회의로 인해 정회됐다.

앞서 전현직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특검 도입을 언급했지만, 김태일 혁신위원장 발표에서 보듯 당 내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관련 기사 : 국민의당, 사과 하루만에 '특검 역공', 과연 통할까?) 대선 때부터 안철수 후보 측과 거리를 둬온 한 의원은 특검 주장에 대해 "이게 특검할 사안이 되느냐"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편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의총 시작시 모두발언에서 "새 정치를 한다고 출범한 국민의당마저 그런 범법 행위를 할 수 있느냐는 국민의 지탄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문준용 씨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박 위원장은 "저희들이 현재 진상을 조사하고 추가로 파악하기 위해 김관영 의원을 단장으로 진상조사단을 출범시키고 즉시 진상조하 활동에 착수하도록 조치했다"며 "검찰에 대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검찰에 대해 "어떤 숨김과 보탬 없이 수사에 적극 협조할 테니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사실 그대로 철저·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를 정치적 의도를 버리고 수사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한다"고 했다.

안철수 전 후보는 이날 오후 현재까지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 당 관계자는 "안 후보는 '뚜벅이 유세'를 하다가 보도를 보고 (녹취록 공개에 대해) 알고 박지원 당시 대표에게 전화해서 '이렇게 하는 게 옳은 것이냐.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냐. 대표가 보고를 받고 하신 거냐'고 물었고, 박 대표도 '저도 모르는 사항이다'라고 답한 일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안 후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지난 7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김태일 교수(오른쪽)가 당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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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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